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생활인구

이명희 기자 2024. 1. 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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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이 지난달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2~2072년까지 장래인구추계 작성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는 보통명사처럼 쓰이는 조어 ‘지방 소멸’의 기원은 일본이다. 2014년 마스다 히로야 일본 전 총무상은 기초자치단체 절반이 인구 감소로 2040년까지 소멸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을 내놨다. 그가 작성한 보고서를 토대로 한 책 <지방 소멸>은 한국에서도 반향을 일으켰다. 이상호 고용정보원 연구원이 2015년 이 책을 토대로 분석했더니, 한국도 2040년이면 전국 지자체 중 30%가 기능을 상실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청년들이 떠나고 있는 지역의 인구 감소 추세는 심각하다. 인구 절반 가까이가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지역 소멸 문제는 자칫 남의 일처럼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지역 소멸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그동안 서울 같은 대도시가 인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유입 인구가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 소멸은 대도시권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주는 것이다.

지역 소멸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전국 지자체마다 인구 늘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쉽지 않다. 오히려 정부·지자체가 쏟아내는 물량공세는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 십상이다. 전체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역 간 경쟁은 제로섬 게임이나 마찬가지다.

‘지역 소멸 = 인구 감소’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지역 살리기 해법을 찾기 위해 도입한 인구 개념이 ‘생활인구’다. 우리보다 먼저 지역 소멸을 겪은 일본에서 나온 ‘관계인구’ 개념에서 착안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도입한 생활인구는 통근이나 관광 등 지역에 머무는 이들까지 인구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행안부는 지난해 생활인구 시범지역으로 충북 단양군과 충남 보령시, 강원 철원군, 전남 영암군, 경북 영천시, 전북 고창군, 경남 거창군 등 7곳을 선정했다. 지난 1일 결과를 발표했는데, 7곳 모두 체류인구가 등록인구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주민과 연결해 생활인구를 늘리고 지역을 살리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도시민들은 ‘한달살이’나 주말농장 등 다양한 형태로 응원할 지역을 만들 수 있으니 이 또한 반길 일이다. 다만 생활인구 만들기가 자칫 또 ‘밑 빠진 독’으로 끝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민간·지역의 창의적인 실험들이 뒤따를 필요가 있다.

이명희 논설위원 mins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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