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 오타니 우상이었는데… 정작 오타니 가니까 사라졌다, 이 레전드의 미래는?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현대 야구에서 제대로 된 투‧타 겸업은 불가능하다고 여긴 시대도 있었다. 할 수도 있겠지만 양쪽 모두 경쟁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그것도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들이 모이는 메이저리그에서는 하나에만 집중해도 생존 확률이 극히 떨어졌다. 그래서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는 어린 시절부터 유명세를 탔다.
어린 시절부터 투수와 타자를 모두 해내겠다는 목표 의식이 뚜렷했다. 일본프로야구 무대에 진출한 이후에도 그 꿈을 꺾지 않았다. 팬들은 물론 원로들의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묵묵하게 전진했다. 리그의 수준만 따지면 메이저리그에 이어 전 세계 2위라는 일본에서 투‧타 겸업의 가능성을 내비치자 자연히 전 세계 언론이 주목했다. 이 돌연변이는 그렇게 스타덤에 올랐다.
오타니가 22세였던 2016년의 일이었다. 당시 투‧타 겸업 도전으로 화제를 모았던 오타니를 취재하기 위해 유명 다큐 프로그램인 ‘60 Minute’ 취재팀이 직접 일본을 찾은 적이 있었다. 당시 이 프로그램은 현대 야구에서 불가능하다는 영역에 도전하는 오타니의 모습을 담담하면서도 흥미롭게 잡아냈다. 그 당시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선수를 유심히 보는가”는 질문에, 오타니는 두 명의 선수를 뽑았다.
바로 호쾌한 타격을 자랑하는 좌타자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그리고 당대 최고의 투수로 손꼽혔던 좌완 클레이튼 커쇼가 그 주인공이었다. 지금은 어떤지 알 수 없지만, 22세 당시의 오타니의 투‧타 롤모델이었던 셈이다. 특히 오타니는 커쇼에 대한 각별한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커쇼 때문에 왼손으로 던져봤다고 솔직하게 말할 정도였다. 오타니는 “나와는 다르게 커쇼는 좌완이다. 나는 내 자신을 보면서 가끔은 왼손으로 던지려고 노력한다”고 웃었다.
그럴 만도 했다. 커쇼는 당시 지구상 최고 투수로 뽑혔다. 큰 기대 속에 2008년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커쇼는 2010년 첫 두 자릿수 승수에 이어 2011년에는 21승5패 평균자책점 2.28의 성적으로 첫 사이영상 수상까지 이르렀다. 커쇼는 2013년에는 생애 두 번째 사이영상을 수상했고, 2014년에는 27경기에서 21승3패 평균자책점 1.77이라는 역사적인 성적과 함께 세 번째 사이영상과 첫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지구상 최고 투수라는 말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오타니는 2018년 LA 에인절스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의 꿈을 이뤘고, 자신이 동경했던 스타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동경하는 슈퍼스타들이 모두 박수를 아끼지 않는 메이저리그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다만 커쇼와 만날 기회는 별로 없었다. 같은 로스앤젤레스 광역권을 연고로 하는 다저스와 에인절스지만, 리그가 서로 달랐다. 커쇼도 2023년까지 다저스에서 뛰면서 자신의 경력 전체를 다저스와 내셔널리그에서 보냈다.
그런 오타니는 최근 LA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 달러라는 기념비적인 계약서에 사인하며 다저 블루의 일원이 됐다. 종전 마이크 트라웃이 가지고 있던 메이저리그 역대 최대 계약(12년 총액 4억2600만 달러)을 훌쩍 뛰어넘어 북미 스포츠 역사와 세계 스포츠 역사를 바꾸는 대형 계약이었다. 하지만 오타니가 다저스에 입단하자, 정작 우상이었던 커쇼가 클럽하우스를 비웠다. 너무 절묘하게 엇갈렸다.
커쇼는 최근 들어 다저스와 1년씩 재계약을 하고 있었다. 2023년 시즌을 앞두고 한 계약도 종료됐다. 올해 24경기에서 13승5패 평균자책점 2.46을 기록하며 여전한 클래스를 과시했다. 하지만 역시 예전의 위용은 아니다. 최근 세 시즌 동안 잦은 부상에 시달렸다. 세 시즌 합계 소화 이닝은 379⅔이닝으로, 단 한 번도 132이닝 이상을 던지지 못했다. 이제는 이닝이터보다는 관리를 하며 경기력 유지에 초점을 맞춰야 할 선수가 된 것이다.
커쇼는 현재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다. 게다가 2023년 시즌이 끝난 뒤 어깨 쪽의 수술을 받아 내년 개막전 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시즌 중반을 조준하고 있지만 적지 않은 나이에 민감한 부위의 수술이라 아직 계약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친정팀인 다저스의 움직임도 소극적이고, 커쇼 행선지의 단골 손님인 ‘고향팀’ 텍사스도 올해는 유독 잠잠하다.
다만 커쇼가 다저스로 돌아와 오타니와 극적으로 만날 가능성은 아직 존재한다는 평가다. 커쇼는 다저스의 상징이자, 팬들의 최고 스타다. 그리고 다저스는 커쇼가 건강을 되찾을 때까지 기다려 줄 용의가 있다. 다저스는 야마모토 요시노부와 타일러 글래스나우를 영입하며 선발 로테이션을 보강했으나 좌완 선발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기도 하다. 이제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커쇼와 오타니가 한 팀에서 만나는 장면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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