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리스트 매미, '설득의 미학' 가진 싱어송라이터
'24아워즈'·'서울문' 멤버…2022년부터 솔로활동 병행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기타리스트 매미(MEMI·김혜미)는 데뷔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2012년 밴드 '24아워즈'를 결성했고 그해 데뷔 싱글 '블랙홀(Blackhole)'을 공개했다. 2016년엔 또 다른 밴드 '서울문'으로 뭉쳤고 그해 이 팀의 데뷔 싱글 '처음봤을 때'를 발매했다. 두 밴드 활동을 병행하다 2022년이 또 다른 분기점이 됐다.
솔로 매미로서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업로드할 비디오 배경음악으로 본인의 데모를 골랐는데, 호의적인 반응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 덕분에 우리는 싱어송라이터 매미를 얻었다.
매미가 최근 싱어송라이터로서 발매한 셀프 타이틀의 첫 솔로 EP '매미(M3MI)'는 폭발적이다. 총 다섯 곡이 실렸는데 로킹한 사운드와 사적인 감정이 충돌하는 사이에 보편적인 정서를 획득한다. 종잡을 수 없는 감정을 가진 이들이 '매미'를 듣고 있으면, 이 세상에 없는 기분을 알아챈 듯 명료해진다. 일찌감치 인정 받는 기타 연주 실력은 두말할 것 없고 보컬·송라이팅 능력도 물이 올랐는데, 화려한 매미의 겉모습 때문에 이 부분이 평가절하된다. 매미가 가진 진짜 설득의 미학은 감동하는 겉면의 아닌 충동하는 내면에 있다.
매미라는 활동명은 주변사람들이 그녀에게 붙여준 별명. 가장 자신답고, 자연스러워서 솔로 활동명으로 내세웠다. 음악을 듣는 순간 '가장 매미답다'는 말이 무엇인지 전율하며 절감하게 된다. 다음은 최근 서울 용산구에서 매미와 만나 나눈 일문일답.
-싱어송라이터로서 처음 낸 앨범인데 반응이 참 좋습니다.
"밴드 할 때도 싱글만 계속 냈어요. 이번에는 도전을 해보자고 용기를 냈죠. 소셜미디어에서도 응원을 해주시니까 그 반응에 힘 입어서 더 열정적으로 EP를 만들었던 거 같아요."
-이번 EP 내 장르가 다양하더라고요. 매미 씨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믹싱할 때도 되게 애를 많이 먹었어요. 재즈도 넣어보고 싶고, 제가 예전부터 좋아한 개러지도 넣어보고 싶고, 조금은 거칠게 가고 싶기도 했죠. 색깔은 비슷하지만 세부적으로 트랙을 따지면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려고 했구나'를 느끼실 수 있게끔 노력했어요."
-활동하신 지가 벌써 10년이 넘었는데요. 싱어송라이터로서 앨범 발매는 좀 늦어진 거죠?
"네 맞아요. 전체 저의 음악 경력으로 따지면 되게 늦은 편이고 매미로서도 그래요. 재작년(2022년) 4월부터 매미로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사실 이 이름으로 제가 오래 활동을 할 수 있을 거라 크게 생각을 못 했어요. 그런데 소셜미디어에서 생긴 반응 때문에 앨범을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거기에 용기를 얻고 앨범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럼 매미는 원래 이벤트성에 가까웠던 거였나요?
"혼자 삭혀두고 있었던 데모를 한 번 꺼낸 게 재작년이었죠. 데모 스타일로 낸 첫 싱글에 대해 좋은 반응이 오니까 시작하게 된 거죠. 이전부터 기타를 연주하는 비디오를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는 했어요. 그런데 트렌드가 바뀌고 비디오에 열광하시는 분들이 생기면서 흐름이 달라진 거 같아요."
-인상 깊었던 반응이 있었나요?
"이번 앨범 마지막 트랙 '소리 포 마이 레이트 리플라이(Sorry for my late reply)'는 사생활이 담긴 노래예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에 대한 노래인데,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내용을 요약해서 올린 콘텐츠가 바이럴이 되면서 정말 많은 메시지를 받았어요. 주변에 똑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있다는 얘기부터 아버지뿐 아니라 할머니, 삼촌, 친구, 옛날 연인, 전쟁에 참여한 분들의 죽음이 떠올라 '네 노래를 듣고 정말 많이 울었다'는 메시지를 받았어요. 제가 음악을 하면서 처음 받는 메시지여서 깜짝 놀라기도 했는데 한편으로는 감사했어요. 서로 위로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요. 한편으로는 충격적으로 다가왔고 그 여운이 남아서 되게 힘들었어요."
