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에게 뺏기고 '포스트 양의지'에게 밀렸다...끝나지 않은 시련, 박세혁은 다시 증명해야 한다
[OSEN=조형래 기자] NC 다이노스 포수 박세혁(34)의 FA 이적 첫 해. 다시 부활의 의지를 다졌는데, 끝맺음이 만족스럽지 못했다. 박세혁은 FA 2년차에 다시 증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박세혁은 지난해 FA 자격을 획득하고 두산에서 NC로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4년 최대 46억 원의 조건이었다. 프로 선수들의 꿈이라고도 할 수 있는 FA 자격 취득에 적지 않은 금액에 계약했다. 그러나 박세혁은 원 소속팀 두산에서 우선순위가 아니었다.
당시 시장에는 양의지라는 최대어가 있었다. 두산은 박정원 구단주가 직접 나서서 계약을 주도했고 4+2년 최대 152억 원이라는 대형 계약을 맺었다. 2018시즌 양의지의 첫 번째 FA때 제대로 협상조차 하지 못한 채 NC(4년 125억 원)로 떠나 보냈던 아픔을 이전보다 월등한 계약 조건으로 씻었다. 이 과정에서 박세혁은 철저히 외면 당했다.
박세혁은 양의지가 떠난 뒤 4년 간 두산의 주전 포수였다. 투수들의 신뢰를 받았고 2019년, 양의지가 떠난 첫 해, 주전 포수로 통합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양의지의 그늘에서 벗어나자마자 주연이 됐다. 그러나 이후 박세혁의 커리어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특히 2021년 4월 16일, 잠실 LG전에서 김대유(현 KIA)의 공에 얼굴을 맞는 큰 부상을 당했다. 안와골절 부상으로 두 달 가량 결장했다. 이 해 정규시즌 96경기 타율 2할1푼9리 52안타 64타점 OPS .566의 성적에 머물렀다. 2022년에는 소폭 반등했지만 타율 2할4푼8리(351타수 87안타) 3홈런 41타점 OPS .636의 성적에 그쳤다. 벤치의 신뢰도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결국 박세혁은 양의지의 계약에 떠밀리듯 시장으로 나왔다. 그리고 양의지를 잃은 NC가 박세혁에게 손을 내밀었다. 4년 46억 원(계약금 18억 원, 연봉 총액 24억 원, 인센티브 4억 원)이라는 조건이었다. 앞선 시즌들의 부진에 비하면 시장가가 높게 책정됐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강인권 감독은 과거 두산에서 박세혁과 함께했던 인연이 있었고 박세혁의 부활을 자신했다. 안와골절 트라우마에 대한 것 역시 함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렇게 박세혁은 유니폼을 갈아입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빠르게 신뢰를 얻어 갔고 주전 포수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4월 중순, 또 한 번 박세혁에게 불의의 부상이 찾아왔다. 4월 14일 인천 SSG전에서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백스윙하는 배트에 머리를 강하게 맞았다. 박세혁은 그대로 쓰러졌다. 당시 12경기 타율 2할6푼3리(38타수 10안타) 2홈런 6타점 OPS .754의 성적을 기록 중이었다. 타격에서 좋았던 페이스가 다시 뚝 떨어졌다.
주전 포수의 자리는 굳건했지만 그렇다고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페이스가 좀처럼 다시 올라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8월 중순, 왼쪽 손목 건염 진단을 받았다. 부상 회복도 더뎌지면서 순위 싸움이 한창이던 8월 중순부터 10월까지 한 달 반 가량을 이탈했다.
이 사이 주전 포수의 무게추는 지난해 상무에서 전역한 뒤 김형준에게 넘어갔다. 김형준에게 넘어갔다. 김형준은 '포스트 양의지'로 불렸던 대형 포수 유망주였지만 상무 전역 즈음 당한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복귀 시점이 늦어졌다. 십자인대 부상에서 회복된 이후에는 발목 부상까지 당하면서 1군 복귀가 늦어졌다. 이후 착실하게 재활을 한 뒤 1군에 콜업됐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차출 시점 즈음에 실전 감각을 완전히 되찾았다. '포스트 양의지'의 면모를 조금씩 보여주면서 주전 자리를 굳혀갔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NC 주전 포수 구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김형준이 금메달까지 목에 걸고 돌아온 뒤에는 주전의 무게추가 완전히 넘어갔다. 박세혁은 입지를 잃었다. 포스트시즌 36경기에 나섰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경험했던 베테랑 포수였지만 한 번도 주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NC의 포스트시즌 여정을 책임진 주전 포수는 김형준이었고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박세혁은 음지에 주로 머물렀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승승장구를 해오다가 기세가 한 번 꺾이면서 박세혁에게 기회가 올 법 했지만 강인권 감독은 김형준을 뚝심있게 밀어붙였다. 교체로 2경기 출장했지만 박세혁은 짧은 시간 강인권 감독의 신뢰를 되찾지 못했다.
FA 이적 1년차, 희망에 부풀었고 본인도 의지를 다졌지만 결국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올해 타격 성적은 88경기 타율 2할1푼1리(242타수 51안타) 6홈런 32타점 OPS .654를 기록했다. 공수에서 박세혁의 기대치는 이적 초창기보다는 낮아진 상태다.
박세혁은 또 다시 증명해야 한다. 만년 백업으로 오랜 시간을 버티고 주전으로 올라섰다. 시련의 시간이 길어지지만 그만큼 각오가 대단하다. 박세혁은 올해 손아섭의 타격왕 부활을 이끈 '강정호 스쿨'로 향한다. 손아섭은 "(박)세혁이도 더 늦기 전에 마지막으로 발버둥을 치는 것 같다. 정호 형한테 배워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가기로 했다"라면서 박세혁의 부활 의지를 대신 전했다. 과연 박세혁은 시련의 시간들을 끝내고 주전 포수 구도를 다시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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