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역대급 엑소더스, 4일만에 1.2조원 순매도…애플만 4천억원 던졌다[서학픽]

권성희 기자 2024. 1. 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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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탑픽]
[편집자주] 서학개미들이 많이 투자하는 해외 주식의 최근 주가 흐름과 월가 전문가들의 평가를 분석해 소개합니다.

서학개미들이 미국 증시에서 발을 빼려는 듯 단 4거래일만에 9억7000만달러에 달하는 순매도를 단행했다. 한화로 1조2000억원이 넘는 돈이다. 최소한 최근 2년새 이렇게 많은 규모의 순매도가 일어난 적은 없었다.

미국 증시가 큰 폭의 랠리를 누린 2023년 마지막 주에 대대적인 차익 실현이 이뤄진 반면 매수 주문은 거의 없어 이같은 대규모 순매도가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애플 한 종목만 3억달러(약 4000억원)가 넘는 순매도를 기록했다. 3억달러는 통상 한 주간 미국 증시 전체에 대한 순매도로도 많은 규모다. 애플 주가에 유의미한 상승 모멘텀이 기대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인지 주목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들은 지난해 12월20~26일(결제일 기준 26~29일) 사이에 미국 증시에서 9억6994만달러를 순매도했다.

지난해 12월23~24일은 토요일과 일요일, 25일은 크리스마스 휴장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단 4거래일만에 이뤄진 대규모 순매도다.

미국 증시에서 서학개미들의 순매도는 7주째 이어졌고 순매도 규모는 역대급이었던 지난해 11월8~14일의 4억8349만달러 대비 2배에 달했다.

지난해 12월20~26일 동안 S&P500지수는 0.1%, 나스닥지수는 0.5% 강세를 나타냈다. 이후 지난해 12월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은 S&P500지수가 0.1%, 나스닥지수가 0.4% 약세를 보였다.

서학개미들의 대규모 순매도는 2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미국 증시가 많이 오른데 따른 차익 실현이다. 둘째는 이미 많이 오른 종목을 뒤늦게 추격 매수했다 손실을 입은 서학개미들의 절세용 매도다.

미국 주식은 매년 실현된 차익 가운데 250만원이 넘는 금액에 대해 22%의 양도소득세(주민세 2% 포함)를 내야 한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250만원이 넘는 차익이 실현됐는데 손실이 난 종목이 있다면 일단 팔아 손실을 현실화하는 것이 세금을 줄이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이 기간 동안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은 3억1598만달러를 순매도한 애플은 지난해 12월14일 198.11달러로 종가 기준 사상최고치를 기록한 뒤 26일 193.05달러로 마감해 2.5%가량 하락했다.

이미 다른 종목에서 250만원 이상의 차익이 났는데 애플을 193달러 위에서 매수했다면 애플을 매도해 손실을 현실화할 만한 유인이 있는 셈이다.

다만 테슬라를 제외하면 서학개미들이 대규모로 순매도한 종목 대부분이 거의 연중 최고가 부근에서 지난 한 해를 마감했다.

이를 고려하면 손실 현실화보다는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거나 추가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는 생각에 주식을 대거 매도해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애플과 함께 7주째 매도 우위를 지속했다. 순매도 규모는 직전주에 이어 2주 연속 1억달러가 넘었다.

테슬라는 지난해 7월18일 주가가 300달러에 육박했으나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29일 종가는 248.48달러였다. 250달러 위에서 매수한 투자자라면 손실 현실화를 위한 매도를 고려할 만했다.

게다가 테슬라는 주가가 250달러를 넘어가면 그 아래에서 주식을 매수한 단타 투자자들의 차익 매물도 늘어난다. 실제로 테슬라는 지난해 12월14일 두 달만에 주가가 250달러를 넘어서자 이후 2주 연속 순매도 규모가 1억달러를 웃돌았다.

서학개미들이 지난해 12월20~26일 동안 세 번째로 많이 순매도한 종목은 엔비디아였다. 서학개미들은 엔비디아를 6683만달러 순매도했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11월20일 504.09달러로 종가 기준 사상최고가를 기록했고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에도 이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495.22달러에서 거래를 마쳤다.

각각 ICE 반도체지수와 나스닥100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SOXL)와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TQQQ)도 6311만달러와 5354만달러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이같은 3배 레버리지 ETF는 벤치마크 하락시 손실이 3배로 커지기 때문에 차익이 어느 정도 나면 매도하는 편이 안전하다.

애플과 테슬라, 엔비디아 외에 나머지 매그니피센트 7 종목인 알파벳(-3469만달러)과 마이크로소프트(-2238만달러), 아마존(-1706만달러), 메타 플랫폼(-1051만달러)도 일제히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반면 지난해 12월20~26일 사이에 서학개미들의 순매수는 극히 저조했다. 순매수 규모가 1000만달러를 넘는 종목이 화이자 단 하나뿐이었다. 화이자는 지난해 43.8% 급락해 서학개미들이 저가 매수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매출 부진을 경고한 뒤 지난해 12월22일 하루만에 주가가 11.8% 폭락한 나이키도 757만달러 순매수됐다.

지난해 내내 급등락하며 부진한 수익률을 보이다 12월13일 이후 급반등한 태양광업체인 퍼스트 솔라는 529만달러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퍼스트 솔라는 연말 급등세로 지난 한 해 15.0% 상승 마감했다.

이외에 테슬라의 하루 수익률을 2배 추종하는 티렉스 2배 롱 테슬라 데일리 타겟 ETF(TSLT)가 673만달러 순매수된 것 정도가 눈에 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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