-'기타 피크'처럼 이전 노래엔 위트가 넘쳤는데요.
"전 항상 가사를 우스갯소리나 농담 어조로 많이 쓰거든요. 음악을 너무 심각하게 듣지 말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서요. 또 가상의 인물을 생각해서 스토리를 쓴 가사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근데 처음으로 제 진심과 제 개인적인 심정을 담아 만든 트랙이 제게 용기를 줬어요. 이 곡을 계기로 다음엔 제 속내를 조금 더 비칠 수 있는 곡을 만들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트랙에 대해 주변 분들도 엄청 놀랐어요. 그간 이 부분에 대해 자세히 말을 안 했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아티스트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음악으로 그걸 풀어내야 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만약에 진실을 말해야 될 때 그걸 음악으로 푸는 게 더 낫겠다고 판단한 거죠."
-재즈 메탈인 'NY(f)C'는 인트로 같은 곡입니다.(이대화 대중음악 저널리스트는 이 곡에 대해 '인디 신에서도 팝이 중심이 된 시대에 속주 기타 리프를 전면에 내거는 대담함'이라고 평가하며 지난해 놓치면 안 되는 곡 중 하나로 꼽았다.)
"지난해 10월께 뉴욕에 잠깐 있었어요. 여행 겸 음악에 영감도 받을 겸 미팅도 할 겸 갔었는데 생각보다 일이 잘 안 풀리더라고요. 언젠가 여기서도 음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하면서 갔지만 현실은 '조금 힘들 수도 있겠구나'라는 두려움이 들었어요. 일이 잘 안 풀리는 것에 대한 분노도 있었고 날씨도 되게 안 좋았어요. 이런 답답함을 만약 기타로 연주한다면 어떤 게 나올까 고민하다가 연주를 했는데 그 때 리프 그대로 녹음을 받아서 낸 곡이에요. 사운드 수정을 거의 하지 않았고요. 그 때 감성을 넣는 게 좋을 것 같았거든요."
-공연도 많이 보셨다고요.
"당시 (이탈리아 록밴드) '모네스킨'이 뉴욕에서 월드투어를 할 때였어요. 뉴욕 중심부 스타디움에서 공연하는 자체가 너무 인상 깊었어요. 사실 과거에 모네스킨이 버스킹 공연하는 영상을 봤었거든요. 그랬던 팀이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또 (영국 네오 솔 펑크 밴드) '정글'이라고. 2인조인데 뮤직비디오를 알릴 때 항상 춤 동영상을 내는데 노래는 산뜻하게 좋고 춤은 또 너무 멋있어요. '이들의 음악을 라이브로 한번 보고 싶다. 큰 영감이 될 거야'라는 촉이 와서 예매를 했는데 관객들이 공연을 즐기는 매너에도 충격을 받았어요.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온전히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만 있었거든요. 또 블루노트에 가서 아프로큐반 재즈 음악 공연도 보고 왔어요."
-두 번째 트랙 '베이시스트(Bassist)'도 참 좋았습니다. 섹시한 노래예요.
"밴드 관련 유명 밈(meme)이 있어요. 보컬리스트가 가장 인기 많고 그 다음이 기타리스트와 드러머. 베이시스트는 맨날 싱글이거나 고양이랑 노는 모습이 담긴 이미지들이 온라인에 많이 돌아다니거든요. 저도 생각해 보면 밴드 공연 볼 때 베이시스트를 집중해서 본 적은 없더라고요. 이번 기회에 베이시스트를 주목 하면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섹시한 면을 발견했죠. 특히 모네스킨의 베이시스트(빅토리아 데 안젤리스)는 여성 베이시스트인데 너무 섹시하거든요. 마침 이 곡을 뉴욕에서 썼는데 공연을 보면서 그분에게 영감을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또 저희 밴드 '24 아워즈'(24 Hours) 베이시스트도 손이 참 예뻐서 그 손을 지켜보면서 느꼈던 감정도 재밌게 담아봤죠."
-'와이키키(Waikiki)'도 흥미로운 노래입니다.
"하와이에 갔던 경험을 녹인 곡인데 기타 리프 등에 그 때 감정이라든가 하와이 특유의 바이브가 녹아 들어가 있어요. 사실 이번 EP 발매를 결심하게 된 곡도 '와이키키'였어요. 원래 싱글로 이 곡을 내려다가 이 곡만 보여주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곡들이 들어오게 된 거죠. 앨범의 뼈대가 된 트랙인 거죠."
