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재명 피습, 민주주의 위협하는 정치테러 규탄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부산 방문 도중 60대 남성에게 흉기 습격을 당해 목 부위에 큰 부상을 입었다. 이 남성은 이 대표에게 다가가 사인을 요구한 뒤 소지하고 있던 흉기로 이 대표를 공격했다고 한다. 제1야당 대표의 신체에 위해를 가한 심각한 범죄이자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명백한 정치 테러다. 수사기관은 진상과 공범·배후 여부를 철저히 밝히고 엄중 처벌해야 한다.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하나 무방비 상태에서 치명상을 입은 이 대표의 빠른 쾌유를 빈다.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인터넷에서 구입한 흉기로 이 대표를 죽이려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 대표에게 불만을 품어왔다곤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폭력을 동원한 까닭을 이해할 수 없다. 피의자는 한 달 전 민주당 부산지역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 행사장 근처에 나타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일정을 확인하고 흉기를 준비한 정황도 있으니 범행 동기·목적, 공모 여부 등 사건 전모가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치 행사와 유세장 안전, 정치인 신변보호 대책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흉기나 둔기 테러를 당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06년 지방선거 직전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2022년 대선 국면의 송영길 민주당 전 대표도 유세현장에서 끔찍한 테러를 겪은 바 있다.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다르다고 해서 정치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위는 민주주의 사회라면 어떤 이유로건 용납할 수 없는 행위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갈수록 극단화되고 있는 한국 정치가 이런 정치 테러에 자양분을 제공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이미 온라인 공간의 언어 폭력은 위험 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총선을 앞두고 진영 간 대립이 격화되면 폭력의 에너지가 또 어떤 형태의 테러로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이 사건을 두고 각종 억측과 정치혐오를 담은 댓글들이 난무하고 있다.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징후들이다.
정치권도 신중하게 사태를 풀어가야 할 책임이 있다. 음모론 등으로 참담한 정치 테러 사건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 공직선거법은 선거 폭력을 1년 이하 중형으로 처벌하지만 선거전이 과열될수록 불상사는 언제든 벌어질 수 있다.
여야는 100일도 남지 않은 총선에서 극한 대립을 자제하고 이번 사건을 어떤 정치 테러도 용납할 수 없다는 걸 확인하는 계기로 삼는 데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무료 공영주차장 알박기 차량에 ‘이것’ 했더니 사라졌다
- ‘블랙리스트’ 조윤선 서울시향 이사 위촉에 문화예술계 등 반발
- [전문] 아이유, 악플러 180명 고소…“중학 동문도 있다”
- 미납 과태료 전국 1위는 ‘속도위반 2만번’…16억원 안 내고 ‘씽씽’
- 고작 10만원 때문에…운전자 살해 후 차량 불태우고 달아난 40대
- 평화의 소녀상 모욕한 미국 유튜버, 편의점 난동 부려 검찰 송치
- “내가 죽으면 보험금을 XX에게”···보험금청구권 신탁 내일부터 시행
- 경북 구미서 전 여친 살해한 30대…경찰 “신상공개 검토”
- 가톨릭대 교수들 “윤 대통령, 직 수행할 자격 없어” 시국선언
- 김종인 “윤 대통령, 국정감각 전혀 없어” 혹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