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인 척 취재진 뚫고 기습…경찰 41명 있었지만 못 막아
범행 후 달아나려다 붙잡혀
‘구급차 출동 지연’ 지적에
소방당국 “21㎞ 거리” 해명
2일 오전 10시27분쯤 부산 가덕도신공항 부지 인근 전망대에서 김모씨(67)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목 부위를 흉기로 찔렀다. 김씨는 지지자처럼 행동해 접근했으며 이 대표 정면에서 달려들어 흉기를 휘둘렀다.
이 대표는 새해 첫날인 1일 국립서울현충원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한 뒤 곧장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이동해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에서 참배했다. 이어 이날 오전 부산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지역 현안인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에 대한 보고를 받은 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를 예방하고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었다. 이 대표가 대항전망대에 도착하기 30분 전인 오전 9시30분쯤 취재진이 탑승한 버스에 이어 서영교·정청래 의원 등 민주당 최고위원들이 탄 버스가 도착했다.
“이재명과 나는 동지다! 우리는 이재명과 함께 싸워 이길 것이다”라고 쓴 손팻말을 든 지지자도 보였다. 민주당 인재 영입 3호인 류삼영 전 총경도 같은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이 대표를 기다렸다.
전재수 의원(부산 북·강서갑)이 차에서 내리는 이 대표를 맞이했고, 최인호 의원(부산 사하갑)의 사회로 행사가 진행됐다. 이 대표는 “가덕신공항은 동남권 산업 경제의 새로운 출발”이라며 “무너지고 있는 동남권 경제를 다시 살리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행사를 마친 뒤 이동하려고 하자 기자들 질문이 이어졌다. 이 대표가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상태로 인터뷰를 하면서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뒷걸음치며 촬영하는 카메라 기자들을 비집고 들어간 김씨가 이 대표에게 다가갔다. 그는 “대표님! 사인 하나만 해주세요”라고 한 뒤 흉기를 휘둘렀다.
행사장에는 경찰관 41명이 있었으나 범행을 막지 못했다. 이 대표는 곧바로 쓰러졌고, 곳곳에서 비명이 들렸다. 민주당원들이 달려들어 이 대표의 목을 감싸 지혈했다. 오전 10시27분쯤 서영교 의원이 119에 신고했고, 오전 10시50분쯤 구급차가 도착했다.
이 대목에서 119 출동이 늦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가덕도 내에는 안전센터가 없어 출발할 수 있는 구급대가 없었고 피습 현장에 가장 빠르게 도착할 수 있는 지사센터에서 구급차가 출발했는데 현장과 21㎞ 거리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사건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뒤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어 오전 11시14분쯤 헬기에 실려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됐다. 부산대병원은 수술 없이 지혈 등 응급처치를 한 뒤 낮 12시46분쯤 헬기를 이용해 이 대표를 서울대병원으로 보냈다. 상처는 1.5㎝ 크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을 목격한 민주당 지지자 김운선씨(51)는 “가해자가 흉기를 들고 점프해 찌를 정도로 접근할 수 있었다”면서 “사복경찰은 모르겠지만 정복을 입은 경찰은 현장에 3명 남짓 있었는데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경호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느냐”며 울먹였다. 김씨는 이어 “구급차도 너무 늦게 왔다. 느낌상으로는 30분에서 1시간은 걸린 것 같았다”고 말했다.
권기정·김현수 기자 kwo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어떻게 이런 일이…끔찍하다” 피습 영상 확산에 “공유 자제”
- 박근혜·송영길도 흉기에 피습…노무현·이명박은 계란 맞기도
- 윤 대통령 “어떤 경우라도 폭력행위 용납 안 돼”
- 목소리 낮춘 여야 ‘자중 모드’…이낙연, 탈당·창당 보류 예상
- 이 대표 재판 내주 일정부터…줄줄이 연기될 듯
- ‘파란 왕관’ 테러범, 지난달 부산 행사 때도 접근했다
- 이 대표, 2시간 수술 후 중환자실로…“경동맥 손상 없어 다행”
- 이재명 ‘흉기 피습’…여야 “테러 규탄”
- [단독] 강혜경 “명태균, 허경영 지지율 올려 이재명 공격 계획”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