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새로운 길' 선택 직면한 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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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이 시작됐다.
언제나 그렇듯 새해가 되면 과거를 훌훌 털고 희망찬 한 해가 되기를 바라지만 우리 앞에 놓인 2024년은 평안해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의 경우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능력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지를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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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이 시작됐다. 언제나 그렇듯 새해가 되면 과거를 훌훌 털고 희망찬 한 해가 되기를 바라지만 우리 앞에 놓인 2024년은 평안해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은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다. 세계 곳곳은 불안해지고 있으며 예측불허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안온하고 평화로운 세상은 모두의 희망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불안정한 세계의 원인은 주요국의 과잉확장(overstretch)이다. 역사적으로 모든 강대국과 제국은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세력확장의 시기를 겪게 된다.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했을 수도 있고 상대의 대응력이 예상을 뛰어넘은 경우도 있다. 한쪽이 과잉확장의 길을 걸을 때 다른 쪽이 적당한 선을 지킨다면 나름 균형을 잡을 수 있지만 많은 경우 상호 과잉확장으로 인한 불균형과 갈등은 심화한다.
2024년 미국은 힘에 부친 모습이 뚜렷해 보인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면서 재정비와 재축적의 시기를 택할 것처럼 보이던 미국은 이후 오히려 중국, 러시아, 이란 등 각 지역의 강대국들과 첨예한 갈등을 선택했다. 그렇지만 어느 한 곳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능력의 한계를 노출했다. 전통적 강대국의 지위를 아슬아슬하게 지켜온 영국과 프랑스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과거의 영광을 유지하기 위한 적극적 개입의 본능은 유지되지만 그를 위한 역량은 급속히 고갈되고 있다.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반발하면서 대안적 세계질서를 꿈꾸는 중국, 러시아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면서 국제적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던 중국의 시도는 시간이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부실화하기 일쑤고 반중 인식과 감정은 오히려 확산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능력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는 위치를 표방하는 이란 역시 지속적인 내부 갈등 속에서 지역 내 리더십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인도, 튀르키예 등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상대를 약화시킬 수 있는 역량은 보유했지만 새로운 질서를 주도적으로 만들어낼 힘은 모두가 부족한 상황인 것이다.
혼란이 수습되고 과거와 같은 안정된 모습으로의 복귀를 꿈꾸지만 미래의 세계는 다양한 규칙과 룰이 공존하는 복잡하고 혼란한 모습이 될 가능성이 높다. 상대를 제압할 능력도, 상대를 설득할 비전도 없는 강대국의 대립은 지속적인 갈등과 혼란을 유발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선입견에서 신속하게 벗어나는 것이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할지를 모색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경우 지난 30년간의 질서 속에서 가장 큰 성취를 보이면서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이제 과거의 기억을 뒤로하고 새로운 질서형성 시기에 걸맞은 역할을 찾고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자세를 갖춰가야 할 때가 됐다. 가보지 않은 길을 다시 걸어가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2024년이 그 답을 찾는 시작이 되기를 희망해본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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