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진으로 최소 48명 사망…24시간 동안 여진 200회
새해 첫날 동해와 면한 일본 혼슈 서부 이시카와현 노토 반도에서 일어난 규모 7.6 강진으로 2일 오후까지 최소 48명이 목숨을 잃고 수십 명이 다쳤다.
이시카와현 당국에 따르면 2일 오후 3시30분 기준 노토 반도 끝부분에 위치한 스즈시에서 20명, 와지마시에서 19명, 노토 반도 중부에 위치한 나나오시에서 5명이 이번 지진으로 목숨을 잃은 것을 포함해 이시카와현에서 48명의 사망자가 확인됐다고 일본 NHK 방송이 보도했다.
나나오시 공립병원엔 전날 밤까지 부상자 33명이 이송됐다. 스즈시 종합병원에도 지진으로 부상을 입은 이들이 계속해서 이송됐다. 이시카와현과 인접해 있고 노토 반도와도 가까운 도야마현에서 적어도 18명이 다쳤고 이 중 3명은 중상을 입었다. 도야마 현 인근 동해에 접한 니가타현에서도 19명이 다쳤다. 이시카와현에 접한 후쿠이현에서도 적어도 6명이 다쳤다.
지진으로 인한 건물 붕괴와 화재가 잇따르면서 사상자가 늘어날 것이 우려된다. NHK는 2일 오전 스즈시 경찰서에 무너진 건물에 사람이 갇혀 있다는 신고가 이어 접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즈시 상공에서 촬영한 영상에는 스즈시청 근처에서 무너진 건물이 도로를 막고 있는 모습이 보였고 인근 항구의 방파제도 크게 파손된 모습이 담겼다.
와지마 소방서에도 가옥이 붕괴했다는 신고가 50건 이상 접수됐다. 와지마시 중심부에서 전날 오후 6시께 발생한 화재는 14시간 이상이 지난 2일 오전까지도 진화되지 않았다. 일본 <교도> 통신은 이시카와현이 와지마시 화재로 건물 200동 가량이 불탔지만 추가 연소 위험은 잦아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HK는 2일 정오 기준 이시카와현과 도야마현 등에서 3만2 000명이 피난 중이라고 전했다. 방송은 와시마시에 위치한 노토 공항 주차장에 피난한 약 500명의 주민과 이용객이 인근 도로가 끊기며 고립됐고 스즈시 한 초등학교에도 500명이 피난 중이라고 설명했다.
단전과 단수 피해도 잇따랐다. NHK는 2일 오후 3시 기준 이시카와현 내 3만 2600호, 오후 2시 기준 니가타현 내 30호가 정전 상태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이날 오전 5시 기준 이시카와현 나나오시, 하쿠이시 전역 및 와지마시 대부분의 지역에 물이 끊겼다. 특히 나나오시 공립노토종합병원 등 이시카와현 내 병원 곳곳도 단수돼 급수차 파견이 검토되고 있다고 방송은 설명했다. 니가타현, 도야마현, 나가노현, 후쿠이현 일부 지역도 이날 오전 기준 단수가 지속됐다.
여진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10분께 규모 7.6의 지진이 일어난 뒤 2일 오후 4시 24분까지 노토 반도 인근에서 200회 가량의 여진이 일었다. 전날 오후 4시 18분께 규모 6.1의 추가 지진이 일어난 데 이어 오후 6시께까지 규모 5가 넘는 여진이 수차례 일어난 데 이어 2일 오전 10시 17분에도 규모 5.6의 여진이 발생하는 등 여진의 규모도 상당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2일 오전 10시께 일본 기상청은 이시카와현, 후쿠이현 등 동해 인접 지역에 내렸던 지진해일(쓰나미) 경보와 주의보를 모두 해제했다. NHK를 보면 이번 지진으로 1일 오후 4시 21분께 와지마시에서 1m20cm 이상, 같은 날 오후 7시 9분께 이시카와현 가나자와항에서 90cm 높이의 해일이 관측됐다.
새해 첫날 덮친 지진으로 주민들은 집이 아닌 대피소에서 명절을 보내게 됐다. 2일 <요미우리신문>은 나나오시 관공서가 피난온 주민들로 혼잡했고 시에서 나눠 준 담요를 몸에 두르거나 바닥에 깔고 누운 주민들이 여진 때마다 비명을 질렀다고 보도했다. 나나오시에서 여관을 운영하는 75살 여성은 신문에 새해를 맞아 놀러 온 장남 부부와 2명의 손자녀와 함께 피난을 왔다면서 "(지진 당시) 기어서 집을 빠져나와 도로로 도망쳤다. 저녁은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먹고 싶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아사히신문>은 2일 오전 와지마시 한 편의점 앞에 20명 가량이 모여 모닥불을 쬐고 있었다고 전했다. 신문은 영하의 상황에서 거리로 내몰린 피난민들이 추위와 구호물자 부족, 정보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붕괴한 건물 밑에 깔린 이들에 대한 구조 작업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애끊는 울음이 이어졌다. 2일 오전 <아사히신문>은 와지마시 중심부에서 7층으로 추정되는 건물이 뿌리째 뽑힌 것처럼 쓰러졌고 인근 목조로 보이는 건물이 7층 건물의 무게에 짓눌려 부서진 상황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친족으로 보이는 이가 "어째서", "왜"라며 울부짖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시카와현 지역지 <홋코쿠신문>은 2일 와지마시에서 지진으로 부서진 집에서 겨우 탈출한 80대 남성이 아직 잔해 밑에 배우자가 깔려 있는 상태에서 집 앞에 그저 서 있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 남성이 "도움을 요청해도 어차피 오지 않는다"고 말하며 구조를 포기한 기색이 역력했다며 참혹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직 활발한 구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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