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유성열]공무원의 정치 중립, 검사는 예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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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헌법에는 '정치적 중립'을 강조한 조항이 3개 있다.
헌법이 이 3개를 콕 집어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것은 군, 공무원, 교육이 정치적으로 치우칠 경우 발생하는 사회적 파장과 폐해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직 검사들의 정치 행보를 두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한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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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이 이 3개를 콕 집어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것은 군, 공무원, 교육이 정치적으로 치우칠 경우 발생하는 사회적 파장과 폐해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군과 공무원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았던 사례를 현대사에서 생생히 목격했다. 군인이 국토 방위를 소홀히 하고 정치에 나섰을 때 민주주의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영화 ‘서울의 봄’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3·15부정선거처럼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해 민의가 왜곡됐던 사례도 권위주의 정권에서 경험했다. 교육 분야가 정치적 중립을 상실한다면 국가의 백년지대계가 쉽게 흔들릴 것 역시 자명하다.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하나회 등 군 사조직이 금지되면서 군부 쿠데타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김대중 정부 때 교원노조가 합법화되며 전교조 등이 활동하고 있지만, 교사의 정치 활동은 법으로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공직선거법으로 공무원의 정치 활동도 규제하면서 과거와 같은 부정선거가 재현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
그러나 일부 검사는 정치적 중립성을 헌신짝으로 여기는 것 같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격노해 감찰을 지시한 김상민 대전고검 검사가 대표적이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장이던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저는 뼛속까지 창원 사람” “지역사회에 큰 희망과 목표를 드리는 사람이 되겠다”는 문자메시지를 지인들에게 보냈다. 국정감사에서 이런 사실이 공개되고 대검이 진상조사에 나서자 김 검사는 “총선과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해명했고, 대검은 ‘검사장 경고’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김 검사는 곧바로 사직서를 내며 총선 출마 의지를 밝혔고, 페이스북에 출판기념회 개최를 알렸다가 지웠다. 이에 대검은 김 검사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대전고검 검사로 보낸 뒤 추가 감찰을 진행 중이다. 박대범 마산지청장도 총선과 관련해 외부 인사와 접촉한 사실이 알려져 광주고검으로 전보됐고, 감찰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승승장구했던 이성윤, 신성식 법무연수원 연구위원도 사실상 총선 행보를 걷고 있다. 두 검사는 각각 ‘김학의 긴급출금 사건’과 ‘한동훈 녹취록 오보’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태라 사표가 수리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연구위원은 9일 전북 전주에서 출판기념회를, 신 연구위원은 10일 전남 순천에서 북콘서트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표를 낸 검사들은 총선까지 사표가 수리되지 않아도 출마할 수 있다. 공직선거법상 퇴직 기한(선거일 90일 전) 전에 사표를 냈기 때문에 수리 여부와 상관없이 출마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 덕분이다. 그러나 현직 검사들의 정치 행보를 두고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규정한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처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공무원도 입법을 통해 출마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법조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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