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지키느라 아내 출산도 놓쳤네요”…33년 등대지기 첫 5급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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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바다를 헤매는 선원을 위한 길잡이.
이 등대를 밤새 밝히는 사람들이 '등대지기'다.
그동안 사무관 정원이 없던 등대지기는 승진이 아예 불가능했다.
김 팀장은 "절벽 위에 하얗게 우뚝 솟아있는 '속초 등대'를 보고 포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군대 제대 이후 우연히 군산지방해양수산청에서 등대지기를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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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렬통합에 부산지역 최고선임 김 팀장 기회
1년중 8개월 무인도에…가족과 떨어져 생활
“태풍 불더라도 선박안전 등대 꺼져선 안돼”
김 팀장은 2일 매일경제신문 전화 인터뷰에서 승진 소감을 묻는 말에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5급(사무관)이라는 자리, 팀장이라는 자리가 무겁지만 현실에 더 충실하겠다는 마음을 다잡게 됐다”고 했다.
그동안 사무관 정원이 없던 등대지기는 승진이 아예 불가능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8월 기존 등대관리직렬이 해양교통시설직렬로 통합하면서 사무관 정원이 생겼다. 덕분에 첫 사무관 승진 주인공으로 김 팀장이 선택됐다. 해수부는 “해양수산 최일선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사기 진작을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김 팀장은 어릴 적부터 등대를 좋아했다. 등대와의 첫 만남이 또렷하다. 부모님 손잡고 따라간 동해안에서 절벽 위에 우뚝 솟아있는 등대를 그는 처음 봤다. 김 팀장은 “절벽 위에 하얗게 우뚝 솟아있는 ‘속초 등대’를 보고 포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군대 제대 이후 우연히 군산지방해양수산청에서 등대지기를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고 했다. 강원도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나고 자라 언제나 바다가 곁에 있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그가 처음 근무한 등대는 우리나라 최서단에 있는 격렬비열도 등대였다. 충남 태안에 있는 이 섬은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다. 김 팀장을 포함해 동료 4명이서 등대를 지켰다. 외부 사람을 보는 일은 한 달에 한 번 배급선이 올 때뿐이었다. 1년에 8개월을 섬에서 지냈다.
등대를 사랑하는 그지만 결혼하고 가족이 생기니 미안한 일들이 생겨났다. 1996년 첫아들이 태어날 때 그는 바다 한 가운데 있었다. 육지로 돌아와 보니 아내는 이미 출산한 후였다. 아버지 칠순을 못 챙겨드린 것도 김 팀장은 두고두고 아쉽다. 그는 “친척들도 서울에서 다 내려왔는데 갑자기 기상이 악화해서 칠순잔치에 가지 못 했다”며 “오륙도에서 제가 사는 부산 영도가 보이는데, 보이는데도 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며 웃었다.
막내 등대지기였던 그는 어느덧 부산지방해양수산청 등대지기 가운데 최고선임이 됐다. 작년 10월부터 항로표지과 관리팀장을 맡은 그의 밑에 10명의 등대지기가 속해있다.
2024년 새해 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김 팀장은 “등대 역할이 선박이 안전하게 항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해양교통신호등”이라며 “부산항이 우리나라 물동량의 70%를 차지하는 만큼 항로표지(등대)를 꼼꼼하게 관리해 선박들이 안전하게 항해하도록 도와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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