[청계광장]새로운 지식을 여는 예술의 언어들
다양한 언어를 가지는 것은 사회의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건강한 사회는 소통을 통해 지식을 키워가는데 언어는 소통 불가능의 경계를 무너뜨리면서 사유를 확장하게 하기 때문이다. 완벽한 의사소통을 위해 모두 같은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피상적인 생각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을 공유하는 것은 고정관념만 강화한다. 새로운 지식은 도약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 다양한 언어란 외국어, 지역어, 특정 세대의 언어뿐 아니라 우리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다양한 예술의 언어를 포함한다. 특히 예술은 생활언어의 가장 안쪽에서 작동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외부를 끌어안는 힘이 있다. 평범한 일상 안으로 낯선 세계를 끌어들이고 우리 내면의 감성을 확장함으로써 그 어떤 말보다 참신한 사유를 열어준다. 우리가 말이 통하지 않을 때 사용하는 몸짓은 소통의 목적에서는 하나의 보조적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몸짓은 화자(話者)가 몸짓을 필요로 한다는 것, 즉 그들의 부족한 말을 의미하며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따라할 수 없는 신체의 움직임이라는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전혀 보조적이지 않다. 몸짓을 둘러싼 감각들은 신체와 움직임의 예술인 무용이나 배우의 독특한 제스처가 중요한 가치가 되는 시각예술에서 새로운 언어로 확장된다.
이렇게 소통이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이라는 위계로부터 독립된 언어가 바로 예술의 장소다. 예술의 언어를 스포츠의 언어와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스포츠의 언어는 각각의 종목이 특정 운동의 능력을 겨루기 위해 기준을 정하고 그 '목적'에 대한 성취를 가르는 논리를 따른다. 스포츠의 언어는 잘했는지 못했는지, 성공인지 실패인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예술의 언어는 그런 목적과는 다른 행위의 과정 속에 등장한다. 운동경기를 보다 수많은 연습을 통해 다져진 선수의 완벽한 몸짓에 감동해 그들이 뛴 높이나 달린 속도, 또는 그들이 던진 공이나 투창의 거리와 같은 '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느낀 적이 없는가. "와, 정말 예술이다!"라는 탄성을 내뱉은 적 말이다. 우리 모두에게 내재돼 있는 예술의 언어는 목적이나 결과와는 다른 지점에서 깨어난다.
'의미'로 귀결되는 목적을 넘어서면 다채로운 감각이 살아난다. 이 감각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경험, 이미 알고 있는 세계 '너머'를 발견하게 한다. 어떤 외국어는 그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마치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들린다며 찬사를 받는다. 음악적 언어의 작동이다. 심오한 지혜가 담긴 족자의 글귀가 이방인에게는 아름다운 흑백의 추상화처럼 보인다. 미술적 언어로 보면 당연한 감상이다. 반대로 예술의 언어를 억압하는 곳에서는 아름다운 음악에도 의미 없는 소음이라며 귀를 막을 것이고 이상적인 미래를 꿈꾸게 하는 작가에게 현실감각만을 강요할지 모른다. 예술이 지식생산에 기여한다는 것은 그 내용으로서가 아니라 감각이 살아남으로써 새로운 사유를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실제 경험에만 기반한다면 지동설은 결코 지식이 될 수 없었다. 상상력이 없다면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과거의 역사도 영원히 불가지의 영역에 남아 있을 것이다. 의미 없는 감각들이 예술이 되는 과정은 무지가 앎의 영역으로 넘어오는 경이로운 도약의 훈련과 같다.
발터 베냐민은 백일몽과 나태함을 '극히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깔의 비단으로 안감을 댄 따뜻한 잿빛 천'에 비유했다. 남들에겐 초라하고 무의미해 보이지만 언젠가 도래할 화려한 미래를 그려보는 예술가의 섬세한 내면을 표현한 것이다. 현실의 목적과 성과에만 급급한 의미생산의 논리는 세상을 발전시킬 새로운 지식을 산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 즐거운 지식으로 가득한 밝은 미래를 바라는가. 그렇다면 예술가를 자유롭게 꿈꾸게 하자.
남수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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