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한국형 디스커버리’ 추진 시사
조건부 구속영장제 도입 검토
개인이 기업 상대 소송시 ‘증거 확보’ 보장
분쟁 초기 정확한 증거조사 가능
재판 중 결정적 증거 공개 방지
화해 권고 등 통해 효율적 해결
조희대, 신속한 재판 의지 피력
조희대 대법원장이 “증거수집제도를 개선하겠다”면서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증거개시 제도) 추진 방침을 시사했다. 또 “구속과 압수수색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조 대법원장이 영장제도와 함께 민사소송 절차를 개편해 재판 지연의 해소를 이뤄낼지 주목된다.
법원은 이를 통해 무죄추정과 불구속 수사·재판의 원칙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조 대법원장은 후보자 시절 관련 서면질의에 대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하되 전자장치 부착, 피해자 접근금지, 의료기관 치료·입원 등 조건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면,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 방지도 효과적으로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영미법계 국가에서 일찍부터 도입됐다. 미국은 변론 절차 전 쌍방 당사자가 법원의 관여 없이 증인을 신문하는 ‘진술녹취’ 등을 증거조사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영국과 호주, 캐나다 등에서도 미국과 유사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조 대법원장도 인사청문 서면 답변에서 대법원 디스커버리 연구반이 제안한 민사소송법 개정안에 공감을 표하며 “이런 사항이 입법화될 경우 실체적 정의에 부합하는 소송 결과를 도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법관과 교수,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연구반은 지난해 △소송당사자의 자료보존의무 부과 △제출명령 위반에 대한 제재 강화 △제출문서 유출 방지 위한 비밀유지명령제도 등을 제안한 바 있다.
부장판사 출신인 허경호 변호사(법무법인 로백스)는 “현행 민사 절차로는 소송당사자가 증거를 수집하는 데 구조적 어려움이 있다”면서 “디스커버리 제도가 충실한 재판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사전에 쟁점이 명확하게 드러나 신속한 재판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우 변호사(법무법인 주원)도 “증거를 하나의 패로 숨겨 두다가 재판 중 갑자기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며 “(제도 도입으로) 재판에서 무의미한 절차가 진행되는 걸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재판 지연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그는 법원 구성원을 향해 “가능한 한 신속하게 첫 기일을 지정하고 당사자와 함께 사안에 맞는 사건 처리 계획을 실천함으로써 절차에 대한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높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법원장이 중심이 돼 장기 미제 사건 처리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각급 법원의 실정에 맞는 사무 분담 장기화를 통해 심리의 단절과 중복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론 신속히 첫 기일을 지정하고 변론 종결부터 판결 선고까지 늘어지지 않도록 할 것, 쟁점이 많지 않은 사안은 판결서를 간이로 작성할 것을 주문했다.
이종민·안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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