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 생성형 AI 활용… 보도자료 넣고 기사 주문 시작

박서연, 금준경 기자 2024. 1. 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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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생성형AI' 보도자료 기사 작성에 도입… 한경·이데일리도 준비
"AI가 보도자료 처리하는 게 능사 아닐 수 있어" 지적도
언론인 54.3% 생성형 AI 활용 "대체로 클로바 사용, 중요한 녹취는 직접 들어"

[미디어오늘 박서연, 금준경 기자]

기자 개개인이 생성형 AI 기술이 탑재된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언론사 자체적으로 생성형 AI 기술 도입에 나서고 있다. 조선일보가 생성형 인공지능을 통해 보도자료 기사 작성을 하는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으며 한국경제, 이데일리 등도 관련 서비스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기자 개개인들의 인공지능 서비스 활용도 늘고 있다.

▲조선일보가 생성형 AI를 활용해 쓴 기사 하단에 생성형 AI를 사용했다고 표기하고 있다. ⓒ조선일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조선일보는 미디어DX 회사에서 개발한 생성형 AI 프로그램을 활용해 간단한 보도자료를 프로그램에 넣으면 데스킹 전 단계까지 기사를 써주는 기술을 적용했다. 생성형 AI를 사용해 작성한 기사 하단에는 “조선일보와 미디어DX가 공동 개발한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기사”라고 표기했다. 지난달 21일부터 25건 가량(홈페이지 기준)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기사가 보도됐다. 다만 조선일보 CMS 아크가 아닌 별도의 홈페이지에서 베타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어 활용 사례가 아직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데일리도 자사 CMS와는 별개로 여러 기능이 탑재되는 '슈퍼 데스크'라고 불리는 서비스를 마련했다. '슈퍼 데스크'를 만든 개발자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보도자료를 넣으면 기사를 생성하거나, 영상 콘텐츠 제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 등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토 중인 해당 기능들이 얼마나 필요한지 등 편집국 구성원들과 합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정훈 이데일리 편집국장은 지난달 29일 미디어오늘에 “조선일보가 (보도자료 기사 작성 생성형 AI 프로그램) 쓰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슈퍼 데스크'에 생성형 AI 일부를 넣으려고 한다. 기존 콘텐츠 생산 방식과 충돌하는 부분도 있고, 어떤 기능을 탑재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며 “실무단에서 서비스 테스트만 하는 상황이다. 개발팀 의견이 정리돼서 오면 편집국 의견도 반영해 다시 전달해서 최종적으로 어떤 기능을 탑재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CI.

보도자료 기사를 AI를 통해 작성하게 되면 업무 편의성이 커지고 기자들이 심층 취재에 투자할 시간이 늘어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취재를 하지 않은 보도자료 기사가 양산되는 우려도 있다.

이정훈 편집국장은 “보도자료 기사를 양산하는 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까. 보도자료를 어떻게 차별화해서 쓰느냐, 좀 더 추가 취재해서 가공해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게 더 중요할 수도 있다”며 “공시, 보도자료 등을 AI가 빠르게 처리하는 것이 능사는 아닐 수 있다. 콘텐츠 제작자와 AI 개발자들의 입장이 배치되는 부분들이 있다. 의견 합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A 기자는 “언론계 일각에서 기사 작성을 일부 대체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여러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 기사를 생성형 AI로 만드는 건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라며 “기사 첨부용 그래픽 거리를 만드는 데는 대단히 유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사의 오류나 비문을 잡는 보조적 기능 역시 기자 눈높이에 맞는 유저 인터페이스(UI)만 갖춘다면 대단히 유용하게 활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는 별도 사이트가 아닌 자사 CMS에 AI 기능을 대폭 확충해 기자들의 편의성과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김정호 한국경제 사장은 2024년 신년사에서 “특히 올해는 모든 부문에서 AI를 접목하고 활용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이제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AI에 맡기고 우리는 보다 고도화되고 부가가치가 높은 일에 집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도 “MBN은 기사 작성 과정 전반에 걸쳐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AI 기반 차세대 보도·정보시스템 마련에 나선다”고 밝혔다.