-네이버 온스테이지에서도 들려주셨던 '기타 피크'는 정말 좋은 곡입니다. 이번 앨범에도 실렸죠.
"사실 '기타 피크' 때문에 부담이 되게 컸어요. '이거보다 더 잘해야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앨범 발매 전날까지 너무 자신이 없었어요. 갑자기 너무 무서운 거예요. '소리 포 마이 레이트 리플라이'를 넣는 게 '내가 잘못 판단하는 거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도 들고 혼란스러운 거죠. 사실 전 평소 자신감이 넘치는 편이거든요."
-앨범이 셀프 타이틀 '매미(M3MI)'인데 매미(MEMI)에서 E를 숫자 3으로 쓴 이유가 있나요?
"사실 깊은 의미는 없어요. 아직 '매미'라는 이름이 안 잡혀 있다고 스스로 생각했거든요. '기타 피크' 노래 부른 기타리스트 정도 아니면 인스타그램 아이디 정도로 기억하시죠. 제 이름을 모르는 분들이 많으니 앨범 이름도 '매미'로 정한 거예요. 다만 하나는 다르게 가져가고 싶어서 숫자 3을 썼어요. 좀 더 위트 있게 만들고 싶었죠."
-이번 앨범으로 치유가 됐나요?
"응원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고요. 사실 전 제 노래가 치유가 될 거라고 생각을 못했어요. 특히 '소리 포 마이 레이트 리플라이'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내용이 담겨 있거든요. 아름답게 쓴 게 하나도 없어요. 10년 전 제가 당시 느꼈던 복잡한 감정들을 그냥 가사에 넣은 거예요. 그래서 이게 공감이 안 되고 위로가 안 될 거라 생각했어요. 기분이 정말 묘했죠. 온전히 저에 대한 이야기이고 가사는 대부분 한국어니까요. 그런 반응 덕분에 저도 치유가 됐어요."
-어렸을 때 어떤 음악을 주로 들었습니까?
"저는 우리 가요보다 팝 음악을 먼저 들으면서 자랐어요. 또래들이 좋아한 K팝 아이돌보다 브리트 스피어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를 더 좋아했죠. 어떤 계기였는지 모르겠는데 팝스타들의 모습이 더 자극적이고 멋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마이클 잭슨까지 넘어가 듣게 됐죠. 중학교 1학년 때 에이브릴 라빈이 갑자기 등장하면서 너무 멋있게 느껴졌어요. 중성적이면서 약간 개구쟁이 같은 느낌도 들고, 패션도 너무 멋있고요. '스케이터 보이'라는 곡은 당시 팝계에서 쿠데타 같은 분위기의 곡이었죠. 또 '타투'라는 러시아 여성 듀오도 자극적이라 '이게 뭐지?'라면서 흥미롭게 봤고요. 학창시절에 만났던 친구가 시이나 링고를 좋아해서 영향을 받았고요. '울트라맨이야' '라이브 와이어' 덕분에 서태지에 꽂히기도 하고요."
-기타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거예요?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렉 기타를 배우고 싶다는 마음이 제 안에서 스멀스멀 피어올랐어요. 처음 기타를 배운 곳은 어머니랑 함께 찾아간 동네 기타 학원이었어요. 당시 저는 고등학생이었는데, 메탈 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어요. 벽엔 섹시한 의상의 여성 사진과 올드한 기타컬렉션 포스터가 걸려 있고요. 전 오히려 그런 모습들이 너무 마음에 드는 거예요. 당시 선생님이 메가데스 기타리스트 내한 공연에 데려가셨는데, 롤링홀이었어요. 열일곱 살이었는데 공연을 보고 심장이 아픈 거예요. 볼륨이 엄청 컸거든요. 처음으로 접한 메탈이었어요. (어쿠스틱 기타의 전설로 통하는) 토미 엠마뉴엘 공연에도 데려가 주시고요. 당시 다양한 뮤지션을 접하게 해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려요. '넌 레드 제플린을 연주해야 해'라면서 강제로 '스테어웨이 투 헤븐'을 커버하게 하셨어요. 이후엔 딥 퍼플 그 다음엔 AC/DC 이런 식으로요. 하하."
-이제 매미 씨의 '넥스트 스텝'은 무엇입니까?
"소셜미디어가 시작이었지만 이제 음악적으로도 성장한 뮤지션이라는 걸 인증하고 싶어요. 그게 저의 '넥스트 챕터'인 것 같아요. 마음이 열려 있으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올해엔 본격적으로 공연도 해보면서 저의 모습을 좀 더 다양하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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