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전세보증금 밑천으로 회사 인수… "원룸서 시작해 150명 중견기업됐죠"

이미연 2024. 1. 2.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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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정보·디지털트윈 전문 김성호 이지스 대표
GIS관리 프로젝트 참여했다 기업 넘겨받아… 김 대표 '블루오션' 직감
2년만에 도시계획 3차원 구현 엔진 등 선제적 기술개발로 시장판세 바꿔
"올해 IPO로 투자확대 글로벌 진출 확장… 직원 500명·1000억 매출 목표"
김성호 이지스(EGIS) 대표
이지스의 개방형 플랫폼 활용 예시. 자료 이지스
김성호 이지스(EGIS) 대표

도시공학 석사 과정을 마치자마자 바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외환위기로 당초 계획한 일본 유학을 접을 수 밖에 없었지만, 석사 과정에서 참여했던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지금의 길을 만나면서 고민은 길지 않았다. 김성호 이지스(EGIS) 대표(52·사진)의 창업 도전기 서막이다.

학교 시설물을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지리정보체계)로 관리하는 프로젝트에 팀으로 석사 과정에 참여했는데, 사업을 수주한 기업과 함께 일하다가 아예 넘겨받는 '운명' 같은 만남이 성사됐다.

김 대표는 "그 회사가 맡은 사업이 전문 분야가 아니어서 중단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어받게 됐다"며 "장비를 180만원에 인수하는 등 대구 아파트 전세보증금 3000만원을 밑천으로 뛰어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장비를 넘긴 기업은 시장이 '블루오션'임을 인지하지 못했다. 아니 그만큼 김 대표가 시장을 꿰뚫어보고 있었다고 해야 할까. 20여년간 지도상에 선만 그어 놓고 개발되지 못한 '장기 미집행' 지역이 김 대표의 사업 아이템이었다. 2002년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은 채로 묶인 지역들이 정부의 '사유권 침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면서 그의 사업에 파란 불이 들어왔다.

그는 "당시 설정된지 20년이 넘은 장기 미집행 시설은 도시계획을 해제해주거나 해당 구역을 정부가 사들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그제서야 지자체들이 체계적인 관리를 시작하기 시작했는데, 마침 타이밍이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2002년 부산 원룸 골방에서 3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2024년 현재 150명 규모의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성실하고 착실하게 성장 중이다. 지금도 '공간정보 플랫폼'이라는 개념이 일반인들에게 그리 익숙하지 않지만, 당시 김 대표는 창업 2년여만에 도시계획을 3차원으로 자동 구현하는 시스템(엔진)을 개발해 국내 디지털트윈(Digital Twin, DT) 선도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DT란 현실에 존재하는 객체(사물, 공간, 환경, 공정, 절차 등)를 컴퓨터상에 디지털 데이터 모델로 표현해 똑같이 복제하고 실시간으로 서로 반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말한다. 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 사물 등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도시 인프라에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한다면 자율주행을 도울 수 있는 정밀한 도로 지도 제작은 물론 교통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창업 당시에는 CAD(Computer Aided Design, 컴퓨터지원설계)를 사용해 2D(2차원) 도면으로 스케치·드로잉 및 설계를 한 뒤 모델링하는 데 6개월 넘는 기간이 소요됐다. 그러나 지금은 3D 기술을 적용 및 개발해 입체 도시계획을 보다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실력을 갖췄다. 기술이 웹엔진과 GIS, 클라우드 엔진으로 흘러가는 데에 착안해 도시계획을 클라우드를 통해 내려받을 수 있도록 기술을 선제 개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공간정보 데이터의 역할이 커지다 보니 클라우드에 적합한 기업으로도 주목받고 있다"며 "20여년간 디지털트윈에 몰두해왔지만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첫 사업은 한강홍수통제소 건"이었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시장 판세가 바뀌었고, 이는 업계는 물론 이지스에게도 터닝포인트로 작용했다. 당시 사업에서 DT는 하나의 툴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이지스의 GIS 툴이 의사결정을 쉽게 할 수 있는 메인 도구로 자리잡았다.

김 대표는 "도시 인프라는 100년치 데이터 중 최대 수준을 감안해 설계해놓은 상태인데 기상 이변은 점점 예상치를 벗어나고 있다"며 "도시 침수 등에 대비해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실제 구축 전에 DT로 먼저 시뮬레이션을 돌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스 매출은 법인 설립 후 2010년까지 한해 20억~40억원 선을 오가다 2012~2015년에는 100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엔진 등 내부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손보고 업그레이드해야 했던 2016년에는 한때 50억~60억원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2005~2006년도 기존 선으로 작업했던 부분을 점으로 바꾸면서 투자가 필요했고, 사업을 확장하다 보니 겹치는 기술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통합 형태의 시스템 설계를 했는데 지금의 클라우드 시스템과 맞았다"고 회상한 김 대표는 "제도가 생기기 전에 감으로 준비했던 일들이 사업의 플러스 요인이 됐다"고 전했다.

올해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정부 용역 등에 기대왔지만, 앞으로는 이지스가 직접 투자해 시장을 넓혀가겠다는 포부다.

현재 12개국에 진출한 이지스는 해외 진출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그쳐선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이다. 공간정보는 데이터가 무기인 산업으로, 국가별로 진출해 해당 국가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단계라고 보고 있다.

김 대표는 "기업은 시장 경쟁을 거쳐 살아남아야 하는 운명이다. 국내 시장은 직원 500명에 1000억원 매출을 최대 한도로 보고 있다"며 "그때까지는 글로벌 시장에 적합한 인재를 키우며 탄탄하게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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