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B는 '금융+IT'로 덩치 키우는데… 우리는 '금산분리' 규제 여전 [신년기획 2024 K-엔진을 다시 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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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과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는 '빅블러'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금융사가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일본 등 주요국 금융사가 핀테크 기업을 인수해 경쟁력을 키우는 동안 국내 금융사는 금융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금산분리' 규제를 견고하게 받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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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비즈니스로 사업 전환
日 은행들도 비금융사업 진출
미국·일본 등 주요국 금융사가 핀테크 기업을 인수해 경쟁력을 키우는 동안 국내 금융사는 금융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금산분리' 규제를 견고하게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이 금융시장 발전과 미래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은행이 핀테크 기업을 투자하는 지분 제한을 풀어서 빅테크와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장기적으로는 과감한 금산분리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핵심사업 모델을 전통적인 투자은행 업무에서 플랫폼 비즈니스로 전환했다. 지난 2015년 '골드만삭스는 더 이상 금융회사가 아니라 정보기술(IT) 기업'이라고 선언했고 지난 2016년에는 리테일 디지털 대출 플랫폼 '마커스'를 출시해 온라인 리테일 금융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특히 골드만삭스가 인수한 AI 기반 재무관리 서비스 '클래리티 머니'는 골드만삭스가 모바일 부문을 개척하는 중요한 발판이 됐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전체 인력의 10~25%를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인력으로 채웠다. 골드만삭스가 파괴적 혁신에 나선 이유는 금융 서비스가 플랫폼 싸움이 됐다고 판단해서다. 지난 2021년에는 가장 강력한 빅테크 경쟁자인 아마존과 손잡고 아마존에서 데이터를 제공받아 아마존 판매자에게 대출을 제공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골드만삭스가 이같이 플랫폼 비즈니스로 전환할 수 있었던 배경은 미국 FRB가 지난 2008년 은행지주회사법의 해석을 확대, 은행지주회사의 핀테크 관련업종 투자를 가능케 하고 또 지주회사가 가능한 업무도 대폭 확대해 데이터 사업 등을 할 수 있도록 한 데 있다.
반면 국내 금융지주는 비금융회사 투자부터 막혀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비계열사 지분 보유가 5% 이내로 제한돼 있고 금융지주의 자회사는 비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없고, 은행도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만 핀테크 회사에 한정해 15% 이상 투자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 은행은 스타트업을 인수 조건으로 키우는데 국내 금융지주는 5%, 은행은 15%에 묶여 있어서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은 핀테크 기업에 추가 투자를 하고 싶어도 한계가 있다"면서 "앞으로 비대면 거래가 90%를 넘어선다는데 우리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앱에 접속해 금융상품뿐만 아니라 부동산 정보도 보고 고객이 앱에서 시간을 오래 보낼 수 있도록 스타트업 지분 투자만이라도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금산분리 규제를 풀 수 없다면 가까운 일본과 같이 은행의 업무범위를 확대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를 검토하는 것도 단기적인 해결책으로 꼽힌다.
일본은 지난 2021년 기업생산성을 높이고 지속가능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은행업고도화등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은행법을 개정했다. 또 같은 해 종속업무 규제를 완화해 일본 은행들이 구인난에 시달리는 지방 기업에 인재를 연결하는 인재소개업, 고객의 자산, 부채, 소득 수준에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광고업에도 진출했다.
하나금융지주는 보고서에서 "일본은행처럼 국내은행도 경제활성화를 지원하고 업무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금융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비금융업무를 자회사 대상에 추가하고 일본과 같은 은행업고도화등회사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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