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에 초토화된 일본 이시카와현, 여진 공포에 떤다
피해 규모 갈수록 ‘눈덩이’
새해 첫날 일본 이시카와현에서 발생한 규모 7.6 강진으로 수십명이 사망했다. 무너진 건물에 깔린 주민들에 대한 신고가 잇따르고 있고, 각지에서 화재가 발생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의 지진과 쓰나미 위험은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이 일대에는 많은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만큼 향후 원전 안전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2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발생한 강진으로 오후 8시 현재 최소 48명이 사망하고, 부상자도 100명이 넘었다. 도로와 건물 등이 심각하게 파괴된 만큼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NHK는 지진 피해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이시카와현 관리들이 현재 감당할 수 없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부상자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지진으로 인한 정전 등으로 필수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3개 현에 있는 19개 의료 시설이 정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현재 3만가구 이상에 전기 공급이 끊겼고, 단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인명 구조를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하며 이날 ‘비상재해대책본부’ 회의를 개최해 구체적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현재 전국에서 수천명의 자위대와 경찰, 소방 인력 등이 구조 작업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도로 등이 심하게 무너져 접근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시카와현 스즈시에 있는 가나자와 대학 주차장에 파이프와 의자 등을 늘어놓아 ‘SOS’ 문자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 이날 NHK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이시카와현 와지마시의 노토공항은 도로 균열로 접근이 불가능해 약 500명이 공항 내 주차장에 고립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는 노토반도의 도로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뱃길을 통한 물자 지원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일 원전 밀집지’ 노토…외신, 피해 규모 촉각
호쿠리쿠전력 “시카 원전, 정전·기름 누출뿐”
밤사이 크고 작은 여진의 공포도 계속됐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새벽 규모 4.9의 여진이 일어났고, 노토반도에서는 이날 오전 6시까지 진도 2 이상의 지진이 129회 관측됐다고 NHK는 전했다. 전날 이시카와현을 비롯해 후쿠이·사도·도야마현 등에 내려졌던 쓰나미 경보는 모두 해제됐지만, 당국은 며칠 동안 여진이 계속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지진 발생 직후 인근 체육시설과 주민센터 등의 대피소로 피난을 떠났던 주민 약 10만명 중 상당수는 쓰나미 경보가 해제된 후 집으로 돌아갔으나, 아직도 3만2000여명이 피난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최대 명절인 설날을 맞아 축하 행사와 가족 모임 등을 하던 국민들은 공포에 떨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시카와현에 거주하는 74세 주민 스기모리 노부코는 로이터통신에 “이런 지진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며 “집 앞 벽이 크게 갈라졌고, 가구들이 심하게 흔들렸다”고 전했다. 운전 중 지진을 겪은 남성은 아사히신문에 “차가 크게 흔들리면서 도로가 두부처럼 흐물흐물 갈라졌다.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번 강진으로 건물과 기둥 등이 무너지고 흔들리는 모습과 혼비백산 상태의 사람들이 소리치는 모습이 담긴 영상들이 올라왔다. 7층 건물이 그대로 옆으로 쓰러져 인근 도로를 덮쳤고, 아스팔트 도로 옆 보도블록이 갑자기 위로 솟구치며 물결처럼 출렁였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노토반도 북부에서는 2020년 12월 이후 지금까지 진도 1 이상 지진이 506회 발생했다. 나카지마 준이치 도쿄공업대 교수는 “일반적인 군발지진에서는 규모 6을 넘는 지진은 드물다. 단층이 넓게 움직였다는 것인데, 솔직히 놀랐다”고 말했다. 이마무라 후미히코 도호쿠대 교수는 “지진과 쓰나미가 이것으로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시카와현뿐 아니라 인접 니가타현, 후쿠이현 등에 원전들이 밀집해 있다는 점이다. 세계핵산업동향보고서(WNISR)에 따르면 후쿠이현의 미하마·오이·다카하마에는 2022년 1월 기준 일본 내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10기 중 5기가 몰려 있다. 시카 원전을 담당하는 호쿠리쿠전력은 지진으로 정전과 기름 누출이 있었지만 방사성 유출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지진 활동이 활발해질 경우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나와 질(대통령부인)은 지진 피해를 본 일본 국민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며 “일본 국민들을 위해 필요한 모든 지원을 기꺼이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기시다 총리는 영국의 좋은 친구이며, 일본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도 일본에 위로를 전하며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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