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시장, 초상화 그려준 ‘동창’ 화가 대구미술관장에 ‘낙점’
홍 시장, 노중기씨 최종 선택
미술계 “예술계 퇴행” 반발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해 자신의 초상화를 전시했던 인사를 신임 대구미술관장에 낙점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지난달 29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임원추천위원회의 서류·면접 심사를 거쳐 노중기 화가(70·사진)를 대구미술관장에 선임했다고 2일 밝혔다. 노 신임 관장의 임기는 2년이다.
임원추천위는 7명으로 구성됐다. 대구시와 대구시의회에서 각 2명, 진흥원 이사회에서 3명을 추천했으며 위원장은 호선으로 정해진다. 진흥원은 여러 분야 전문가로 조직된 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심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지난달 7일 대구미술관장 공모를 했다. 공모에는 지자체 미술관장과 지역 문화재단 관계자 등 모두 6명이 응모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예술진흥원은 이후 복수의 후보를 대구시에 추천했고 홍 시장이 노중기 화가를 최종 낙점했다고 진흥원 측은 밝혔다.
노 관장은 대구 출신으로 홍 시장과 함께 영남고를 나왔다. 현역 작가이며 대구미술협회 부회장과 대구예술대, 영진전문대 외래교수 등을 지냈다.
그는 지난해 5월27일부터 8월20일까지 대구미술관에서 지역작가조명전 시리즈에 초대돼 개인전을 열었다. 노 관장은 당시 이미 일주일간 전시했던 추상 작품을 내리고 홍 시장 초상화인 ‘초상(肖像) 2023’을 내걸었다.
이 작품은 지난해 초 노 관장이 홍 시장에게 그려준 뒤 시청 대회의실에 전시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관장은 개인전이 끝날 때까지 작품을 내리지 않았다.
대구 미술계는 지역 망신이자 예술계 퇴행이라며 격앙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한 지역 작가는 “선임 과정이 투명했더라도 결과적으로는 부적절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인사”라며 “홍 시장의 정치적인 판단이 들어갔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 작가도 “시장 초상화를 전시에 포함시켜 도마에 오른 인물을 미술관장에 앉힌 것은 대구 미술계의 수치”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노 관장과 함께 인사·재무·전략기획 등 경영 업무를 총괄하게 되는 기획경영본부장 자리에 김진상 전 대구시 대변인을 임명하기도 했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측은 “리더십과 전문성뿐 아니라 청렴과 도덕성을 겸비한 임원 인선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대구미술관은 지난해 3월 당시 관장이 사임한 뒤 공모를 통해 안규식 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장을 임용했다. 이후 대구시는 부적절한 징계기록 발견 등을 이유로 내정을 취소했고 안 전 관장이 소송을 내면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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