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축전’으로 보는 새해 중국 외교
러시아엔 “우호 영원”…가장 먼저 축전 보내 최대 우방 대우
북한엔 “수교 75주년 활동 시작”…고위급 교류 본격화 시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새해를 맞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축전을 교환했다. 축전에서는 미국과의 대화 기류를 이어가며 관계 안정화를 꾀하는 동시에 북한·러시아와의 전통적인 우호 협력 관계를 강화하려는 올해 대외정책 방향이 읽힌다.
올해 중국 외교의 최우선 순위는 역시 대미 관계다. 2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미·중 수교 45주년을 기념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축전에서 지난해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을 언급하며 “양국은 실제 행동으로 중·미관계의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동해야 한다”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중·미관계 항로의 키를 잡고, 양국 인민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며 세계 평화와 발전을 촉진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중국 입장에서는 올해 침체된 경제 상황을 되살리기 위해 미국과의 관계를 비롯한 대외 환경의 안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시 주석은 새해 축전을 통해 지난해 정상회담을 계기로 확연해진 미국과의 대화 기류를 이어가면서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뤼샹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새해 양국 정상 간 교류는 지난해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 안정과 발전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주펑 난징대 교수는 “올해 고위급 접촉과 다양한 분야에 걸친 대화가 계속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중 간 대화 기류 속에서도 양국 관계의 기본 틀은 바뀌지 않는 만큼 긴장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뤼 연구원은 “양국 관계가 더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지만 미국은 관계 회복을 위한 조치를 충분히 취하지 않았다”며 “선거의 해로 접어들면서 위태로운 처지에 놓여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중관계에 긍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미·중관계가 여전히 불안정한 가운데 중국 대외정책에서 또 다른 한 축을 구성하는 것이 대북·대러 관계다. 시 주석은 새해 첫날 김정은 위원장과도 축전을 교환하면서 “북·중 수교 75주년을 맞은 올해를 ‘중·조 우호의 해’로 정해 일련의 활동을 시작한다”면서 “전통적 우호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공고히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밝혀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북·중 간 고위급 교류 등이 본격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시 주석이 신년을 맞아 가장 먼저 축전을 교환한 정상은 푸틴 대통령이었다. 시 주석은 지난달 31일 푸틴 대통령에게 보낸 축전에서 “수교 75주년을 맞은 중·러관계의 역사는 영원한 선린 우호와 전면적 전략 협력, 호혜적 협력·상생의 관계가 양국의 근본 이익에 부합하고 시대 발전 조류에 순응하는 것임을 보여준다”면서 “푸틴 대통령과 긴밀한 교류를 이끌어나가길 원한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중국 관측통들은 중국과 러시아가 무역과 첨단기술, 글로벌 거버넌스, 인적 교류 등에서 협력을 더욱 안정·발전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반면 중·미관계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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