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재명 흉기 피습, 혐오 정치가 부른 후진적 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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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새해 첫 선거 관련 일정으로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방문했다가 흉기 습격을 당했다.
가해자는 파란색 종이 왕관에 '내가 이재명이다'라고 쓰고 사인을 해달라고 접근해 기습적으로 이 대표의 목 부위를 칼로 찔렀다.
2006년에는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지 유세에 나섰다가 커터칼 습격을 당해 지금까지도 얼굴에 10cm 정도의 수술 자국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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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더 이상 정치 테러의 무풍지대가 아니다. 2006년에는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지 유세에 나섰다가 커터칼 습격을 당해 지금까지도 얼굴에 10cm 정도의 수술 자국이 남아 있다. 2022년에는 당시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 후보 유세 도중 둔기로 머리 부분을 3차례 이상 맞았다. 칼이나 둔기가 아니더라도 주먹 가격이나 달걀 투척 등을 포함하면 빈도수가 훨씬 많다. 민주 정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가해자는 충남에 거주하는 60대로 경찰 조사에서 “이 대표를 죽이려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해 의도가 있었다고 스스로 밝힌 사건인 만큼 철저하게 범행 동기와 배후 유무를 규명해 상응한 처벌을 해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배후가 있다면 심각한 일이고, 배후가 없다고 해도 우리 사회에 정치적 혐오의 감정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퍼져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심각하기는 마찬가지다. 가해자의 정치 성향 등에 대한 섣부른 예단 없이 엄정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다.
‘아래로부터의 정치’가 활성화되고 있으나 어느 시점인가부터 오히려 정치적 갈등이 극단적 혐오, 혹은 극단적 지지로 흐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오늘날 정치인 중에는 갈등이 있으면 지지자들을 설득해 타협으로 이끄는 게 정치임을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들은 지지자들에게 영합하면서 혐오를 부추기는 걸 거꾸로 정치라고 여기는 듯하다. 혐오가 혐오를 먹고 사는 메커니즘을 제어하지 못하면 결국 폭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평소에야 어떠했든 신년에는 덕담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과 이 대표는 신년사부터 날카로웠다. 윤 대통령은 “자기들만의 이권과 이념에 기반을 둔 패거리 카르텔을 반드시 타파하겠다”고 했고, 이 대표는 “칼로 사람을 죽이는 것과 잘못된 통치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차이가 없다”고 했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정치적 갈등은 격화하기만 할 것이다. 신년 벽두부터 터진 테러 사건이 여야 막론하고 책임이 없지 않은 혐오 정치, 극단 정치에 제동을 거는 계기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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