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면 팔수록 수수료 늘어나"…'쿠팡의 늪'에 빠진 중소 셀러들

한경제/양지윤 2024. 1. 2.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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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공룡' 쿠팡 대해부
(7) 납품단가 논란
쿠팡 들어가면 매출 수직 상승
소상공인 입점 희망 갈수록 늘어
플랫폼 파워 내세워 수수료 압박
유통망 약한 중소업체 종속 우려
장기적으론 기업 경쟁력 저하
코로나19를 계기로 급성장한 쿠팡은 제조 생태계까지 뒤흔드는 ‘유통 공룡’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백화점, 대형마트, 전자상거래 업체 중 쿠팡의 실질수수료율이 가장 높다고 발표했다. 서울 신천동에 있는 쿠팡 본사. 이솔 기자


쿠팡의 국내 유통 시장 점유율이 상승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쿠팡이 입점 판매상에 부과한 지난달 실질수수료율(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쿠팡의 특약매입 수수료에는 상품보관, 로켓배송, 고객서비스 비용이 포함)은 27.5%로 이마트 등 대형마트 평균(17.7%)은 물론이고 다른 온라인 쇼핑몰(12.3%)의 두 배에 달했다. 이마트만 해도 힘이 강력했을 때조차 롯데마트, 홈플러스라는 경쟁자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쿠팡은 타사가 따라 하기 힘든 전략으로 확실한 힘의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 네이버, 카카오처럼 혁신이 독과점을 낳는 ‘딜레마적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매가 45% 떼어가기도

‘유통 공룡’으로 급부상한 쿠팡의 파괴력이 중소 제조사에까지 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가의 45%를 ‘채널 이용료’로 받는 사례가 등장했을 정도다. 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작년 말까지 진행한 셀러와의 협상에서 일부 무리한 요구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 냉동식품 제조업체인 A사가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상품을 올리는 대가로 제공하는 수수료 등은 판매가의 45%까지 높아졌다. 전년 대비 10%포인트 상승했다. 쿠팡 마켓플레이스(오픈마켓)에 올라온 1만원짜리 A사 밀키트가 팔리면 그중 4500원을 쿠팡이 가져가는 셈이다. 제조원가 등은 나머지 5500원 안에서 보전해야 하는 구조다.

2010년 창업한 쿠팡은 지난해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매출 30조원 고지를 밟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마트처럼 상품을 직접 매입하는 상품 유통이 전체 매출의 91%다. 지난해부터 판매상을 입점시켜 수수료와 광고로 돈을 버는 마켓플레이스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모기업인 미국의 쿠팡Inc가 최근 대형 인수합병(M&A)에 자금을 소진한 터라 한국 쿠팡은 흑자 구조를 정착시키는 데 더욱 공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소비 행태 변화가 낳은 ‘쿠팡 독과점’

쿠팡은 특히 가공식품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가공식품 제조사 관계자는 “신선식품은 여전히 이마트 같은 오프라인 점포의 힘이 세다”며 “문제는 물류 창고에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가공식품 영역”이라고 말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의 쇼핑 카트에 먹거리와 각종 생필품을 담았다. 이마트 계산대를 지나면 박스와 테이프가 구비돼 있었다. 하지만 쿠팡이 2016년 로켓배송 서비스를 본격 시작하면서 쇼핑 방식이 바뀌었다. 무거운 생수나 부피가 큰 기저귀 등 공산품을 굳이 마트에 가서 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롯데쇼핑, 이마트 등 기존 유통업체 입장에선 쿠팡처럼 가공식품도 무료로 배송할 수 있어야 경쟁이 되는데 비용 구조상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다”며 “결국 잘 팔리는 브랜드만 남기고 마트가 강점이 있는 신선식품에 더 집중하는 식으로 경영 전략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많이 팔아줄게” 유혹에 넘어가

힘의 균형이 쿠팡으로 급속히 쏠리면서 CJ제일제당, LG생활건강 같은 대형 납품 제조사조차 쿠팡과 갈등을 빚었다. 한 식품 제조사 관계자는 “CJ제일제당 내에서도 쿠팡에서의 연간 매출을 1000억원 이상으로 늘리지 말자는 얘기가 있었지만, 한번 물이 들어오자 쿠팡이라는 배에서 내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종의 ‘개미 지옥’ 전법이다.

쿠팡 마켓플레이스에 상품을 올리는 소상공인들은 이 같은 쿠팡의 유혹에 더 쉽게 넘어간다. 중소 제조업체 관계자는 “다른 유통사에 1000원에 납품하던 즉석밥을 쿠팡에 800원에 납품하면 판매량을 두 배 늘려주겠다고 약속하는 식”이라며 “쿠팡 채널 매출 증가에 맞춰 공장 가동률을 높이고 설비 투자를 단행한 제조사들은 쿠팡이 수수료율을 지속적으로 높이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최근엔 쿠팡이 중소제조사와 협력해 자체브랜드(PB)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달 초 쿠팡이 직원을 동원해 PB 상품에 긍정적 후기를 남겨 상품 노출도를 높였다는 혐의로 쿠팡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제/양지윤 기자

[알립니다] <팔면 팔수록 수수료 늘어나…쿠팡의 늪에 빠진 중소 셀러들> 관련

본지는 쿠팡의 국내 유통 시장 점유율이 상승하면서 나타나고 있는 긍정, 부정적인 측면을 알린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습니다.

쿠팡이 빠른 배송을 무기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재가 됐지만, 이로 인해 쿠팡에 입점한 소상공인들은 치열한 경쟁의 상황에 놓이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였습니다.

이와 관련 쿠팡에 입점한 수수료율 보도 내용에 대해 사실 확인 결과 일반적인 쿠팡 마켓플레이스의 수수료는 45%가 아니라 4~10.9%(공시수수료율)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한편 쿠팡 측은 「실질수수료율과 관련하여 쿠팡의 경우 판매수수료율을 산정하는 특약매입 거래 비중이 8.5%에 불과하고, 거래형태가 다른 회사와 달라 단순비교가 어렵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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