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야 아는 것들[이정향의 오후 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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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북부의 작은 동네 노스바스.
세월의 체감 속도는 길을 걷는 것과 같다.
낯선 길은 긴 것 같고, 익숙해질수록 짧게 느껴진다.
이럴 수 있는 이유는 이곳이 나이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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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는 40년 된 밥집이 있다. 혼자라는 느낌이 드는 날이면 이곳에 간다. 밥을 먹으며 주인과 하루의 인사를 나누고, 한 달의 안부를 묻고, 그렇게 또다시 새해 인사를 나누는 곳. 반백수인 내가 그나마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확인받으며 마음을 놓는 곳이다. 이럴 수 있는 이유는 이곳이 나이가 많기 때문이다. 주인과 일하는 분들 모두 여든을 바라본다. 이들이 뿜어내는 기운은 젊고 세련된 식당이 따라 할 수 없는, 귀한 문화재급이다.
영화 내내 변두리 동네의 일상이 혼잣말하듯 소소하게 펼쳐진다. 남루해 보이지만 그 삶의 틀에 눈높이를 맞춰보면 그들이 만든 소박한 동심원에 마음이 일렁인다. 원제 ‘Nobody’s fool’처럼 아무도 바보가 아니다. 다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고 있다. 내 삶은 특별할 것이 없다고 주눅들 필요도 없다. 일상의 구석구석을 채워주는 것들, 생색내지 않아 특별하게 여겨본 적이 없는 것일수록 소중하다는 걸, 나이 들어가면서 알게 된다. 나이가 들어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이정향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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