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블루원도 고작 1500억"...뒷짐진 대주주 TY홀딩스
내일(3일)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개시를 위해 채권자를 상대로 자구안을 설명할 예정인 가운데 금융당국과 채권단 일각에선 대주주인 TY홀딩스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TY홀딩스가 채무보증에 나서거나 오너 일가가 보유 중인 지분 33%를 담보로 제공하는 등 비중있는 역할을 해야 '꼬리자르기'를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태영건설이 자구안으로 유력 검토 중인 주요 계열사 매각의 경우 당장 현금화가 쉽지 않은데다 매각이 성사돼도 현실적으로 가격을 높게 받을 수 없다. 태영인더스트리처럼 매각 후 대주주가 매각대금을 태영건설에 곧바로 대여하지 않으면 정상화 자금으로 활용도 어렵다.
자구안으로는 계열사인 에코비트(종합환경업체)와 블루원(골프·레저) 매각 방안이 제시될 전망이지만 실질적으로 태영건설 정상화를 위해 큰 도움이 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코비트의 경우 TY 홀딩스가 지분 50%를 갖고 있고 사모펀드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이 나머지 50%를 보유 중이다. TY홀딩스는 이미 보유 지분을 담보로 KKR로부터 연 13%로 4000억원을 받아 태영건설에 대여해 줬다. 이런 상황에서 에코비트를 매각한다고 해도 TY 홀딩스가 받을 매각 대금은 유의미 하지 않다는 계산이다. 시장에서는 에코비트 매각 가격을 1조~2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만큼 1조원대로 매각한다고 가정하면 KKR에게 갚아야 할 4000억원과 이자 등을 제외하고 TY홀딩스에 돌아올 자금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블루원 역시 매각 이후 대주주가 손에 쥘 현금은 1000억~15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이란 분석이 채권단에서 제기된다. 블루원은 골프장 3곳을 보유 중인데 매각을 하더라도 회원 보증금을 제외하고 매각대금을 받아야 한다. 채권단 일각에선 블루원 역시 이미 지분을 담보로 제공해 자금을 융통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M&A 시장이 워낙 좋지 않아서 당장 매각을 하기도 쉽지 않다"며 "매각을 한다고 한들 매각 자금은 홀딩스 내지는 오너 일가에서 돌아가지 태영건설에 곧바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도 TY홀딩스가 태영건설에 일부만 대여했다. 당초 태영건설 정상화를 위해 매각 대금을 대여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어겼다. 이 자금은 협력사 상거래채권 결제 자금으로 쓰일 예정이었다.
이와 관련 TY홀딩스는 "1133억원을 한도로, 기간은 1년으로 한 계약이며 태영건설이 필요한 금액을 요청할 때 협의에 의해 지원하기로 계약했다"며 "태영건설이 상거래채권 상환을 위해 요청한 400억원을 지급했고 나머지 733억원은 태영건설의 필요상황에 따라 실행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태영그룹에서 그나마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계열사는 SBS이지만 그룹 측은 SBS 매각 뿐 아니라 지분을 담보로 제공할 의사조차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너 일가 보유 TY 홀딩스 지분은 33.7%로 경영권 유지를 위한 최소 지분 30%가 넘는다. 오너 일가 보유 지분을 담보로 채권단 등으로부터 추가 자금을 지원 받거나 TY홀딩스가 태영건설의 금융 채무에 보증을 서는 등 적극적인 자구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지 않은 경우 유사시 TY홀딩스가 태영건설 정상화를 포기하고 법정관리를 선언할 수 있다는 우려가 채권단에서 제기된다. 일명 '꼬리자르기'다. 알짜 계열사인 SBS만 남기는 방식이다. TY홀딩스가 태영건설에 1000억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안고 있는데, 태영건설에 대여한 4000억원과 상계하면 연결고리도 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자구안이 계열사 매각 정도 수준이라면 '공수표'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며 "태영건설이 아니라 TY홀딩스와 오너 일가가 직접 나서서 자구안을 내놓아야 채권단을 설득할 수 있다. 그래야 워크아웃 개시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이용안 기자 k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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