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까지 과세 포함 땐 시장 위축… ‘코리아 디스카운트’ 완화
큰손 이탈 땐 소액투자자 피해
기업 자금 조달 수월 등 기대감
과세 체계 정상화 배치 지적 속
야당과 합의도 깨 입법도 난항
美선 단기·장기이득 구분해 과세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입장을 밝힌 건 소액투자자까지 과세 대상에 포함될 경우 주식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금투세 도입으로 큰손들이 주식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갈 경우 소액투자자도 덩달아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도 폐지의 근거다. 금투세는 국내 상장주식 등으로 5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 모든 투자자에게 부과된다. 하지만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데다 내년 시행하기로 약속했던 야당과의 합의를 깨는 것이어서 입법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증시 개장식 참석한 尹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문 기자 |
정부가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던 금투세를 폐지키로 방침을 정한 것은 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인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완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이날 “지금은 대주주 요건을 충족하시는 분들 외에 다 양도세 걱정 없이 투자를 할 수 있는데 금투세가 도입되면 납부 여부는 수익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일단 상당수의 소액 투자자들이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것 자체가 결국은 우리 주가나 주식시장에 불확실성과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좀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 투자를 주식시장으로 유도해 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보다 용이하게 하는 ‘선순환’을 만드는 것도 금투세 폐지의 기대효과로 보고 있다.
한편 미국은 주식·채권 거래 등으로 얻은 자본소득을 단기이득과 장기이득으로 구분해 과세한다. 구분기준은 보유 기간(1년)이다. 1년 이하 동안 보유한 주식을 처분해 얻은 소득은 일반소득과 합산해 누진세율로 종합과세하고, 1년 이상 장기 보유한 주식을 처분하면 납세자의 연간소득에 따라 0%, 15%, 20%의 세율로 분리과세한다. 종합소득이 연간 4만400달러(독신 기준·약 5250만원) 이하라면 장기이득에는 아예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일본도 주식에서 발생한 양도소득은 20%의 세율로 분리과세하고 있다. 매매수익뿐 아니라 배당금까지 과세대상에 포함한다. 일본 정부는 다만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올해부터 ‘신(新)’ NISA(일본 개인 저축 계좌) 제도를 시행, 비과세 한도를 기존 800만엔(약 7400만원)에서 1800만엔으로 대폭 상향할 예정이다. 영국의 경우 주식 등 거래로 인한 소득을 종합소득에 더해 해당 금액이 기본세율 구간 내에 있는 경우 10%, 이를 초과할 경우 20%의 세율을 적용한다. 영국 정부는 주식 양도로 인한 소득세의 비과세 한도를 기존 1만2300파운드(약 2040만원)에서 지난해 4월 6000파운드로 대폭 낮췄는데, 올 4월부터는 3000파운드로 더욱 낮아진다.
세종=이희경 기자,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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