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체 착륙’ 일 여객기 화재…탑승자 379명 전원 탈출, 17명 부상
대형참사로 번질 수 있었던 아찔한 사고가 ‘기적’으로 바뀌었다. 규모 7.6의 강진이 일본을 강타한 바로 다음날 비행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는 끔찍한 악재가 겹쳤지만, 승객과 승무원 379명이 전원 탈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 여객기와 활주로에서 충돌한 해상보안청 소속 항공기 승무원 5명은 사망했다.
2일 NHK 방송에 따르면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 활주로에 착륙하던 일본항공(JAL) 소속 여객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해당 여객기는 오후 5시40분 착륙 예정이던 홋카이도 출발 516편으로, 오후 4시 신치토세 공항을 출발해 하네다 공항에 막 착륙 중이었다.
당시 이 여객기는 착륙 과정에서 랜딩기어를 내리지 못한 채 동체 착륙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하네다 공항 측은 밝혔다. 여객기는 비상 착륙 도중 해상보안청 소속 항공기(MA722편)와 충돌하면서 화재가 발생해 날개에 불이 붙은 채로 한동안 활주로를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항공기 내부를 비롯해 기체 주변으로 불이 타올랐고, 위로는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소방차 70여대가 출동해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였다.
NHK는 여객기 안에 영아 8명을 포함해 승객 367명과 승무원 12명이 탑승해 있었다고 전했다. 아사히 신문은 이들이 비상탈출 슬라이드를 이용해 전원 탈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부상자는 최소 17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여객기 탑승객 17세 스웨덴인은 스웨덴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몇 분 안에 기내 전체가 연기로 가득 찼다”며 “우리는 바닥에 몸을 던졌다. 그러고 나서 비상문이 열렸고, 우리는 비상문으로 몸을 던졌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기내의 연기는 따가웠고, 지옥 같았다”며 “아수라장이었다”고 덧붙였다. 아내와 두 살 딸과 함께 여객기에 탄 사이타마(33)는 “착륙하는 순간 ‘쿵’ 소리가 나면서 창밖으로 불꽃이 보였다”며 “기내에서는 ‘진정하라. (긴급 대피를 위해) 짐을 챙기려 하지 말라’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고 전했다.
대형 인명사고로 번질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에 만석인 여객기에서 한 명의 사망자도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전직 일본항공 기장인 항공평론가 고바야시 히로유키는 “기장과 승무원, 승객이 차분하게 행동했던 결과”라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CNN도 “여객기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이는 끔찍한 장면에도 이 사건의 기사 제목은 놀랍게도 ‘전원 탈출’이 됐다”면서 승무원과 승객의 침착한 대응이 이러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여객기와 충돌한 해상보안청 항공기의 승무원 6명 중 5명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력으로 탈출한 1명도 중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상보안청에 따르면 이 항공기는 전날 발생한 강진에 대한 대응으로 니가타현에 구호 물자 이송을 준비 중이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사고 당시 하네다 공항 인근에는 초속 1.6m 바람이 불었고, 폭우나 번개 등 악천후는 없었다. 사고 후 하네다 공항의 활주로는 모두 폐쇄됐다.
일본 정부는 총리 관저 위기관리센터에 ‘정보연락실’을 설치해 대응에 나섰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관계부처 및 기관과 긴밀히 연계해 구조 활동에 전력을 다하고, 조속히 피해 상황을 파악해 국민에게 적절한 정보 제공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지시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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