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기의 과학풍경] 도파민 디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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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새해가 밝았다.
최근 디지털 중독이 급증하면서 '도파민 디톡스'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디톡스(detoxification)는 해독이라는 뜻이므로 도파민이 마치 몸에 해로운 것처럼 느껴진다.
도파민 디톡스가 상술처럼 느껴지지만 중독성 큰 나쁜 습관일수록 외부 도움 없이 스스로 벗어나기는 무척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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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2024년 새해가 밝았다. 이 글이 실리는 1월3일은 새해 결심을 실천하는 사람들에게 고비가 되는 날이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맞다면 말이다. 새해 결심은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과 나쁜 습관을 버리는 것으로 나눌 수 있는데 아무래도 후자가 많은 것 같다. 담배를 끊고 술과 야식을 자제하고 게임 시간을 줄이겠다는 식이다. 최근에는 소셜미디어(SNS)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같은 디지털콘텐츠 사용 시간을 줄이겠다는 사람들도 많다.
작심삼일이라는 표현처럼 이런 나쁜 습관에 한번 빠져들면 좀처럼 빠져나오기 어렵다. 이런 행동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뇌의 보상회로가 왜곡돼 행동을 끊으면 불안과 갈망, 집중력 저하 등 금단현상이 생기고 이를 견디지 못해 어느 순간 다시 시작하기 때문이다.
보상회로에는 여러 신경전달물질이 관여하지만 그 가운데 도파민이 가장 두드러진다. 나쁜 습관(자극)은 뇌에 직간접적으로 작용해 도파민 수치를 올려 쾌락을 주는데, 자극이 반복되면 회로의 도파민 민감도가 낮아져 다시 갈망이 일어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이런 습관적 행동이 건강을 해치거나 일을 방해하는 등 부정적인 결과를 일으킨다는 것을 알면서도 끊지 못할 때 중독이 된다.
다만 보상회로를 왜곡하는 정도는 자극의 종류나 개인의 성향(유전형)에 따라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커피의 카페인은 중독성이 약한 약물로 나이 들어 수면장애가 생기면 대다수 사람이 어렵지 않게 섭취량과 시간대를 조절할 수 있다. 반면 마약은 보상회로에 큰 왜곡을 유발하고 특히 펜타닐 같은 약물은 치명적이다. 마약은 애초 손을 대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최근 디지털 중독이 급증하면서 ‘도파민 디톡스’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리조트나 호텔은 와이파이와 심지어 전기까지 차단해 스마트폰을 쓸 수 없게 해 도파민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오게 돕는다고 한다. 이때 금단현상을 완화하는 숲길 체험 등을 병행한다.
디톡스(detoxification)는 해독이라는 뜻이므로 도파민이 마치 몸에 해로운 것처럼 느껴진다. 이는 스트레스호르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스트레스호르몬과 마찬가지로 도파민 역시 필수적인 생체물질이다. 배가 고프면 먹을 것을 찾고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는 것도 도파민이 신호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퇴행성 신경질환인 파킨슨병도 뇌의 흑색질에서 도파민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 일어난다. 도파민 역시 과유불급에 해당한다.
도파민 디톡스가 상술처럼 느껴지지만 중독성 큰 나쁜 습관일수록 외부 도움 없이 스스로 벗어나기는 무척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필자 역시 코로나19를 겪으며 오티티 시청 시간이 크게 늘었다. 언제부터인가 지하철에서도 책 대신 무선이어폰을 갖고 다니며 오티티 콘텐츠를 소비했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지난달부터 다시 책을 들고 다닌다.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이 나뿐이라 어색하고 어떨 때는 무의식적으로 주머니에서 이어폰을 찾기도 하지만 삼일을 훌쩍 넘겨 아직은 잘 버티고 있다. 이러다 무너지면 나도 별수 없이 디지털 디톡스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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