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재일 역사학자 강덕상의 고투와 성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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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역사 인식으로 일본의 조선사 연구, 특히 근대사 연구의 초석을 쌓았던 재일사학자 고(故) 강덕상(姜德相)의 회고록이다.
고인이 주최했던 '근현대 한일 연구회' 세미나 등에 참여했던 제자와 시민들의 모임인 '강덕상 기록 간행위원회'가 2021년 6월 그의 타계 직전 일본에서 먼저 발행했고 이후 국내에서 번역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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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상 기록 간행위원회 엮음 / 이규수 옮김 / 어문학사 펴냄
비판적 역사 인식으로 일본의 조선사 연구, 특히 근대사 연구의 초석을 쌓았던 재일사학자 고(故) 강덕상(姜德相)의 회고록이다. 시대의 의무를 짊어진 연구자 강덕상의 삶의 흔적이 담긴 단 한 권의 책이다. 고인이 주최했던 '근현대 한일 연구회' 세미나 등에 참여했던 제자와 시민들의 모임인 '강덕상 기록 간행위원회'가 2021년 6월 그의 타계 직전 일본에서 먼저 발행했고 이후 국내에서 번역 출간됐다. 제1부~4부는 소년기, 청년기, 대학 시절, 연구자로서의 그를 담았다. 제5부는 문화센터 '아리랑' 창설과 관련된 이야기, 제6부는 역사학자로서의 생각 등을 소개했다.
1931년 경상남도 함양에서 태어난 강덕상은 먼저 일본으로 건너간 아버지를 따라 1934년 말 어머니와 함께 일본 도쿄로 이주했다.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숨기며 일본에 충성을 다하는 '황국 소년'으로 자랐다. '황국 소년' 강덕상을 역사학계로 이끌어준 두 사람이 있었다. 한 명은 선구적인 조선사 연구가 야마베 겐타로(山邊建太郞). 그는 중국 현대사에 관심을 기울이던 강덕상에게 "조선사람이니 조선사를 공부해라, 조선사는 일본사의 왜곡을 바로잡는 거울이다"라고 조언했다. 또 한 명은 박경식이었다. 여동생의 담임이면서 조선대학교의 교원을 지낸 박경식은 강덕상에게 시무(時務, 시대의 의무)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강덕상은 와세다대 사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메이지대 대학원 문학연구과에서 조선사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와세다 재학 시절 그는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학우들에게 털어놓으며 '본명 선언'을 했다. 이후 '재일사학'(在日史學)이라는 새로운 영역의 연구를 제시했다. 평생의 연구를 통해 간토(關東)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진상과 함께 일본 정부의 책임을 세상에 낱낱이 드러냈다. '외국 국적자는 채용하지 않는다'는 문부성 방침으로 시간강사 등 계약직 교수를 전전하던 고인은 만 58살에 히토쓰바시(一橋)대 교수로 임용됐다. 재일동포로는 첫 국립대 교수였다. 투병하면서도 90을 앞둔 나이인 2019년 '여운형 평전' 전 4권을 완성했다. 독자들은 차별과 싸우면서 모국을 위해 공헌했던 재일동포 사학자의 고투와 성취에 감동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한일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기회도 갖게될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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