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高 짓눌린 민간소비 활성화하고···투자의욕 꺾는 稅·규제 개선 시급"

서민우 기자 2024. 1. 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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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한경협, 기업경영환경 조사]
■ 기업이 꼽은 정부 최우선 과제
수출 나아져야 경제 활력 되찾아
정부 차원 지원정책 뒷받침 필요
과도한 법인·상속세 개편 검토를
서울경제신문이 2일 한경협과 101개 기업 재무 임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신년 경영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20.2%는 정부가 중점을 둬야 할 정책으로 ‘민간소비 개선’을 꼽았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국내 기업들이 올해 정부가 중점을 둬야 할 정책 과제로 투자 활성화와 민간소비 촉진을 꼽았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경기 침체, 지정학적 위기 등의 여파로 올해 경영 환경도 녹록지 않은 만큼 기업들의 투자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혁파하고 위축된 내수를 살려 다가올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는 얘기다.

2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경제인협회와 국내 500대 기업의 기획·재무임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년 경영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올해 기업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 과제’로 환율 안정(28.9%)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민간소비 개선(20.2%), 수출 환경 개선(16.2%), 투자 활성화(15.6%), 물가 안정(12.1%) 등의 순이었다. 대외적 변수의 영향이 커 정부가 직접 관리하기 어려운 환율 분야를 제외하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52%)이 정부의 우선 정책 순위로 투자와 소비 분야를 선택한 것이다.

먼저 기업들은 지난해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고(高)’에 짓눌렸던 내수 소비가 촉진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소비는 이번 조사에 응한 기업 임원 5명 중 1명이 ‘민간소비 개선’을 꼽을 만큼 위축돼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해 12월 경제 동향 보고서를 통해 내수 부진이 한국 경제 회복 속도의 둔화 요인이라고 진단할 정도다. KDI가 경제 동향에서 ‘내수 둔화’를 언급한 것은 지난해 3월 이후 9개월 만이다. 지난해 10월 소매판매는 2022년 같은 기간보다 4.4% 줄며 전월(-2.0%)보다 감소 폭이 커졌다. 가전제품(-12.5%), 의복(-6.7%), 음식료품(-6.1%), 승용차(-5.3%) 등 소비재 대부분에서 감소 폭이 확대됐다.

기업들은 수출 환경 개선도 정부의 중점 과제로 선택했다. 최근 수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세계 주요국들의 보호무역주의가 한층 강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실제 지난해부터 미국·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은 자국 내 핵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산업 정책과 무역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중 갈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교역 분절화 현상이 극심해지면 우리나라 수출이 최대 10%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한은은 또 주요국들이 첨단산업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수입관세를 부과하는 ‘제한적 분절화’에 나설 경우에는 우리 수출은 해당 산업을 중심으로 3% 내외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손민규 한은 조사국 국제무역팀 차장은 “우리 수출의 품목별·지역별 다변화와 함께 산업 경쟁력을 꾸준히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다”며 “기업들은 글로벌 선도 기업과 기술제휴를 확대하는 등 기술 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정부도 기업투자 환경 개선과 더불어 여러 국가들과 통상 협력을 강화해 기업들의 수출시장 다변화를 뒷받침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계의 한 재무 담당 임원도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우리 경제 전반에 활력을 돋게 하려면 결국 수출이 나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 활성화도 시급한 과제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현장에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세제와 규제가 기업들의 투자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법인세와 상속세가 대표적이다. 법인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다수가 단일 세율 체계이지만 국내는 4단계의 복잡한 과표 구간을 유지하고 있다. 최고세율의 경우 국내 법인세는 26.4%(지방세 포함)로 OECD 평균은 물론 주요 7개국(G7) 평균을 웃돌고 있다.

상속세도 OECD 회원국 다수는 각자 상속받은 재산을 과세 기준으로 삼는 유산취득세 방식인데 반해 국내는 피상속인이 남긴 유산총액이 기준인 유산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최고세율이 50%로 높은 데다 최대주주의 지분 상속 시 20%를 가산하는 할증제도가 있어 실제 상속세율은 60%에 이른다. 최근 법인세율 인하와 투자세액공제 확대와 같은 개선이 일부 이뤄졌지만 여전히 경쟁국보다 세율이 높고 경제 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경협의 한 관계자는 “법인세를 재분배 정책 수단으로 삼는 것을 지양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개편해야 한다”며 “과중한 상속세 역시 기업투자를 위축시켜 경제성장을 제약할 수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자본이득 과세로의 전환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민우 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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