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습당한 이재명… 증오정치의 역습

60대 남성 "사인 해달라"며 접근
李대표 왼쪽 목부위 흉기로 찔러
尹 "폭력행위 용납돼선 안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왼쪽 목 부위에 습격을 당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부산 일정을 소화하던 중 괴한에게 흉기로 피습당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대표는 외상 담당 의료진으로부터 응급 검사와 응급 처치를 받았다. 이 대표는 목 부위에 1.5cm 정도 열상을 입었고, 경정맥 손상으로 수술을 받았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경찰은 현장에서 검거한 남성으로부터 "살인 고의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구체적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극단적인 대결·증오정치가 부른 비극"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27분께 가덕도 신공항 부지 현장 방문일정을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60대 남성 김모씨에게 피습을 당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김씨는 이 대표 주변에서 지지자처럼 행동하던 중 사인을 요구하며 펜을 내밀다가 소지하고 있던 18㎝ 길이 흉기로 이 대표를 공격했다. 이 대표는 곧바로 바닥에 쓰러졌고, 김 씨는 주변 사람과 경찰에 의해 바로 제압됐다. 김씨는 경찰에 검거될 당시 머리에 '내가 이재명'이라고 적힌 왕관을 쓰고 있었다.

한 당직자는 "이 대표가 행사를 마치고 이동하던 중 비명이 들려 모두가 깜짝 놀랐다"라며 "이 대표가 바닥에 쓰러진 뒤 상당량의 피를 흘렸고, 피의자도 바로 현장에서 검거됐다"고 전했다.

김씨는 지난달 13일 부산에서 열린 민주당 부산지역 전세사기 피해자 간담회 현장 인근에서도 목격됐다. 이런 점을 미뤄볼 때 이 대표를 꾸준히 따라다닌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사건 현장에서 응급 처치를 받은 뒤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돼 외상 담당 의료진으로부터 응급 치료를 받은 뒤 헬기로 서울의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정맥이 손상된 것으로 추정돼 대량 출혈이나 추가 출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에 즉시 수사본부를 설치한 경찰은 이날 오후 언론 브리핑을 통해 "김씨가 조사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를 죽이겠다는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충남에 거주하는 김씨는 이 대표 공격에 쓴 흉기를 인터넷에서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김씨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 구체적인 범행동기와 배후 유무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 대표가 이날 피습을 당해 경남 평산마을에서 예정됐던 문재인 전 대통령과의 오찬은 취소됐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최고위원들에게 전화로 "이 대표의 빠른 쾌유를 위해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2일 예정된 대통령과의 신년하례식도 참석하지 못한다고 알렸다. 민주당은 기자들에게 공지를 통해 "이 대표에 대한 테러로 인해 내일 예정된 대통령과의 신년하례식에 불가피하게 참석하지 못함을 알려드린다"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대구 신년교례회를 취소하는 등 일정을 최소화했다.윤석열 대통령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며 "폭력행위는 용납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경찰 등 관계 당국이 신속하게 진상을 파악하고, 이 대표의 빠른 병원 이송과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