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대출보증 9조에 채권단은 400여 개…태영건설 워크아웃 열쇠는?
채권단, 태영 측 자구노력 진정성에 의구심 커져
사재출연 확대 및 SBS 포함 여부에 이목 집중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기로에 섰다. 이미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한 가운데 오는 3일 채권단 설명회, 11일에는 채권단 협의회를 통해 워크아웃 개시 여부가 결정된다.
관건은 400여 곳에 달하는 채권단의 동의 여부다. 이에 사주 일가의 추가 사재 출연은 물론 알짜 계열사인 SBS 지분 매각 등의 특단의 대책이 제시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300곳 넘는 채권단 동의 얻어야 워크아웃 개시
정부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인한 시장 불안을 진화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일부터 신속한 대응체계 구축을 위한 '건설산업 신속 대응반'(TF)을 가동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신속 대응반은 태영건설의 건설현장과 건설·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에 대한 전반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공사 차질이나 수분양자, 협력업체 등 피해가 없도록 유사시 신속히 대응한다. 국토부는 조만간 건설업 지원방안도 발표하겠다는 계획이다.
국토부가 TF까지 구성하며 대응에 나서는 이유는 PF 시장 불안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현재 파악된 태영건설의 직접 차입금은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 등 80곳, 총 1조3007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외에 태영건설이 PF 대출 보증을 선 사업장은 총 122곳, 대출 보증 규모는 9조1816억원으로 집계됐다.
부실채권이 10조원에 육박하다 보니 워크아웃 신청 여파가 부동산 시장은 물론 금융권, 채권 시장 전반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월28일 브리핑을 열고 "태영건설은 부채 비중이 높은 점 등 특유의 문제로 어려움이 커졌다. 시장 전반의 문제로 보기는 곤란하다"며 시장의 불안 심리를 차단했다.
당장 닥친 과제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다. 이를 위해 산은은 오는 3일 400여 곳의 채권단을 소집해 자구안을 설명할 예정이다. 하지만 채권단의 이해를 구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보통 워크아웃에서 채권단은 많아야 20~30곳인데 태영건설의 경우 PF 사업장이 많아 채권단이 400곳이 넘는 상황이다. 아울러 사업장마다 지방상호금융조합, 저축은행 등 워낙 많은 금융사가 껴있는 등 각기 다른 셈법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의결권 배분부터 시작해 난관이 예상된다는 전망이다.
산은은 오는 11일에는 채권자협의회를 소집해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채권단 협의를 거쳐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신규자금 지원 등을 논의하는 워크아웃은 채권단의 75% 동의를 거쳐야만 돌입할 수 있다. 부결될 경우 태영건설은 법정관리에 들어간다.
채권단, 약속 어긴 태영에 의구심↑…추가 자구안 제시?
태영건설은 이미 산은에 사재 출연과 계열사 매각, 자산·지분 담보 제공 등을 포함한 자구안도 제출했다. 하지만 채권단의 시선은 곱지 않다. 태영건설이 지난달 29일 만기가 도래한 1485억원 규모의 상거래채권 중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451억원을 아직 상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태영그룹 지주사 티와이홀딩스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자구책의 일환으로 계열사 매각자금을 상거래채권 상환에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셈이다. 태영건설은 상환하지 않은 451억원은 협력사가 이미 은행에서 할인받은 어음이라서 상거래채권이 아닌 금융채권이 됐다는 입장이다. 워크아웃 신청과 동시에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따라 상환이 유예됐다는 취지다.
하지만 금융당국마저 공언한 상거래채권 상환을 티와이홀딩스가 지키지 않으면서 채권단은 자구노력을 위한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오는 3일 설명회에선 이미 제출한 자구안을 넘어 추가 자구책 논의도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사채출연 규모다. 사주 일가의 사채출연 규모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채권단은 최소 1000억원 이상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태영건설 측은 현금 확보를 위해 계열사인 태영인더스트리를 2400억원에 매각했다. 일각에선 2012년 금호산업 워크아웃 당시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내놓은 2200억원보다 더 많은 3000억원 이상을 출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함께 에코비트, 블루원 등 알짜계열사의 지분 매각은 물론 SBS 포함 여부도 관심사다. 앞서 방문신 SBS 사장은 지난 12월28일 회사 내부망에 "티와이홀딩스가 소유한 SBS 주식의 매각 또는 담보 제공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강도 높은 자구책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1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신년사에서 "부실기업에 대해 자기 책임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되 질서 있는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유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선 3일 채권단 설명회에서 태영 측의 추가 자구안 제시 여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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