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영]덕담인가 스팸인가… 새해 카톡 인사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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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늘 건강하세요." 새해 첫날이면 '까똑' '까똑' 하는 카카오톡 알림음이 시도 때도 없이 울린다.
메시지나 이미지의 내용은 대개 비슷하다.
1월 1일은 연중 메시지가 가장 많이 몰리는 날이다.
2017년과 2020년 새해 첫날엔 안부 메시지가 한꺼번에 폭주해 카톡이 수시간 먹통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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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 지인, 직장 동료 등의 단톡방에서 누군가 새해 인사를 먼저 올리면 슬슬 눈치게임이 시작된다. 하나둘씩 답장이 늘어갈수록 불안감이 점점 커진다. 형식적인 인사치레가 귀찮지만 그렇다고 답을 하지 않으면 무심하고 예의 없는 사람으로 찍힐까 걱정이다. 수직적 인간관계에서 ‘읽씹’(메시지를 읽고 답장하지 않는 것)은 큰 도전이기도 하다. 한 대학에선 교수가 단체 카톡방에 새해 인사를 올린 학생에게만 가산점을 줘 논란이 된 적도 있다.
▷말주변이나 글재주가 없는 사람들에겐 인사 문구 하나 만드는 것도 스트레스다. ‘새해 복’ ‘건강’ ‘하시는 일마다’ 등 상투어를 빼고 말을 지어내려면 머리에서 쥐가 난다. 그래서 요즘엔 포털 사이트나 소셜미디어에서 센스 있는 문구를 검색하기도 하고, 유료 인사 문구 서비스나 인공지능(AI) 추천 메시지를 이용하기도 한다. 좋은 문구를 찾았다 해도 여러 사람에게 같은 인사말을 ‘복붙’(복사와 붙여넣기)했다간 성의 없다는 말을 들을 수 있어 부담이다.
▷4월 총선을 앞둔 올해는 불청객이 더 늘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면서 유권자들에게 이름을 알리려는 문자가 부쩍 많아졌다. ‘희망 찬 새해가 밝았습니다’ 같은 말로 시작하지만 주된 목적은 본인의 치적이나 출판 기념회 등을 홍보하는 것이다. 복 많이 받으시라고 보낸 덕담이 아닌, 내 표를 얻어 본인이 복 받겠다는 그 의도가 불편하다. 내가 사는 곳과 전혀 상관없는 지역에서까지 문자가 오면 짜증이 확 난다. 도대체 내 개인정보가 어디까지 퍼졌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문안 인사를 가든, 연하장을 돌리든, 전화를 하든 과거엔 물리적 한계 때문에 새해 인사의 범위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가족과 친지, 정말 가까운 지인에게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면 족했다. 하지만 모바일로 1초 만에 새해 인사가 가능한 시대가 되니 어디까지 인사를 돌려야 하나 애매해졌다. 양해와 합의가 필요하다.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형식적인 문자는 하지 않기로 하자. 인사 문구만 덜렁 보내지 말고 상대방의 이름을 부르고 서로 공유하는 추억을 언급하자. 이번 설엔 형식적인 명절 인사의 공해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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