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첩첩산중…대주주 사재 출연 등 자구안 주목
대주주 자구 노력 통한 채권단 설득 관건…11일 제1차 채권단협의회 소집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채권단 동의 확보에 이목이 쏠린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은 태영건설 대주주의 자구 노력을 전제로 워크아웃을 통한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그러나 최대주주 TY홀딩스를 비롯한 윤석민 회장 등 오너일가가 뚜렷한 자구안 규모를 내놓지 않고 있어 자구 노력의 진정성에 의문부호가 달리는 분위기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오는 3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서 채권자 400여 곳을 상대로 자구안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한다. 설명회에서는 △그룹 계열사 매각 △대주주 사재 출연 △기타 지분 담보 등의 자구안이 공개될 전망이다. 매각 계열사로는 계열사인 에코비트(종합환경업체)와 블루원(골프·레저)이 거론되고 있다.
태영건설은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워크아웃은 회사와 채권단이 자율적으로 마련하는 회사 재건 협약이다. 회생 가치가 있으나 재정위기에 처한 기업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에 선택하는 재무구조 개선작업이다.
◆기존 자구안 '삐걱'…"자구노력 미흡, 워크아웃 개시 걸림돌"
태영건설은 총 10조 원에 달하는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채권단 400여 곳에 보낸 '태영건설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 통보서'를 보면 태영건설이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 등 80곳에서 조달한 직접 차입금은 1조3007억 원으로 집계됐다. 규모가 작은 시행사의 대출에 대해 시공사인 태영건설이 보증을 선 규모는 9조1819억 원에 달했다. 태영건설은 전국 122곳의 사업장에 보증을 선 상태다.
당초 제시했던 자구안에 대한 적극적인 이행이 이뤄지지 않거나 향후 추가 공개될 자구안에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올 경우 워크아웃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영건설은 지난달 29일 만기가 도래한 1485억 원 규모의 상거래채권 가운데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 451억 원을 상환하지 않았다.
태영건설의 최대주주 TY홀딩스는 지난달 워크아웃 신청 당시 태영건설의 자구안으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을 통해 2400억 원을 조달, 해당 상거래채권 결제 자금으로 사용할 것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전액을 상환하지 않은 것이다.
상환되지 않은 외담대는 태영건설의 협력 업체가 현금 대신 지불받은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은행에 대출을 받은 건이다. 이같은 경우 해당 채권은 외담대를 실행한 은행의 금융채권으로 분류된다. 금융채권은 은행연합회의 지침에 따라 행사를 유예받을 수 있다. 이에 워크아웃 통지 시점부터 지급이 유예됨에 따라 채권을 상환하지 않았다는 것이 TY홀딩스 측의 입장이다.
이와 함께 TY홀딩스가 태영건설에 대여하기로 한 1133억 원의 자금도 일부 지급되지 않았다. 현재로선 400억 원 규모만 차입된 상태다.
이와 관련 TY홀딩스 측은 "태영건설과 1133억 원을 한도로 기간을 1년으로 한 차입 계약을 체결했으며 당사가 필요한 금액을 요청하면 양사 간 협의에 의해 차입하기로 계약돼 있다"고 해명공시했다. 이어 "지난달 29일 당사는 상거래 채권 상환을 위해 TY홀딩스에 400억 원을 요청해 차입했다"며 "향후 733억 원은 필요 상황에 따라 실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채권단 관계자는 "향후 태영건설의 자구안 발표와 이행 여부가 워크아웃 개시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채권단 동의 관건…오는 11일 결정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서는 신용공여액 기준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오는 3일 개최되는 채권단 설명회에서는 태영건설의 경영 상황, 자구계획, 협의회의 안건 등이 논의된다. 태영건설은 이 자리에서 채권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경영 정상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채권단은 이를 바탕으로 오는 11일 제1차 채권자협의회를 열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찬반 여부를 결정한다. 총 400곳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는 채권단의 75% 이상이 워크아웃에 찬성할 경우 태영건설은 최대 4개월간 채권행사를 유예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태영건설을 비롯한 지주사 TY홀딩스와 오너일가의 자구안 밑그림조차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대주주의 사재출연, 그룹 계열사 에코비트와 블루원 매각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확정된 사안은 없다는 것이 TY홀딩스 측의 공식 입장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선 TY홀딩스 계열사 추가 매각 가능성이 거론된다. 환경 업체 에코비트는 TY홀딩스가 50%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윤석민 회장이 25.5%를, 배우자 이상희 씨가 2.2% 등을 갖고 있다. 골프와 레저사업을 영위하는 블루원은 윤세영 창업회장의 딸 윤재연 대표가 경영을 맡고 있다. 오너 일가가 12.26%의 지분을, TY홀딩스가 나머지 87.74%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TY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윤 회장으로, 지분은 25.2%다.
이외에 TY홀딩스는 SBS와 SBS미디어넷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회사가 보유한 SBS의 지분은 36.9%다. 이외에 윤 회장(25.4%), 이상희 씨(2.3%), 서암윤세영재단(5.4%) 등 오너 일가가 SBS 지분을 갖고 있다. 유선방송사업자인 SBS미디어넷 역시 TY홀딩스가 지분 91.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러나 이번 자구안에 SBS 지분 매각 관련 내용은 배제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방문신 SBS 사장은 지난달 28일 회사 내부망에 "TY홀딩스가 소유한 SBS 주식의 매각 또는 담보 제공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은행권 관계자는 "워크아웃 개시는 태영건설이 채권단에 실현 가능성 있는 자구 방안을 내놓을 경우 가능할 것"이라며 "계열사 매각 계획과 매각 대금 규모, 이를 통한 경영 정상화 가능 여부 등을 채권단에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wisdom@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Copyright © 더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갑진년 더 값지게<중>] "집값, 올해도 시들"…전문가들이 본 2024 부동산 시장
- [작심3분②] 쌓인 업무에 '뒷목 뻐근'…앉아서 하는 스트레칭
- 21대 국회의장 방문 외교, '국민 혈세' 얼마나 쓰였을까
- '총선의 해' 밝았다…여야, 총성 없는 전쟁 본격화
- [2024 검찰] 새해도 야권 수사 산더미…총선 전 결과 주목
- [MZ취준생의 비명①] 인터넷수강료만 수백만원…등록금 맞먹는 취업준비비용
- [TF신년기획]"제로즈 덕에 빛나"…제베원, 기억에 남는 순간?
- 갑진년, 천하장사를 꿈꾼다…샅바 매고 모래판 선 여성들
- [인터뷰] 박지현 "與 한동훈이 잘해야 민주당도 잘할 것"
- [2024 게임] 갑진년 새해 키워드 'DRAGON(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