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되지만..." 4년 58억원에 뚫린 뒷문 지킬 약관의 예비 클로저, '400SV 레전드' 찬스 아껴둔 이유

이종서 2024. 1. 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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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KT의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에서 승리한 KT 박영현이 기뻐하고 있다. 잠실=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11.07/
1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국시리즈3차전 KT와 LG의 경기, KT 투수 박영현이 역투하고 있다. 수원=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3.11.10/

[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2024년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김재윤(34)은 2023년 시즌 32세이브를 비롯해 3년 연속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하고 KT 최초 150세이브 고지를 돌파하는 등 KT 위즈 클로저 역사를 썼다.

2023년 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얻은 그는 삼성 라이온즈와 4년 총액 58억원에 계약을 하고 팀을 떠났다.

올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한 KT 위즈는 당장 새 시즌 30세이브 이상을 담당할 마무리투수를 찾아야 했다.

2022년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박영현은 유력한 마무리투수 후보 중 한 명이다.

입단 첫 해 52경기에서 51⅔이닝을 던져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3.66을 기록한 그는 2년 차를 맞이한 지난해 68경기에서 75⅓이닝을 던져 3승3패 4세이브 32홀드 평균자책점 2.75을 기록하며 팀 핵심 불펜으로 우뚝 섰다. 홀드왕으로 생애 첫 타이틀까지 품었다.

큰 경기에서도 박영현의 모습은 빛났다. 2022년 준플레이오프에서 4경기에 나와 4⅔이닝을 던져 1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한 그는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는 4경기에 나와 5이닝을 소화하며 4탈삼진 무실점 피칭을 했다.

국제대회에서도 존재감은 확실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4경기에 등판한 그는 5⅓이닝 동안 8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무실점을 기록, 금메달 사냥에 앞장 섰다.

비록 한국시리즈 일정으로 참가가 불발됐지만,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을 앞두고 마무리투수로 박영현을 고려하기도 했다.

2023년 최고의 불펜 투수로 우뚝 선 박영현은 "2023년은 완벽한 해였던 거 같다. 이제 2024년이 중요한 시기인 거 같다. 2023년에는 많은 경험을 했다"고 돌아봤다.

박영현은 "힘든 시간도 있었고, 스스로 대견했던 것도 있다. 느낀 점이 많았다"라며 "특히 올스타전을 마치고 3경기를 못한 적이 있었다. 그 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던 거 같다. 체력적으로 힘들기보다는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했다.

박영현은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나고 7월 22일 삼성전에서 ⅓이닝 2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고, 다음날인 23일에도 삼성을 상대로 ⅔이닝 동안 4안타를 맞으며 3실점을 했다. 홀드는 올라갔지만, 내용은 좋지 않았다.26일 LG전에서도 1이닝 동안 2안타 1볼넷 2실점으로 흔들렸다.

1일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2023 리얼글러브 어워드, 리얼글러브상 구원투수 부문을 수상한 KT 박영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12.01/

쉼 없이 달려온 탓에 체력적인 한계에도 봉착했다. LG 트윈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4경기에 3⅔이닝 평균자책점 4.91으로 흔들렸다. 박영현은 "정말 많이 힘들었다. 많이 자기도 했는데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싫을 정도였다"라며 "안 던질 수 없던 상황이었던 만큼, 최선을 다했다"고 토로했다.

박영현은 이어 "올해 많이 던진 거 같다. 정규시즌 75이닝을 던졌다고 하지만 아시안게임, 포스트시즌에서도 던졌다. (겨우내) 몸 관리가 가장 중요한 거 같다"라며 "올해 잘했다고 해서 내년에 잘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현실을 직시했다.

김재윤이 이적한 빈 자리에 박영현의 활약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

확실하게 마무리투수로 낙점되지는 않았지만, 가장 유력한 후보임은 분명하다. 박영현은 "내게 기회가 찾아온 거 같지만, (김)재윤이 형이 떠나는 게 너무 아쉽다. 장난 식으로 KT의 마무리투수라고 하시는데 부담이 있지만, 꿈이 KT 마무리투수였던 만큼 그 말을 지키기 위해서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박영현은 그동안 롤모델로 '레전드 클로저' 오승환을 꼽아왔다. 입단 당시 큰 접점이 없었지만, 적극적 구애로 꿈꾸던 만남이 성사됐다. 연락처도 교환하기도 했다.

최고의 멘토에게 조언을 구할 수도 있지만, 박영현은 일단 스스로 부딪혀 보기로 했다. 박영현은 "당장 조언을 구하기보다는 내가 한 번 견뎌보고 너무 힘들겠다 싶으면 조언을 구해야 할 거 같다. 일단 이겨내는 것도 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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