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58년 독대장의 꿈…도예가 강효용
[KBS 창원] 흙가래를 일정한 두께로 다듬는 수레질에 온 손의 힘과 감각을 집중합니다.
["젖 먹던 힘까지 하는데 이 타렴도 손가락 힘도 힘이지만 이게 기술입니다. 요즘 애들이 타렴을 좀 배우라고 해도 안 배워요. 힘이 드니까."]
흙과 함께한 58년의 손끝에서 3대를 잇는 옹기가 완성됩니다.
분청사기 본고장 김해 진례는 솜씨 좋은 도공이 많은 곳인데요.
강효용 씨는 옛 방식대로 옹기를 만드는 유일한 독대장입니다.
["아따 안이 깔끔하니 좋네."]
[강효용/도예가·국가기능장인 : "옛날 이런 이야기 들어봤잖아요. 100년 묵은 간장 그죠? 근데 기계(로 만든 옹기)는 100년 못 삽니다. 숨을 제대로 못 쉬니까."]
음식 맛은 장맛이, 장맛은 옹기가 좌우할 만큼 옹기의 발효과학과 우수성은 이미 정평이 나 있죠?
벌레가 못 들어오게 가장자리에 물을 담을 수 있는 전통 고추장 항아리.
불에 강한 흙으로 빚은 약탕기 등 계급과 계층을 아우르며 수천 년을 이어온 옹기는 강효용 씨의 자부심입니다.
["지금 이 약탕기를 손으로 하는 데가 없어요. 두께가 정확하게 이게 8mm, 독은 9mm. 1cm 미만입니다. 그런데 기계는 1cm가 넘는다는 거죠. 그리고 또 다져버리기 때문에 숨구멍이 좀 막힌다고 보면 돼요."]
물레 위에 반죽한 흙을 엎어 바닥을 만든 후 굵은 흙가래를 쌓아 올리는 타렴질에선 지역색이 묻어나기도 합니다.
["전라도 지방은 타렴을 넓적하게 해서 갖다 붙이는 거고 우리 경남은 이걸 소위 막타렴이라 그럽니다. 가래같이 해서 타렴을 한다고 그래서 가래타렴이라 그럽니다."]
수레질은 일정한 두께로 옹기의 형태를 잡아나가는 기술인데요.
안팎을 매끈하게 다듬는 근개를 비롯해 부채와 방망이, 쓸대, 가장칼 등 모든 연장은 그가 직접 만든 겁니다.
["옛날 어른들 곰방대 같이 생겼다 그래서 이름이 곰방댑니다. 그러니까 큰 독 같은 거 만들 때 안에 손이 안 닿잖아요. 이게 손 대신에 가서 배를 내주는 거예요. 도자기 재료상에 가면 기계로 깎아 놓은 게 나와요. 그건 치면 독이 다 깨져 버립니다."]
노련한 손기술과 발 물레질이 수레바퀴처럼 맞물려 옹기 뚜껑이 완성됐는데요.
무거운 흙가래로 1m, 2m에 달하는 대형 옹기를 빚어서 말리고 유약을 발라 가마에 굽기까지 수월한 공정이 하나도 없습니다.
["독대장만이 타렴으로 인해서 이런 대형 도자기를 얼마든지 크게 만들 수가 있지."]
옹기의 타렴질을 적용한 대형 분청도자기와 도자기 등(燈)은 그의 전매특허.
도자기 특유의 울림을 자랑하는 분청인화문장구, 분청북에 대금까지 도자기로 빚은 악기도 옹기의 타렴질을 활용한 겁니다.
[강효용/도예가·국가기능장인 : "내가 이걸 한 지가 45, 46년 됩니다. 이 장구 만든 지가…. 그래서 분청 장구는 제가 1호입니다. 제가 아버지한테 전수를 받았어요. 우리 대로는 내가 2대, 우리 아들이 3대. 형제들도 우리 5남매가 지금 김해 분청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숨이 끊어져야 다 배운 것'이라는 부친의 가르침대로 그는 옹기와 분청을 응용하고 접목한 현대도자로 또 다른 진화를 준비 중입니다.
국가기능장인, 백년소공인, 대한 명인에 이름을 올린 그는 그저 독대장으로 불리고 싶습니다.
["죽을 때까지 해야 안 되겠습니까. 도자기는 계급사회가 있어도 옹기는 계급사회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왕이 사시던 궁에도 장독대가 있어야 되고 서민도 장독대가 있어야 해요. 후학들한테 조금이라도 가르쳐 주고 죽고 책도 한 권 엮어내고…."]
58년 독대장의 투혼이 시대와 사람을 아우르는 우리 그릇 옹기로 오래오래 빛나길 바랍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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