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 완전히 바꿨다" 출루에 눈 뜬 한화 1번타자, 스스로 위험을 감수했다…20-20 바라보며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한화 이진영이 새로운 타격 자세로 2024년을 맞이한다. 정규시즌이 끝난 뒤 마무리캠프부터 새로운 폼을 준비했고, 확실히 적응하기 위해 스프링캠프 출발 일정까지 조정했다. 스스로 "위험부담이 있다"고 하면서도 한 단계 발전하기 위해 도전을 택했다.
이진영은 지난달 7일부터 서울에서 개인 훈련을 시작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100차례 이상(121경기) 1군 경기에 출전하고도 일본 미야자키에서 교육리그에 참가하고 마무리 캠프까지 치렀다. 비시즌 휴식은 열흘 뿐. 이진영은 12월 초부터 2024년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더 나은 성적을 위해 많은 것을 바꾸기로 마음 먹었다.
2일 서울 송파구 제이스포츠베이스볼아카데미에서 만난 이진영은 "작년에는 호주(질롱 코리아)에 다녀온 뒤 특별히 새로운 준비는 하지 못한 채 시즌에 들어갔다. 올해는 폼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그동안 뭐가 문제인지는 알았는데, 왜 그런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채)은성이 형이 여기를 추천해주셔서 오게 됐다"고 얘기했다.
이진영은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고 먼저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작년에도 바꿔보려 했는데 시즌 중에 시도하기는 어려웠다. 마무리 캠프부터 쭉 해보고 있다. 서 있는 것부터 바꿨다. 스윙도 바뀌었고, 힘을 쓰는 방법까지 싹 바꿨다"며 "작년에 좋았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시는데 그보다 더 확률을 높이고 싶었다. 타율 0.250(0.249)이 만족할 만한 성적도 아니고, 더 할 수 있어서 욕심을 내다 보니 바뀐 타격 폼에 도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진영은 타율 0.249와 출루율 0.344, 장타율 0.394를 기록했다. 타율이 높지 않은 대신 볼넷과 장타에 장점이 있었다. 그가 새로운 폼을 시도하는 이유는 단순히 타율이 낮아서는 아니다. 이진영은 "작년에는 칠 수 있었던 공을 못 친 경우가 엄청 많았다. 칠 수 있을 것 같은데 파울이 나오거나 땅볼이 나온 경우가 많아서 그런 경우를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타율과 출루율 모두 올랐으면 좋겠다. 홈런도 많이 치고 싶지만 홈런은 치고 싶다고 해서 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일단 타율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목표는 우선 타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마침 새로 부임한 정경배 수석코치도 이진영의 도전을 반겼다. 정경배 코치는 마무리 캠프에서 이진영을 만나 SSG 랜더스 소속이던 지난해 느꼈던 점들을 들려줬다고. 이진영은 "정경배 코치님이 어떤 문제점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씀을 해주셨다. 나도 폼을 바꾸기를 원했는데 코치님도 수정했으면 좋겠다 생각하신 점이 있어서 의견이 맞았다. 그때 마무리 캠프부터 이것저것 시도를 많이 해봤다. 코치님이 많이 도와주셨다"고 했다.
이진영은 한화 전력분석팀에 자료를 가장 많이 요청하는 선수로 꼽힌다. 그는 "타격감이 안 좋을 때 초구부터 방망이를 적극적으로 못 내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이 없으니까 초구 쳐서 잡히면 팀에 피해가 갈 것 같고 그런 마음이 들었다. 전력분석팀에서 투구 수 별로 타율을 비교해달라고 했다. 3구 안에 쳐야 타율이 높게 나왔다. 또 영상 자료를 보고 피드백을 받기도 하고, 여러가지를 시도해본다. 안 되면 뭐라도 해야 속이 편하다. 운동도 해보고 안 되면 전력분석실에 의견을 묻기도 한다. 여러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호주 캠프에는 본진과 함께 가기로 했다. 선발대도 고민했는데, 지금 준비하는 폼에 확실히 적응하는 것이 먼저라고 판단했다. 이진영은 "먼저 가서 형들과 같이 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여기 있는 시스템을 더 써보고 싶어서 늦게 가기로 했다"고 얘기했다.
이날 기술 훈련이 끝난 것은 오후 2시. 이진영은 트레이닝 센터에 들른 뒤 누나가 하는 필라테스 센터까지 가야 오늘 하루가 마무리된다고 했다. 새 시즌을 잘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하루 일과에서도 드러난다.
- 처음으로 100경기 이상 출전한 시즌이었다.
"(작년)캠프 때도 운동을 많이 했고 그래서 시즌 중에 지쳐서 힘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일주일 정도 휴식기간이 있어서 비시즌 준비할 때도 힘든 것은 없었다. 욕심이 많아서 많이 쉬면 불안하다. 빨리 운동하고 싶어서 일찍 시작했다."
- 올해는 어떤 것을 이루고 싶나.
"목표라고 하면 보통 수치 얘기를 많이 하는데, 수치 면에서는 20홈런 20도루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도루에도 욕심이 있다. 우선 작년보다 (타석에서)실패를 덜 하는 것이 최종적인 목표다. 아직 주전은 아니지만 주전이 된다면 작년에 실수를 통해 배운 것들을 경기장에서 만회하고 싶다. 그렇게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목표다."
- 도루 5번 뛰어서 모두 성공했더라.
"감독님이 출루 후에 베이스에서 아웃되는 것을 굉장히 아쉬워 하신다. 그냥 사인 났을 때만 딱 5번 뛰었다. 올해 우리가 더 많은 점수를 내고 더 많이 출루하면 도루 시도도 많이 해보시지 않을까 생각했다. (20-20)그렇게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다."
- 중견수 수비도 준비됐나.
"고등학교 때부터, 졸업하고 나서도 중견수로 뛰었다. 그런데 KIA 때는 (김)호령이 형이 있어서 우익수로 나가게 됐다. 중견수가 수비 범위가 가장 넓고 발도 빨라야 하지만 좌우익수도 힘들다. 타구가 엄청 빠르다. 중견수가 해야 할 백업 플레이 콜 플레이는 잘할 수 있다."
- 올해 한화를 5강 다크호스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섣불리 판단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는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다들 열심히 하고 있다. 시너지효과가 나오면 더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
"올해 8연승도 하고 상승세를 탔을 때 정말 이제는 다르구나 싶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연패에 빠지고 나니 분위기가 또 뚝 떨어졌다. 그런 기복이 심했다. 돌아보면 하루 경기가 안 풀리면 거기에 빠져서 안 좋은 생각을 하다가 다음 경기도 잘 못하고 했다. 그래서 실수가 많았던 것 같다. 올해는 그런 경우를 줄이고 싶다."
- 포스트시즌 경기도 봤나.
"외국(일본 미야자키)에 있었는데 계속 찾아보게 되더라. 올해 가을야구 정말 재미있었다. 우리가 잘했으면 한국에서 가을을 보내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거의 매일 만원 관중이던데, 저런 중요한 경기에서 만원 관중 앞에서 뛰면 얼마나 긴장될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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