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선 외교관’ 이예 선생 동상, 日 교토에 세운다

이보람 2024. 1. 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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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최초의 외교 협약을 체결한 조선 초기 외교관 충숙공 이예 선생의 동상이 일본의 옛 수도 교토에 세워진다.

사단법인 충숙공이예선생기념사업회(기념사업회)는 이르면 오는 3월쯤 교토 민단(民團) 재건축 건물 앞에 이예 선생 동상을 세운다고 2일 밝혔다.

교토에 있는 민단 건물이 도시샤대와 직선거리 10㎞ 이내로 아주 가깝고, 민단이 이예가 그랬던 것처럼 한·일 관계의 교량 역할을 하는 곳이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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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최초의 외교 협약 체결 등 주도
최근 양국 관계개선 모드에 사업 속도
이르면 3월 재일동포단체 민단 앞 건립

한·일 최초의 외교 협약을 체결한 조선 초기 외교관 충숙공 이예 선생의 동상이 일본의 옛 수도 교토에 세워진다.

사단법인 충숙공이예선생기념사업회(기념사업회)는 이르면 오는 3월쯤 교토 민단(民團) 재건축 건물 앞에 이예 선생 동상을 세운다고 2일 밝혔다. 제막식은 4∼5월 중 열릴 예정이다.
국립외교원 사료관 앞에 세워진 이예 동상의 모습. 조선 시대 통신사들은 현재 동상이 세워진 부근을 지나갔다. 화강석으로 된 기단은 이예가 한·일을 오갈 때 사용한 배의 모습을 상징하고 있다. 충숙공이예선생기념사업회 제공
이예는 태종·세종 대에 43년간 대일 외교에 나섰다. 40여회 일본에 파견돼 외교 현안을 해결한 전문 외교관이었다. 오키나와(유구국)에 공식 파견됐던 유일한 조선인이기도 하다. 외교부는 조선왕조실록에 상세히 기록된 이예의 외교 업적을 기려 그를 2010년 ‘우리 외교를 빛낸 인물’로 선정했다.

이예 동상을 교토에 세우는 건 그가 활동한 시기가 무로마치 막부 시대여서다. 교토는 당시 일본의 수도였으며, 막부 쇼군의 거처는 교토 도시샤(同志社)대학 구내에 편입돼 있다. 이예는 여러 차례 쇼군을 만났으며, 한·일 최초의 외교 협약인 계해약조의 체결과 현대의 입국사증(비자)에 해당하는 문인제도의 정약을 주도했다. 기념사업회 측은 “2010년쯤부터 도시샤대학 측과 건립 협조가 이뤄졌으나 당시 한·일 관계 악화 등으로 추진 동력을 잃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기념사업회가 다시 동상 건립을 추진하면서 동상이 세워질 위치가 ‘민단 앞’으로 변경됐다. 교토에 있는 민단 건물이 도시샤대와 직선거리 10㎞ 이내로 아주 가깝고, 민단이 이예가 그랬던 것처럼 한·일 관계의 교량 역할을 하는 곳이어서다. 과거와 역사를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 한·일 관계, 나아가 동북아시아 평화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 교토 민단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또 민단은 유대인 못지않게 세계에 널리 퍼져있는 ‘코리안 디아스포라’(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중 하나다. 이예는 그 ‘디아스포라’에 많은 관심을 가졌던 조선인이다. 그의 업적 중 하나가 일본에 끌려간 조선인 디아스포라 667명을 귀환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민단의 공식 명칭은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이다. 본부는 도쿄에 있다. 1946년 창단한, 대한민국 정부가 공인한 단체다. 한국 국적을 가지고 일본에서 살아가는 동포들의 조직이다.

교토에 세워질 동상은 2015년 3월 국립외교원에 세워진 동상과 같은 모양, 크기다. 국립외교원의 이예 동상은 청동주물로 된 입상이다. 높이 195㎝, 가로·세로 65㎝다. 화강석으로 만들어진 높이 60㎝의 ‘선박’ 모양 받침대에 세워져 있다. 받침대는 일본을 향해 동쪽으로 방향을 잡은 배의 갑판을 상징한다. 동상은 강희덕 고려대 명예교수가 디자인했다. 교토에 세워질 동상은 한국에서 만들어 일본으로 옮겨진다. 동상 건립엔 1억3000만원을 투입한다.

울산에서도 이예를 기리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구는 이예외교기념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9월엔 전체 30㎞ 길이의 ‘이예로’가 완전 개통했다. 이예로는 경북 경주·울산의 경계부터 울산·경남 양산의 경계까지 이어진다. 이예로는 국도 7호선의 울산 구간이다. 이명훈 기념사업회 홍보이사(고려대 명예교수)는 “이예로는 국도 7호선의 양산 구간인 ‘통신사로’, 부산 구간인 ‘중앙대로’와 연결되며, 중앙대로의 끝은 부산항이다. 이예로, 통신사로, 중앙대로는 조선 시대 통신사가 부산항으로 나아가던 길과 같은 궤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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