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 이재명 흉기 피습에 정치권 '패닉'

설상미 2024. 1. 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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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2일 부산 출장에서 60대 남성 휘두른 흉기에 목 찔려
충격 빠진 여야, 수사 촉구 한 목소리...멈춰 선 여의도 시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부산 가덕신공항 건설 예정지 현장방문 도중 흉기 피습 당했다. /뉴시스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4월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흉기 피습 사건이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총선 모드였던 여야는 잠시 정쟁을 멈추고 이 대표 회복 추이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이낙연 전 대표 신당 창당, 윤석열 대통령 쌍특검법 거부권 행사 등 굵직한 이슈들로 가득 찼던 정치권이 잠시 멈췄다.

2일 이 대표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60대 남성 A 씨가 휘두른 흉기에 목 부위를 찔렸다. '내가 이재명'이라고 적힌 왕관을 쓰고 이 대표 지지자 행세를 한 A 씨는 "사인을 해달라"며 접근해 이 대표의 목을 겨냥했다. A 씨의 손에는 18㎝ 길이의 흉기가 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목 부위 경정맥이 손상된 이 대표는 서울대병원에서 봉합 수술을 받고 회복 중에 있다.

제1야당 당수를 향한 충격적 피습으로 정치권은 패닉에 빠졌다. 여야 모두 이번 사건을 두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깊은 우려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경찰 등 관계 당국에 신속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이 대표의 빠른 병원 이송과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규탄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에 대한 테러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해서 한 점 의혹 없이 철저히 그리고 신속하게 수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를 흉기로 피습한 용의자 A 씨가 흉기를 든 채 경찰에 제압되고 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 대표를 살해할 목적으로 공격했다고 진술했다. /뉴시스

◆연기된 '쌍특검법' 거부권, 이낙연 창당...멈춰 선 여야 시계

이번 사태로 일각에서는 이 대표 동정론으로 인한 지지층 결집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일단 비상 모드에 들어간 민주당은 3일 오전 의원총회를 소집할 예정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다른 일정을 모두 중단하거나 연기를 검토 중이다.

여당은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후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2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현장 일정 일부를 취소했다. 신년교례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대전시당 신년 인사회에 앞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회에서 절대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이 대표님의 빠른 회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수사 당국은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서 전말을 밝히고, 책임 있는 사람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신당 창당 시기도 예정일보다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이 대표를 향해 비대위 전환과 대표직 사퇴를 압박했으나, 둘은 입장 차를 보였다. 결국 이 전 대표는 이달 내 탈당하고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대표는 이 대표 피습을 두고 "충격과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며 "폭력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폭력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며 "현장에서 체포된 피의자를 철저히 조사하고 처벌해 폭력이 다시는 자행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른바 '쌍특검법' 거부권 행사 여부도 연기됐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쌍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심의해 의결할 방침이었으나 법안의 정부 이송이 이뤄지지 않아 의결이 연기됐다. 이 대표는 피습 직전 "대통령께서 최소한 이 사안만큼은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말한 만큼, 향후 거부권 행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더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2일 오전 이재명 대표가 한 남성에게 흉기로 피습돼 쓰러진 직후의 모습. /부산=강보금 기자

◆반복되는 테러...'대전은요?' 朴 '선거의 여왕' 입지 굳혔던 커터칼 피습

한동안 여야 모두 이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을 향한 피습이 뜻밖의 선거 변수가 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커터 칼 피습 사건이 대표적이다.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던 도중이었다. 괴한 지충호 씨가 10㎝가량의 커터 칼로 연단에 오르고 있던 박 전 대통령 얼굴을 공격했다. 이 사건으로 박 전 대통령은 귀 아래부터 얼굴 우측 턱 바로 윗부분까지 11㎝ 정도가 찢어지는 상해를 입었다. 다행히도 커터 날이 신경 부위를 비켜가 안면 마비는 피했다.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 박 대표에 대한 동정론은 한나라당을 향한 표심으로 이어졌다. 박 대표가 마취에서 깨어난 후 첫 마디로 "대전은요?"라고 물었다는 말이 알려지면서 선거에 큰 반향이 일었다. 한나라당은 지방 광역단체장 16자리 중 13자리를 석권하며 유례없는 대승을 거뒀고, 당시 열세였던 한나라당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가 열린우리당 염홍철 후보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박 전 대통령에겐 '선거의 여왕'이란 이미지가 만들어진 배경이다.

지난 2022년 3·9 대선을 앞두고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신촌에서 '망치 피습'을 당하기도 했다. 송 대표는 당시 이재명 대선 후보를 위해 신촌 선거 유세에 나섰는데 유튜버인 69세 노인 표모 씨가 내리친 망치로 여러 차례 머리를 가격당했다. 송 대표는 공격을 당한 후 응급 수술을 받고도 유세에 나서는 등 '붕대 투혼'을 펼쳤지만, 당시 대선에서는 민주당이 패배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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