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 버틴다···기업 10곳 중 7곳 "투자 규모 유지·확대"

박민주 기자 2024. 1. 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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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한경협, 경영환경 조사]
■위기 속 미래경쟁력 확보
AI 등 첨단기술 중심 산업 재편에
공급망 이슈 따른 설비투자도 지속
제조업 중심 성장동력 발굴 나서
30%는 "투자 줄이거나 안하겠다"
불확실성 증대·고금리 지속 이유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전경.
[서울경제]

국내 기업 10곳 중 6곳이 올해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지난해 수준의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 기술 중심으로 산업이 재편되는 가운데 미래 경쟁력 확보 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전통 제조업을 중심으로 기존 사업에서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미래 사업에 투자하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2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경제인협회와 공동으로 국내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경제·경영 환경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9.3%는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하게 투자를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지난해보다 투자 계획을 늘리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10.9%로 투자에 긍정적인 기업은 전체의 70%에 달했다. 반면 나머지 기업들은 아직 투자 계획이 없거나(14.9%) 지난해 대비 감소할 것(14.9%)이라고 응답했다.

조사 대상 기업 중 가장 많은 53곳이 포진한 제조업 분야 기업들은 대다수인 69.8%가 지난해와 비슷하게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응답한 기업도 11.3%를 차지했다.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분야 기업들도 54.5%가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답했고 9.1%는 늘리겠다고 응답했다. 운수업은 50%가 지난해와 비슷하게 투자하고 33.3%는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해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다소 걷히는 분위기”라며 “전쟁 등의 변수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하반기 글로벌 경기 상황에 따라 투자를 더 늘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투자 규모를 유지·확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 ‘미래 신성장 동력 확보(54.5%)’를 꼽았다. 위기 속에서 미래 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도태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노후 설비 개선 수요(18.2%)’가 차지했고 국내외 경제 환경 개선과 대내외 수요 확대 전망 등도 각각 9.1%로 집계되며 올해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은 올해 AI·바이오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밝혔다. 삼성전자는 신설한 미래사업기획단을 중심으로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선다. 미래사업기획단은 앞서 이건희 선대회장의 지시로 꾸려졌던 ‘신사업추진단’과 닮았다. 신사업추진단은 태양광, 발광다이오드(LED), 2차전지, 의료기기, 바이오 제약 등 5대 신수종 사업을 발굴한 바 있다.

SK는 미래 성장 동력으로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를 꼽고 2026년까지 247조 원을 투자하는 청사진을 제시한 만큼 올해도 이들 사업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공장 투자를 지속한다. 지난해 기아 화성 공장과 현대차 울산 공장을 착공했고 올해 말 미국의 그룹 통합 전기차 전용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도 조기 준공을 앞두고 있다.

또 현대차그룹은 총 18조 원을 투자해 연결성·자율주행 등 신사업 관련 기술 개발과 빅데이터 센터 구축 등에 투입할 방침이다. LG그룹은 구광모 대표 취임 이후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분야의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낸다. 앞서 LG는 2026년까지 ABC 분야에 약 7조 원의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황 교수는 “디지털 경제가 AI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신기술에 대한 투자가 더 많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공급망 이슈에 따라 현지 공장 등 설비투자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투자 규모를 줄이겠다는 기업들은 ‘경영환경 불확실성(56.7%)’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다른 이유로는 고금리 지속에 따른 금융 환경 악화(13.3%), 대내외 수요 위축 전망(10%), 규제 등 국내 투자 환경 악화(6.7%)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대내외 수요 위축 전망’ 요인이 30%에 달해 경기 침체의 그늘이 더욱 짙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황 교수는 “여전히 불확실한 변수가 기업의 투자를 옥죄고 있다”며 “전통적인 제조업부터 첨단 사업까지 투자가 확대되기 위해서는 경계 없는 정부의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민주 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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