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피습에 민주당 총선 시계 멈춰…당내 압박도 주춤

엄지원 기자 2024. 1. 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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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부산에서 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습격당하면서 총선을 앞둔 제1야당의 정치 일정은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이 대표의 치료 경과와 피의자의 범행 동기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사건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모르는 까닭에, 당 지도부는 의원들에게 관련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는 등 신중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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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이 회의가 끝난 뒤, 이재명 대표는 부산 방문 도중 한 남성으로부터 흉기 공격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부산에서 한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습격당하면서 총선을 앞둔 제1야당의 정치 일정은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이 대표의 치료 경과와 피의자의 범행 동기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사건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모르는 까닭에, 당 지도부는 의원들에게 관련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하는 등 신중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날 이 대표가 1차 치료를 받은 부산대병원 인근에서 긴급 최고위원회를 연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사건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테러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서, 어떤 경우에도 발생해선 안 되는 일이다.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서 한점 의혹 없이 철저하게 수사해줄 것을 부탁한다”(권칠승 수석대변인)고 밝혔다.

애초 이날 경남 양산의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방문해 오찬을 할 예정이었던 지도부는 문 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며 일정 취소 사실을 알렸다. 문 전 대통령은 “저야말로 너무 걱정돼 지금 바로 (부산대병원으로) 가려던 참이었는데, 서울로 간다고 하니 (지도부가) 이 대표의 빠른 쾌유를 위해 집중해달라. 그 일에 최선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탈당을 예고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페이스북에 “충격과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며 “이 대표의 빠른 회복을 거듭 기원한다”고 적었다.

당 지도부는 3일 비상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에게 사건의 경과를 설명하는 한편, 침착한 대응을 당부하기로 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2일 의원들에게 보낸 공지에서 “현재 이재명 대표님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병원으로 이송 중이며 자세한 상태와 향후 치료 방안은 병원 도착 후 의료진의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의원님들께서는 동요하지 마시고, 대표님의 쾌유를 비는 발언 이외에 사건에 대한 정치적 해석이나, 범인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충격적인 사건에 술렁이는 의원들을 다독이는 동시에, 자칫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거나 계파 갈등 소재로 삼아 역풍을 자초하지 않도록 ‘선제 조처’에 나선 것이다. 민주당은 17개 시·도당에 “총선 예비후보자들의 출판기념회와 의정보고회, 그밖의 선거 활동이 차분하고 절제된 상황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해달라”고 공지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날 저녁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차질 없이 당무를 집행해가겠다”고 밝혔지만, 지난주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를 공천관리위원장에 임명하면서 본격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총선 시계에 차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3일까지 이 대표에게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약속하라고 압박해온 ‘원칙과 상식’ 등 당 쇄신을 요구하는 비주류와의 통합 행보도 멈춰 서게 됐다. 전해철·홍영표 의원 등 당 비주류 의원 9명도 2일 이 대표 피습이 벌어지기 전 입장문을 내어 이 대표를 향해 “당의 분열을 막고, 당의 구성원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설득하고 실천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 대표가 ‘정치적 폭력’을 당하고 병상에 누운 상황에서 그를 향한 압박은 힘을 받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당내 중론이다. 민주당의 한 비주류 의원은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이 높아질 때 이 대표가 단식투쟁에 들어가면서 비판론이 사그라들었는데, 이번에도 더는 이 대표에게 사퇴 등을 압박하는 목소리가 힘을 받기 어려울 걸로 보인다”며 “현재로선 힘을 모으는 게 맞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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