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공매도·주식 양도세·서민금융’만 해결해도 성공한다 ③ [더 나은 세계, SDGs]

황계식 2024. 1. 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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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맨 오른쪽)이 지난해 11월2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남제현 선임기자
 
2023년 증권시장 연말 폐장 당일인 지난달 28일 ‘양도세 대주주 주식 보유액 기준 완화’가 시행됐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6일 국무회의를 열고 상장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 기준을 기존 종목당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조정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켜 개인 투자자의 숙원이었던 양도세 완화에 화답했다. 이로써 지난해 말 기준 종목당 주식 보유액이 50억원 미만이면 올해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이 매겨지지 않는다.

양도세 부과 기준은 2000년 종목당 100억원 이상에서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종목당 10억원으로 넓어졌다 다시 조정됐다.

덕분에 연말 증시에 활기가 불었다. 실제 한국거래소의 작년 증권·파생상품시장 폐장 당시 코스피는 전일 대비 41.78포인트(1.60%) 오른 2655.28로 거래를 끝냈고, 연간 상승률 역시 18.7%로 주요국 평균을 넘어섰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1월5일 임시 금융위원회를 열고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지적됐던 공매도 제도의 개선 요구를 검토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오는 6월30일까지 국내 증시 전체 종목에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안이 발표됐다.

개인 투자자에게 전향적인 내용을 담아 잇달아 발표된 정부 금융정책의 다음 관심사는 서민과 시중은행권 이슈다.

청년층, 신혼부부, 자영업자 등 사회 초년생과 서민층의 경제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정부의 서민금융 정책 범위가 좀 더 두텁고 실질적이어야 한다는 여론의 지적이 많았었다.

지난달 1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신혼부부 통계’ 자료를 보면 혼인 신고를 한 지 5년이 되지 않은 초혼 신혼부부 81만5357쌍 중 89.0%인 72만5949쌍이 대출 잔액을 보유했으며, 10쌍 중 9쌍은 결혼생활 시작과 동시에 금융권에 빚을 지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9월 말 기준 20대 이하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39%로 30대(0.20%)의 두배 가까이 이르는 등 청년과 신혼부부의 대출 부담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거 빚 부담은 결혼과 출산에 직접적인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이러한 주거문제의 근본적 대책 없이는 세계적인 최저출산 국가라는 오명 타이틀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국회에 제출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대 이하 대출 연체율은 2021년 3분기 말 0.14%를 시작으로 전 세대를 앞지르기 시작했고, 현재 8분기째 1위를 기록 중이다. 청년층의 재정 건전성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개인의 부채뿐 아니라, 기업의 재무 상황 역시 나빠지고 있다. 지난해 11월30일 금감원이 발표한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현황’을 보면 3분기 말 현재 3개월 이상 이자가 밀린 부실채권 비율은 3개월 전보다 0.03%포인트(p) 상승해 0.44%를 기록했다. 부실채권 잔액도 직전 분기 말보다 1조원 늘어난 11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과 개인 사업자 대출 중 부실채권 비율도 각각 0.61%, 0.33%로 전 분기 말보다 모두 올랐다. 자영업자의 빚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고금리 상황에서 은행에서 직접 돈을 빌리기 어려운 차주는 신용카드업계 대출을 크게 늘렸다. 작년 10월 주요 신용카드 9개사(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BC·KB국민·NH농협)의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490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5% 증가했다.

신용점수가 더 낮은 차주들은 제3금융(대부업계) 대출로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난해를 기준으로 대부업계는 갈수록 대출 규모를 줄이는 추세다. 부실채권이 한계상황에 몰렸다는 의미로 보인다.

국내 저소득·저신용 근로자 대상 정책금융 상품인 ‘햇살론’ 역시 금리가 올라 서민금융 정책 전반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달 3일 저축은행중앙회 자료에 따르면 12월 근로자 햇살론에 적용된 대출 상한 금리는 연 11.23%로 책정됐는데, 11월 상한 금리 11.19%보다 0.04%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도 은행의 도덕적 해이는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거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이른바 5대 시중은행이 초고위험 투자 상품으로 꼽히는 홍콩H지수 기초자산 주가연계증권(ELS)을 90대 이상 초고령층에 100억원 이상 판매한 사실이 드러난 탓이다.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초고위험·고난도 상품을 관련 투자 지식이 미숙한 초고령자에게 권유한 것은 불완전 판매 우려는 물론이고 적합성의 원칙에도 위반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향후 발생할 피해에 대한 책임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금융 당국도 이 같은 폐해를 지적하면서 은행의 잘못된 행태를 꼬집었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이 약관을 설명했는지를 떠나 수십%의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고난도 상품을 권유하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 적합성 원칙상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며, 사실상 고강도 제재를 예고 한 바 있다.

5대 시중은행은 지난해 들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3분기 누적 기준 순이익은 12조1161억원으로, 재작년 3분기 11조2208억원보다 8.0% 늘었는데,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과도한 성과급, 퇴직금 잔치를 벌이는 등 도덕적 해이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고금리 상황을 맞아 소비자에게 전가한 이자 수익에만 열을 올린 나머지 ‘금융’이라는 사회적 공공재 역할과는 정반대의 행동을 했다는 지적을 피할 길 없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도 작년 10월30일 “고금리로 어려운 소상공인이 죽도록 일해 번 돈을 고스란히 대출 원리금 상환에 갖다 바치는 현실에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은행권 관행에 강한 불신을 나타내기도 했다.

최근 은행들이 2조원 규모의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 방안을 내놓았다. 앞으로도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취약계층의 금리 부담을 낮춰 줄 방안을 찾겠다고 했지만, 잘못된 관행이 얼마나 개선될지 지속해서 지켜봐야 한다.

2024년 초 우리 경제는 여러 우려 요인을 안고 출발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신청을 필두로 134조원 규모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연체율이 1년 새 2배 가까이 상승했고, 우리 사회 20대들이 진 빚이 1인당 평균 5000만원을 넘어섰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들린다.

서민금융은 모든 국가에서 경제를 바로 세울 때 가장 단단히 먼저 살피는 핵심 정책이다.  4월 총이 있는 올해 정부·여당·야당 모두 서민층의 금융안정에 한마음이 되어야 한다. 유권자들은 그러한 정책에 선뜻 표를 줄 것이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김 대표는 한국거래소(KRX) 공익대표 사외이사, 유럽연합(EU) 유럽기후협약 대사, 유엔사회개발연구소(UNRISD) 선임 협력 연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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