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YTN]불법과 탈법 사이에서 횡행하는 기사 밀어내기 관행, 이제는 뿌리 뽑을 때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3년 12월 23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최휘> 자신에게 불리한 이슈가 터지면, 다른 기사로 불리한 이슈를 덮어버린다는 이른바 '기사 밀어내기' 관행이 있습니다. 오늘은 우리 언론의 부적절한 관행인 '기사 밀어내기'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신다고요. 이 '기사 밀어내기'라는 문제 언제부터 생긴 건가요?
◆ 김언경> 자신에게 불리한 이슈를 다른 이슈로 덮는 것은 언론에서 말하는 불공정 보도 방식 중 하나입니다. 지금처럼 인터넷언론이 발달하기 이전, 종이신문이나 생방송으로 보도되는 뉴스 위주로 뉴스를 소비하던 시절에는요. 종이신문이 발행되는 밤 12시 즈음에 각 신문사 앞에서 기업의 홍보부 직원들이 기다렸다가 자사에 불리한 기사가 있는지 찾아보고, 있으면 회사에 연락하고, 그 회사에서는 해당 언론사에 전화해서 기사를 내려달라, 보도 크기를 줄여달라, 제목을 바꿔달라 등등 온갖 방식으로 부당한 개입을 해서 언론보도를 무마시키려고 했습니다. 기업체 수준이 아니라 정치권력이 자신들에게 부당한 이슈가 생겼을 때에는 이런 방식이 아니라 다른 보도거리를 터트려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뉴스 자체를 덮어버리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했죠. 지금의 '기사 밀어내기'라는 표현이 이루어진 것은 인터넷언론이 활발해지면서입니다. 인터넷에서는 보도를 무한정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요. 다른 기사로 관련 보도가 뒤로 밀리게 하는 것입니다. 최소한 검색 결과에 불리한 기사가 안보이게 하려고 말입니다.
◇ 최휘> 불리한 기사를 또 다른 기사로 덮어버리는 개념이군요. 정확히 기사 밀어내기가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인가요?
◆ 김언경> 기업체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사건이 불거지면, 기업체 홍보담당자들은 그 불리한 기사를 수정하거나 내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하겠지만, 이보다는 빠른 방법이 다른 기사를 많이 나가게 해서 포털 사이트의 뉴스란에 불리한 기사가 뒤로 밀리게 해버리는 것입니다. 특히 '기사 밀어내기'는 네이버 뉴스에서 뉴스를 검색하면 같은 키워드 기사들이 묶여서 나오는 '클러스터링'이 되면서 더욱 심각해졌습니다. 예를 들어서 뭉클이라는 회사에서 낸 제품이 불량률이 높다는 기사가 올라왔다고 쳐요. 그래서 네이버에서 뭉클 불량 이렇게 검색을 하면요. 이 키워드가 들어 간 기사 하나가 맨 위에 있고, 그 아래 같은 시기에 나온 비슷한 내용의 타사 보도들이 몇 건씩 묶여 있습니다. 그러면 제가 뭉클 소장이니까요. 이 불리한 기사를 감추려면 또 다른 기사들 네댓 건이 나오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기존의 불리한 보도는 뒤로 밀려서 안보이고 새로운 뉴스가 먼저 사람들 눈에 띄겠죠. 그런데 만약에 수십여 건의 새로운 보도가 나오면 불리한 기사는 대중들의 눈에서 감춰지게 되는 것이죠.
◇ 최휘> 사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데요. 언론의 역할은 애초 사회의 비리나 문제점 등을 보도하는 것일 텐데요. 그렇다면 어떤 기업이 제품이든 기업 운영에 있어서건 어떤 문제가 생겨서 그것이 보도가 되었다면, 언론은 그 이슈에 집중하는 것이 맞죠. 다시 말해서 그 이슈 말고, 기업이 다른 보도 자료를 보낸다 하더라도 해당 보도자료 내용보다는 지금 불거진 문제점에 집중하는 것이 맞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뉴스가치가 높은 문제를 덮어버릴 수 있게, 뉴스가치가 떨어지는 뉴스를 쓰는 걸까요?
◆ 김언경> 말씀하신 것이 맞습니다. 언론사 데스크와 기자는 보도할 기사의 가치를 두고 기사 작성 여부를 결정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인터넷언론은 지면이 한정되거나, 방송보도 시간이 한정된 것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기사를 그냥 또 하나 더 쓰는 것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물론 기사거리가 안되면 그런 기사를 쓰지 않아야 마땅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데에는 세 가지 정도의 가능성을 이야기해볼 수 있습니다. 먼저 기자가 알아서 쓰는 경우가 있겠죠. 다시 말해서 언론사가 돈을 받지 않아도, 관련 기업을 취재해서 보도하는 기자들이 기업체 홍보실에서 보낸 보도 자료를 받아서 뉴스가치가 낮음에도 그냥 기사를 써주는 겁니다. 이럴 때 기자들은 거의 보도 자료를 그대로 베끼다시피 합니다. 과연 기자들은 왜 이럴까 생각해볼 수도 있죠. 일단 기업체 기자들과 기자가 친분이 쌓여서 그럴 수 있습니다. 기업체는 기자를 관리합니다. 물론 기자는 김영란 법이라고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적용대상입니다. 따라서 현재 기자는 대가성 여부 및 기부·후원·증여 등 그 명목에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또는 매 회계 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이런 한계가 있어도 기업은 언론홍보를 위해서는 언론사와 접촉하기도 하고, 기자들과 식사도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출입기자들에게 여러 편의를 제공하기도 하죠. 이렇게 기자 개인의 재량에 따라서 밀어내기 기사가 작성되기도 하겠지요.