▲동아일보의 경제·경영 뉴스 AI 챗봇 'AskBiz' 데모 페이지. ⓒ한국언론진흥재단 유튜브채널 화면 갈무리

생성형 AI를 활용한 뉴스 서비스도 개발되고 있다. 지난달 6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뉴스빅데이터와 생성형 AI의 미래' 컨퍼런스에선 동아일보의 경제뉴스 AI 챗봇 'AskBiz'(가칭)의 사례가 발표됐다.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빅스터가 공동 개발해 DBR과 HBR코리아 같은 동아일보 경제·경영 전문 콘텐츠, 박영사 서적 데이터 등을 학습시키고 독자에게 맞춤형 정보를 대화 형태로 전한다. 예컨대 '착한 디자인이 무엇인지' 질문하면 답변을 해주고 하단에 출처를 노출하는 식이다. 내부 클로즈베타 테스트 등을 거쳐 조만간 동아닷컴 등에서 오픈할 예정이다.

생성형 AI는 뉴스 제작과 편집, 유통 등 전반에 활용될 수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대규모 언어모델과 저널리즘>(오세욱·송해엽) 보고서는 뉴스 제작 때 생성형 인공지능과 대규모 언어모델의 적용 범위에 관해 △접근 및 관찰(문서 데이터 탐색, 영상자료 요약) △뉴스작성(취재자료 정리, 문법 및 스타일 교정, 보도 초안 작성, 자동화된 기사 생성) △편집(분량에 맞춘 편집, 뉴스요약문 생성, 지정된 포맷으로 기사 변경, 헤드라인/리드 생성) △조정 및 관리(기사 내 팩트와 데이터베이스 비교 분석) 등이 있다고 밝혔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인공지능 서비스를 활용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기자들은 주로 음성을 텍스트로 바꿔주는 '네이버 클로바'를 사용하고 있다. 다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우려가 있어 보조적으로 활용했다.

▲음성 파일을 클로바노트 앱에 넣으면 한글로 워딩이 나온다. ⓒ클로바노트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종합편성채널 B 기자는 “클로바는 베타 때부터 개인적으로 쓰다가 업무에 본격 쓰기 시작한 건 작년부터다. 다른 사람들도 다 쓰길래 시작했다”면서도 “그러나 중요한 통화를 했을 경우엔 직접 들어보고 정리하는 편이다. 클로바가 음질이 떨어지면 인식을 잘 못해서 직접 녹취를 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언론 C 기자는 “취재 통화, 인터뷰한 다음 기사용으로 멘트를 추릴 때는 거의 항상 클로바를 쓴다”며 “1시간 넘는 인터뷰의 경우는 속기사의 속기를 이용한다. 속기사가 문단 나눔 등을 정확히 해주고, 기자 질문, 인터뷰이 답변을 정확히 구분해주기 때문이다. 아직 클로바는 약간 부족하다. 짧은 취재 통화의 경우 에이닷을 가끔 쓰고 있다”고 했다.

외국어로 취재할 때는 보다 많은 서비스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IT분야를 취재하는 종합일간지 D 기자는 “영어 녹취나 받아쓰기는 (영어 음성을 받아쓰는) 오터나 노타를 쓰고 번역이 필요할 때는 딥엘, 파파고를 쓴다. 영어 이메일을 쓸 때는 (영어 문장의 맞춤법을 검사해주고 첨삭해주는) 그래머리GO·챗GPT를 활용한다”고 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12월 발행한 <2023 한국의 언론인>에 따르면 직무수행 시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한 기자들은 54.3%에 달했다. 한국 언론인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AI 도구는 네이버 클로바(34.3%), 챗GPT(30.7%), 구글 바드(13.3%) 순이었다. 녹취·번역·교정 등에 활용(43.9%)한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자료 수집 및 분류(24.5%), 기사에 사용되는 텍스트·이미지 생성(20.2%) 순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 기술이 언론에 미치는 영향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규모 언어모델과 저널리즘> 보고서는 “현장의 언론인들이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단순히 기술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을 넘어 취재 및 제작 영역에 적극 반영하면서 실제 삶의 영역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경험해봐야 한다”며 “우선 많이 이용하는 것이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의 시작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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