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제동 건 이스라엘 대법

'사법부 무력화法' 무효 처리
가자지구선 일부 병력 철수
저강도 장기전 국면으로 전환

이스라엘군(IDF)이 1일(현지시간) 가자 작전 수행 모습을 공개했다. IDF는 5개 여단을 가자에서 철수시킨다고 밝혀 2만여 명이 본국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 대법원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주도한 '사법부 무력화' 관련 입법에 제동을 걸었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1일(현지시간) 대법관 15명이 전원 참여한 가운데 지난해 7월 크네세트(의회)가 가결한 '사법부에 관한 개정 기본법'을 무효화 처리했다. 대법관 15명 가운데 8명이 무효화에 찬성했고, 7명은 반대했다. 대법원은 "이번 결정은 문제의 입법이 민주주의 국가인 이스라엘의 기본 성격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대법원이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난다고 판단할 경우 장관 임명이나 주요 정책을 뒤집을 수 있도록 한 기존 법안을 무력화시키는 것을 골자로 했다. 이 같은 입법 시도에 시민단체와 야당은 반대했고, 지난해 이스라엘에서는 이 문제로 전례 없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대법원 결정에 여당인 리쿠드당은 "전쟁 중인 이스라엘 국민의 단합을 저해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야권 지도자인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지난 1년간 이스라엘을 분열시킨 역사상 최악의 재앙을 매듭지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본거지인 가자지구에서 일부 병력을 철수시키며 본격적으로 저강도 장기전에 들어갔다. 미국도 중동에 출동시켰던 항모전단 2개 중 1개를 철수시키면서 군사적 긴장 완화에 나섰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지상전 병력 중 5개 여단을 향후 몇 주에 걸쳐 철수시키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1개 여단은 4000여 명으로 총 2만여 명을 축소하는 셈이다.

향후 대규모 지상전에 따른 인명 피해를 감수하기보다는 특수부대를 활용해 하마스 전력만 표적 타격하는 장기전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오는 5일 중동 순방에 나서 하마스 전쟁, 휴전 등 해법과 역내 긴장 완화를 도모할 전망이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새로운 인질 석방 협상안을 제시했다. 하마스 측은 인질 40명을 석방하는 대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하며 팔레스타인 수감자 일부를 교환하는 방식을 제안했지만 이스라엘 측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