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피습이 소환한 박근혜·송영길 사건… 여야 총선 여론추이 촉각

김세희 2024. 1. 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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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일정중 계란 맞은 사례도
"범행 동기 따라 의미 달라져"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2일 부산 피습을 계기로 과거 비슷한 사례들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여야 당 대표나 대선 후보들이 전국 단위 선거 직전 피습을 당했던 사건이 있었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사건이 과거 선거 판세에 영향을 줬던 점을 들어 여론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18cm길이 흉기로 목 부위를 공격당한 후, 피를 흘린 채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가장 유사한 케이스는 2006년 5월 20일 박근혜 전 대통령 '커터칼 피습' 사건이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전 대통령은 서울 신촌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지원연설을 하기 위해 연단에 오르다가 흉기로 습격을 당해 상처를 입었다. 범인은 50대 지모 씨였고 문구용 커터칼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대통령은 11cm길이의 오른쪽 뺨 자상을 입고 봉합 수술을 받았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2022년 3월 대선 직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거리에서 선거운동을 하다가 한 남성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응급실로 긴급 후송됐다. 당시 가해 남성은 곧바로 현장에서 당 관계자들에게 제지됐고 경찰서로 연행됐다.

공개 일정 중 계란이나 물을 맞거나, 주먹으로 폭행당하는 사례도 있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후보 시절인 2002년 11월 '우리쌀 지키기 전국 농민대회'에서 연설하던 도중 야유하는 청중 사이에서 날아온 달걀에 아래턱을 맞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이던 2007년 12월 경기도 의정부에서 거리 유세를 하다 승려 복장을 한 중년 남성이 "BBK 사건의 전모를 밝히라"고 외치며 던진 계란에 허리 부근을 맞았다.

같은 해 11월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을 때는 갑자기 한 30대 남성이 계란 여러 개를 투척하며 소동이 벌어졌다. 당시 이 후보는 이마와 안경에 계란 파편을 맞았다.

김성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는 2018년 5월 5일 국회 본관 앞에서 단식농성 중에 지지자를 자처하며 다가온 30대 남성 김모씨로부터 주먹으로 턱을 가격당했다. 열흘 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주도 제2공항 건설 문제 관련 토론회 중에 지역 주민으로부터 얼굴과 팔 등을 폭행당하는 일도 있었다.

여야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총선에 미칠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박 전 대통령 사건과 가장 유사한 케이스라는 점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입원 도중 측근들에게 "대전은요"라고 물은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퇴원한 뒤 곧바로 대전에서 선거 지원에 나서면서 한나라당에 열세이던 판세가 뒤집힌 바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소속 의원들에게 "대표의 쾌유를 비는 발언 이외 사건에 대한 정치적 해석이나 범인에 대한 언급은 자제해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정치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여론이 동요할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다고 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용의자의 신분과 범행 동기가 무엇이냐에 따라 정치적 의미가 달라진다고 짚었다. 신 교수는 "국민의힘 지지자가 의도적으로 했다면 여권을 향한 여론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비명(비이재명)계 지지자가 범인일 경우 "비명계와 친명(친이재명)계 사이 갈등은 극단으로 갈 것"이라면서 "이낙연 전 대표와 원칙과 상식 등 비명계 의원들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사건 초기 증거가 나오기 전에는 이 대표를 둘러싼 동정론이 강하게 형성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경찰·검찰에서 수사 등을 신속하고 투명하게 진행해서 정확한 결론이 나온 뒤, 여론 추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수사 결과에 따라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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