◇ 최휘> 두 번째로는 어떤 경로로 밀어내기 기사가 작성되는 것인가요?
◆ 김언경> 두 번째로는 언론사가 기업체로부터 받는 광고 등을 의식해서 기사 작성을 하는 것이지요. 사실 광고비를 지불하고 있는 기업체들이 보낸 보도 자료를 보내면서, 이것 좀 보도해달라고 부탁하면 모르는 척 고개를 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니 더 심한 경우에는 밀어내기 수준이 아니라 기사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하고, 그것이 이루어지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내놓은 기사를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보내준 보도 자료를 가지고 새로운 기사를 해주는 정도라면 여러 언론사들이 별 문제의식 없이 해줄 수 있다는 것이죠. 그 기업체가 평소에 해당 언론사에 광고를 많이 주거나, 협찬금을 주는 경우일수록 해당 기업에 불리한 기사를 삭제 또는 조금 순화시키거나 기업체가 원하는 새로운 기사를 써서 기존 기사를 밀어버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는 것입니다.
◇ 최휘> 그렇군요, 많이 씁쓸한데요... 소장님이 세 가지 경우라고 하셨는데, 또 어떤 이유로 밀어내기 기사가 생산되고 있는 건가요?
◆ 김언경>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기사 매매입니다. 홍보대행사에 연락하면 그들이 언론사에 보도가 되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이 관행은 사실 최소한 10년 이전부터 이루어졌던 것으로 판단되는데요. 2018년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내용을 토대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보겠습니다. 당시 미디어오늘이 한 홍보마케팅대행사의 단가표, 마케팅 제안서를 보면요. 이 업체는 "포털에 부정적인 기사가 올라왔을 때 기업에 긍정적인 보도 자료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1~2시간 내 게재해 부정적인 기사를 보이지 않게 해드립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밀어내기를 위해 아예 기사를 돈 주고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미디어오늘 기사에서는 홍보대행사 관계자가 이렇게 말했다는 거에요. "포털 결과에 기사가 다섯 개씩 뜨는데 이걸 밀어내려면 최소 기사 다섯 개가 있어야 한다. 급하시면 예전에 썼던 보도 자료를 주시면 우리가 그걸 지금 시점으로 내용을 손 봐서 부정 기사를 밀어낼 수 있다. 기사 건당 20만 원씩 받고 가격은 조율 가능하다. 야간이나 주말도 가능하다. 언제나 기사를 보낼 수 있는 언론사 10곳 정도와 계약이 돼 있다"면서 "야간이나 주말에는 기사 건당 30만 원씩 받는다" 이렇게요. 긍정적인 소식을 여러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서 각각 2~5건씩 언론사에 배포해 기사를 만들면 된다는 것이죠. 그러면 긍정적인 클러스터링 A와 B가 상단에 노출되고 비판적인 기사묶음은 클러스터링 C는 검색 결과에서 밀리게 되는 거죠. 이런 클러스터링 군이 많을수록 기사가 밀릴 확률이 높기 때문에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할수록 부정기사가 밀려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게다가 홍보대행사는 인지도가 좋은 매체의 보도가 있어야 클러스터링이 위로 올라간다는 팁도 주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포털 제휴 언론사들이 이미 돈을 받고 특정 기업에 긍정적인 보도자료 기사를 쏟아내는 창구로 전락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 최휘> 듣다보니 심란해집니다. 결국 이런 식의 행태는 언론을 매수해서 여론을 조작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참 걱정인데요...
◆ 김언경> 맞습니다. 자본주의에서는 합법적으로 제품을 홍보하는 광고라는 것이 있잖아요. 그런데 그 광고가 아니라 불법적으로 기사를 사고 파는 것은 사실상 여론을 조작하는 것이고, 언론소비자를 기망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분명 광고인데, 기사 형태로 써주는 기사형광고도 매우 많습니다. 그런데 이 기사형 광고는 지켜야 할 규칙들이 있는데 이런 규칙을 지키지 않아서 시청자들이 그냥 일반 기사로 생각하게 만들어 또 다른 기망을 만들어냅니다.
◇ 최휘> 맞아요. 기사형광고와 협찬 등의 문제로 사실 돈 주고 기사나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경우도 많아서 정말 독자, 청취자 시청자 입장에서는 제대로 된 언론보도인지 살펴보는 혜안이 필요해진 상황입니다. 소장님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하는데요. 과연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요?
◆ 김언경> 저는 일단 정부가 이런 기사 매매 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어떻게 규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기사형광고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규정이 있고, 자율규제 장치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아요. 물론 언론사들이 재정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압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고, 진실을 보도해야 할 의무가 있는 언론사들이 돈을 받고 기사를 남발하고 그래서 여론을 조작하게 그냥 방치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이제 이런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고 실현해야 할 때입니다. 또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런 기사 밀어내기를 하는 기업체와 여기에 동조하는 언론사들에게도 불이익이 가해져야 합니다. 사실 지금 유튜버나 블로거에게도 상업적으로 돈을 받고 쓰거나 만들면 규제를 가하잖아요. 그런데 정작 언론사에게 이런 규제가 없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최휘> 네,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신동진 (djshin@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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