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금융권에 관대한 정부 정책의 이중잣대
정부 정책은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공정성과 형평성 논란이 없어야 한다. 2022년 정부는 ‘체육시설법’을 개정하여 대중골프장에 대한 세금 인상과 이용요금을 직접 규제하고 있다. 대중골프장의 이용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여론을 반영하여 민간기업에 대한 이용요금 통제법(주중 18만8000원, 주말 24만7000원 이하)을 만든 것이다.민간기업에 대한 이용요금 통제는 반시장적이고 사적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업계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법 개정을 강행했다. 그런데 코로나19 소멸과 함께 국내 골프장 이용 과열현상이 소멸하면서 이 법은 무용지물이 될 처지에 놓였다.
이에 반해 소상공인, 자영업자, 청년 등 경제 취약계층의 고금리로 인한 고통은 골프장 이용객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고금리로 역대급 예대마진 수익을 챙기는 금융권에 관대했다. 횡재세 도입에도 강력히 반대했다. 그러다가 최근 은행권의 고금리를 지적하는 대통령의 발언 직후에야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이자를 낮춰달라고 압박했다. 정부 정책의 이중잣대와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가계대출은 2022년 4분기 말 1760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6.6%이다. 이는 영국 86.4%, 미국 78%, 일본 67.6%, 프랑스 67.1%보다 훨씬 높다. 또한 2022년 4분기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40.6%로 부채는 늘고 상환능력은 하락하는 형국이다.
그런데 공공재 역할을 해야 할 은행권은 독점적 지위를 악용하여 최대의 행복을 누리고 있다. 코로나19로 가계 빚은 늘고 높아진 대출금리로 서민들은 파산과 연체 위험이 커지는 상황인데 은행은 치열한 경쟁 없이 은행 이익의 90% 이상을 이자 장사로 수익을 올리고 과도한 배당금 잔치로 일관하고 있다. 은행의 이자수익은 2019년 4분기 75조5000억원, 2020년 4분기 67조2000억원, 2021년 4분기 66조원, 2022년 2분기 40조9000억원 등 천문학적이다. 평균 예대금리차도 2019년 4분기 2.17%포인트에서 2021년 2.21%포인트, 2022년 2분기 2.40%포인트 등으로 계속 상승했다. 특히 신용점수 5등급 이하는 5~10%포인트에 이른다. 가중평균 금리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은행들의 소비자 금리인하요구 수용률은 평균 30~40% 수준이고 신용점수가 낮은 구간의 경우 20%대에 불과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배당 성향도 보통 당기순이익의 20~30% 수준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은행들의 배당 성향은 40%에 육박한다. 코로나19 위기와 세계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하여 20% 이내로 한시적 제한해달라는 금융당국의 권고를 무시하고 있다.
반면 고금리로 인한 자영업자, 소상공인, 청년 등 경제 취약계층의 고통은 심각하다. 저신용·저소득 계층은 신용도가 낮아 생계자금 등 필요한 자금을 이자율이 낮은 제1금융권보다는 이자율이 높은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또는 대부업 등을 이용하고 있다. 2021년 연중 가계대출 123조5000억원 중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이 27조원인데 이 중 기타대출 비중이 66.7%를 차지하고 기타대출 중 이자가 비싼 상호금융 비중이 74.5%를 차지한다. 또한 카드사 결제성 리볼빙 서비스 이용자 수도 2020년 246만9000명에서 2022년 7월 말 273만5000명으로 26만명 이상 늘었고 이용금액은 7조원에 육박한다.
정부는 재산권 침해니, 시장 자율을 핑계로 서민의 금리 인하에는 인색하고 과도한 배당잔치를 하는 은행권을 더 이상 옹호할 때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은행권이 발표한 민생금융지원이 지속되어야 하고 불합리한 금리공시제도를 개선하여 공정한 인하 경쟁을 유도하는 한편, 정책서민금융상품에 대한 18개 은행의 적극적인 자금 출연 확대와 저소득·저신용자에 대한 저금리 대환 상품의 지원 확대 등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경제 취약계층에 대한 이자부담 경감제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서민경제가 살아나야 한국 경제가 살고 국민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류근식 (사)입법정책연구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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