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와의 전쟁"… 가요계, 새해부터 '몸살'[김유림의 연예담]

김유림 기자 2024. 1. 2.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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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계가 고질적인 암표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3월 서울 용산구 스트라디움빌딩에서 열린 '월간윤종신X빈폴' 뮤직 프로젝트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가수 장범준. /사진=장동규 기자
가수 장범준이 공연 암표 문제에 티켓 취소라는 초강수를 뒀다. 새해에도 암표와의 전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이다.

가수 장범준은 지난 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작은 규모의 공연인데 암표가 너무 많이 생겼다. 방법이 없으면 공연 티켓을 다 취소시키겠으니 표를 정상적인 경로 외에는 구매하지 말아 달라"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어 "최대한 방법을 찾아보고 있겠다"며 "혹시라도 급한 마음에 되파는 티켓을 사시는 분이 생길까봐 글을 남긴다"고 덧붙였다.

당초 장범준은 오는 3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약 5주 동안 서울 마포구 클럽온에어에서 총 10회에 걸쳐 'ㅈㅂㅈ 평일소공연'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해당 공연은 회차 당 50석의 작은 규모로 1일 티켓 예매가 오픈됐다.

이번 공영은 장범준이 지난 2021년 연말 이후 약 2년 만에 개최하는 공연인데다 50석이라는 소규모 덕에 치열한 티켓팅 경쟁이 펼쳐졌다. 때문에 암표가 성행하면서 정가 5만5000원을 훌쩍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결국 장범준은 "암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일단 공연 티켓 예매를 전부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추후에 좀 더 공평하고 좋은 방법을 찾아서 다시 공지하도록 하겠다. 죄송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온라인 티켓 예매 사이트인 멜론 측도 "아티스트의 요청으로 공연 티켓 예매를 전부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오랜 시간 아티스트의 공연을 기다려오신 예매자 여러분들께 사과의 말씀드리며, 넓은 이해와 양해 부탁드린다. 예매하신 티켓은 예매체를 통해 별도의 수수료 없이 전액 환불해드릴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암표문제는 장범준 뿐 아니라, 임영웅, 성시경, 아이유 등 가요계에서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로 지적돼왔다. 막강한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임영웅은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불법 거래로 간주되는 예매 티켓을 안내 없이 취소시켰다. 또한,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티켓 불법 거래와 사기로 인한 피해에 대해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임영웅 소속사 물고기뮤직 측은 "강제 취소 일정 및 취소표에 대한 재오픈 시점은 추후 공지를 통해 티켓을 얻지 못한 팬들이 공정하게 예매에 참여할 수 있도록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아이유는 불법 거래를 신고한 팬에게 티켓을 포상으로 주는 '암행어사 전형'을 새롭게 등장시켰다. 부정 티켓 거래의 증거가 정확히 확인되는 경우, 본 공연 미 예매자 제보자에게 공연 티켓을 포상으로 주겠다는 내용이다. 또한 이미 공연 티켓이 있는 제보자에게는 '굿즈'를 증정하겠다고 알렸다. 팬들의 제보를 받은 전략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는 팬들 사이에서 '암행어사 전형'으로 불리며 암표 거래 근절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암행어사 전형'으로 티켓을 받은 A 와 '굿즈' 포상을 받은 B씨가 SNS 등을 통해 인증샷을 남겨, 아이유 팬 뿐만 아니라 다수의 아이돌 팬들 사이에서도 크게 화제가 됐다.

성시경은 지난해 12월29∼31일 'K팝의 성지'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연 연말 공연을 전석 매진시키면서 암표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그는 이에 부정 거래로 의심되는 예매 건에 대해서는 소명 요구를 거쳐 취소시키는 한편 1인1매 기준 현장 판매도 진행했다. 성시경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현장 판매에도 암표상이 있다고 해 이전과는 다른 방법으로 현장 판매를 하려 한다"며 현장 구매를 원하는 관객을 대상으로 직원이 직접 팔찌를 채워 주는 방식을 소개하기도 했다.

암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양한 대응책에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불법 거래 탓에 팬과 가수 모두가 몸살을 앓는 상황에서 스타들까지 직접 나서 팔을 걷어붙인 모양새다. 올해는 잡초처럼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암표상들의 행태가 근절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유림 기자 cocory098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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