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전 안전’ 다시 일깨운 일본 강진, 결코 남 일 아니다
새해벽두부터 일본에서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 한국 동해안 일부 지역에 지진해일 주의보가 발령됐다. 지난 1일 일본 중부 노토반도의 이시카와현에서 발생한 규모 7.6의 지진으로 2일 오후 현재 13명이 숨졌으며, 건물과 기반시설이 다수 파괴됐다. 한반도 동해 쪽에서 일어난 지진으로는 근래 없었던 강진으로 기록됐다. 강원 동해시 묵호항에서 85㎝ 높이의 지진해일이 관측되는 등 한반도도 영향을 받았다. 동해안에 지진해일이 밀려온 것은 1993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이번 지진으로 이시카와현 시카 원자력발전소에서 치명적인 사고가 일어날 뻔 했다. 일본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진으로 원전 부지 내 사용후 핵연료 저장수조의 냉각수가 넘쳐 흘렀으며, 냉각탑 펌프에 전원 공급이 일시 정지됐다. 원전 내 화재 발생으로 변압기가 파손되기도 했다. 내각 관방부는 원자로 2기가 모두 후쿠시마 사고 이후 가동 중단된 상태였고, 끊어진 전원 공급도 1시간 이내에 복구돼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다고 밝혔다. 전원공급이 끊기면서 시작된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 일본 정부가 지진 직후 내놓은 지진해일 영향권에 일본 전체의 40%에 해당하는 22기 원자로가 있을 정도로 이 지역은 원전 밀집 지역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해양에 방류하기 시작했지만, 아직 시작도 못한 폐로 절차 등을 고려하면 13년 전 사고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상태다. 그럼에도 전력 사정을 이유로 원전 가동률을 높여왔다.
이번 지진해일의 영향을 받은 한국 동해안 역시 일본 서해안만큼이나 원전 밀집 지역인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내 원전의 76%가 동해안에 몰려 있다. 이 원전들은 한반도 육지의 지진뿐만 아니라 일본 쪽에서 발생하는 지진해일 피해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번 지진과 비슷한 강도의 강진이 한국 원전들과 가까운 바다에서 언제든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일본보다 낮은 기준으로 내진 설계된 한국 원전들에 대한 총제적인 안전 점검이 시급하다.
이번 지진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바로는 운이 좋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언제까지 운에 기대어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는 가동 연한이 지난 원전은 안전한 절차를 거쳐 조속히 폐로하고, 쌓여만 가는 고준위 핵폐기물의 영구 처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원전을 줄여나가기는커녕 더 지으려고 하는 것은 어리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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