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사랑 이야기[왕은철의 스토리와 치유]〈328〉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그는 딸이 다섯인 중년 남자다.
석탄배달업자인 그는 일중독이라고 해도 될 만큼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만 한다.
그녀가 일하던 집 주인 윌슨 여사의 호의가 아니었다면 그의 어머니도 타락한 여자로 분류되어 수녀원으로 끌려가 속죄를 강요당했을 것이다.
아내의 말대로 수녀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 척하고 넘어가는 것이 가족을 위해서는 최선이겠지만, 그는 자신이 받은 호의와 사랑을 누군가에게 베풀고 싶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돌아가신 그의 어머니도 미혼모였다. 그녀가 일하던 집 주인 윌슨 여사의 호의가 아니었다면 그의 어머니도 타락한 여자로 분류되어 수녀원으로 끌려가 속죄를 강요당했을 것이다. 그가 넉넉지는 않아도 평화로운 유년 시절을 보내고 지금처럼 사는 것도 그 호의 덕이었다. 아내의 말대로 수녀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 척하고 넘어가는 것이 가족을 위해서는 최선이겠지만, 그는 자신이 받은 호의와 사랑을 누군가에게 베풀고 싶다. 그가 수녀원 석탄광에 갇혀 있는 여자아이를 구해 집으로 데려가는 이유다. 수녀원의 보복이 예상되고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되겠지만, 그는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아일랜드 작가 클레어 키건의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소설은 18세기 후반부터 20세기 후반까지 실제로 존재했던 막달레나 세탁소를 배경으로 한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세탁소는 무엇이든 깨끗하게 만들기로 평판이 좋았지만, 그 뒤에는 수녀원에 평생 감금되어 속죄를 강요당한 여성들의 눈물과 한이 있었다. 그런데 작가의 눈길은 종교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인권 유린이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자신이 받은 사랑을 다른 이에게 조용히 베풀면서 행복해하는 개인을 향한다. 세상을 보는 눈이 넉넉하고 따뜻한 작가여서 가능한 일이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석좌교수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재명 습격 67세男, 부동산중개소 운영…“민주당원” 증언 엇갈려
- “이재명, 목 부위 경정맥 손상…2시간 혈관재건술 후 회복 중”
- 김병민 “이준석 신당, 결국 민주당과의 경쟁 구도일 것”[중립기어 라이브]
- 尹 “이재명 대표, 잘 위로해드리라”…정무수석 병문안 방침
- 한동훈 “李대표 빠른 회복 기원…병문안 가겠다” TK 신년회 일정 취소
- 日 하네다공항서 JAL 항공기 충돌 화재…“379명 전원 탈출”
- 딴생각에 자주 빠지고, 집중을 要하는 일이 싫다
- 외신 “총선 앞두고 판세 영향”…‘李 피습’ 메인 화면에 띄우며 긴급 타전
- “韓 안전지대 아니다”…동해까지 높이 85cm 지진해일 도달
- 檢, ‘文정부 통계조작 의혹’ 윤성원 전 차관 등 구속영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