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흉기 피습…2시간 혈관재건술 후 중환자실서 회복중(종합4보)
"살인 고의 있었고 인터넷서 흉기 구입" 진술…당적 여부 확인 안돼
여야 "있어서는 안 되는 정치 테러…빠른 쾌유 기원"
(서울·부산=연합뉴스) 박경준 차근호 한주홍 정수연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부산 현지 방문 일정을 소화하던 중 60대 남성에게서 목 부위를 흉기로 습격당했다.
이 대표는 사건 현장에서 응급 처치를 받은 뒤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돼 외상 담당 의료진으로부터 응급 치료를 받은 뒤 헬기로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대표는 내경정맥이 손상된 것이 확인돼 2시간가량 혈관 재건술 등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실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검거한 60대 남성 김모 씨(1957년생·67)로부터 "살인 고의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하고 구체적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지지자들 사이서 "사인해 주세요" 말한 뒤 흉기 휘둘러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27분께 부산 가덕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하고 차량으로 이동하다가 김씨에게서 흉기로 목 왼쪽 부위를 공격당해 피를 흘린 채 쓰러졌다.
이 대표는 출혈이 이어졌지만, 의식을 잃지는 않았다.
일정을 함께하던 지도부와 당직자 등은 곧바로 119에 신고한 뒤 지혈 등 응급 처치를 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곧바로 이 대표를 공격한 김씨를 검거해 연행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김씨는 이 대표 주변에서 지지자처럼 행동하던 중 사인을 요구하며 펜을 내밀다가 소지하고 있던 18㎝ 길이 흉기로 이 대표를 공격했다.
한 당직자는 "이 대표가 행사를 마치고 이동하던 중 비명이 들려 모두가 깜짝 놀랐다"라며 "이 대표가 바닥에 쓰러진 뒤 상당량의 피를 흘렸고, 피의자도 바로 현장에서 검거됐다"고 전했다.
갑작스러운 흉기 공격에 아수라장…영상에 찍힌 범행 상황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개된 영상과 현장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 대표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용지를 둘러본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을 끝내고 서서히 발걸음을 떼며 이동하고 있었다.
취재진에게 빽빽하게 둘러싸여 있다가 이동하면서 주변이 약간 느슨해졌다.
당시 취재진 바로 뒤에는 머리에 파란 종이 왕관을 쓰고 뿔테안경을 쓴 김씨가 서 있는 장면도 찍혔다.
김씨는 왼손에 종이와 펜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들고 있었다.
목격자에 따르면 김씨는 "사인해 주세요"라고 말하며 취재진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이 대표와 매우 가까워지자 김씨는 갑자기 오른손을 힘껏 뻗어 이 대표의 목 부위를 흉기로 찔렀다.
범행을 인지한 주변에서는 "악"하는 비명이 터져 나왔고, "뭐야, 뭐야, 뭐야" 하고 당황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 대표는 곧바로 바닥에 쓰러지고, 김씨는 주변 사람과 경찰에 의해 바로 제압됐다.
한 목격자는 "머리에 '내가 이재명' 이렇게 쓰고 돌아다녀 열혈지지자인 줄 알았다"면서 "너무 깜짝 놀라 목소리가 다 떨리고, 이 대표가 피를 많이 흘린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목격자도 "처음부터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고, 갑자기 범행했다"면서 "체포 직후 소리를 치거나, 외치는 등 이상 행동은 없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달 13일 부산에서 열린 민주당 부산지역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 현장 인근에서도 목격된 점으로 미뤄 이 대표를 꾸준히 따라다닌 것으로 보인다.
부산서 응급처치 후 서울로 헬기 이송…피의자 "살인고의 있었다"
이 대표는 사건 발생 20여분 만인 오전 10시 47분에 도착한 구급차에 실려 간 뒤 헬기로 오전 11시 13분께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이송됐다.
이 대표는 외상 담당 의료진으로부터 응급 검사와 응급 처치를 받았다.
이 대표는 목 부위에 1.5cm 정도 열상을 입었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응급처치를 마친 이 대표는 이날 오후 1시께 헬기 편으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오후 3시 45분께 시작된 수술은 애초 1시간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2시간 남짓 진행됐다고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이 서울대병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오후 5시 56분에 집도의가 보호자에게 설명한 수술 경과를 기자들에게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이 대표는 내경정맥이 손상된 것이 확인돼 혈전 제거를 포함한 혈관재건술을 받았다. 정맥에서 흘러나온 혈전이 예상보다 많아 관을 삽입한 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실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김씨가 민주당 당원인지를 묻는 말에 "(수사 당국에서) 공식적인 확인 요청이 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대답했다.
'국민의힘 입당 전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우리가 확인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경찰청에 즉시 수사본부를 설치한 경찰은 2일 오후 언론 브리핑을 했다.
경찰은 "김씨가 조사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를 죽이겠다는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충남에 거주하는 김씨는 이 대표 공격에 쓴 흉기를 인터넷에서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씨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 구체적인 범행동기와 배후 유무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 "폭력 용납 안 돼"…여야, 진상 규명과 쾌유 기원 한 목소리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 피습 소식에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며 이 대표의 안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고 대통령실 김수경 대변인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경찰 등 관계 당국이 신속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이 대표의 빠른 병원 이송과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사회에서 절대로,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이 대표님의 빠른 회복을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 당국은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서 전말을 밝히고, 책임 있는 사람에게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괴한에 의한 테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 대표 피습은) 명백한 민주주의 파괴 행위"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도 "충격과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며 "부디 이 대표의 부상이 크지 않기를, 이 대표가 어서 쾌유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했다.
정의당 김준우 비상대책위원장도 "이재명 대표의 흉기 피습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쾌유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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