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멍'도 럭셔리하게…고급 캠핑 시장 6조원대로 커졌다
캠핑 인구가 700만명까지 늘어나고 관련 시장이 6조원대 규모로 커지면서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캠핑족을 겨냥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올해는 고급 취향을 선호하는 '하이엔드 캠핑족'을 공략하기 위한 고급형 캠핑용품이 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급스럽게 굽고 마신 뒤 정리는 간편하게
2일 캠핑업계에 따르면 생활용품기업 메사네트웍스는 고급 그릴 브랜드 에버듀어를 수입해 국내 캠핑족 공략에 나섰다. 에버듀어는 1935년 굽는 경험에 혁명을 일으키겠다는 목표로 혁신적인 그릴 제품들을 설계해온 호주 브랜드다. 2016년 미슐랭 스타 셰프 헤스턴 블루멘탈(Heston Blumenthal)과 협업한 제품이 큰 인기를 끌면서 해외 캠핑족들에게 입소문을 탔다. 제품군은 △숯불·가스 방식의 바비큐 그릴 △이동식 주방 △나이프 및 액세서리 등이다. 에버듀어는 출시 초기부터 '레드닷', 'IF' 등 국제 디자인 상을 수상했다. 미국, 유럽, 남아프리카, 아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 소개된 제품은 훈제가 가능한 휴대용 바비큐 그릴 '큐브 360'과 휴대용 바비큐 그릴 '큐브'다. 큐브 360은 훈제와 로스팅이 가능한 휴대용 숯불 바비큐 그릴이다. 다양한 환경에서도 굽기와 훈제, 로스팅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전문적인 숯불 요리와 맛을 즐길 수 있고 요리와 청소에 필요한 키트도 제공된다. 큐브는 재료를 보관하는 저장 트레이, 도마로 쓸 수 있는 대나무 보드가 일체형으로 구성돼 휴대성을 높였다.
하이엔드 캠핑족을 겨냥해 국내에 수입된 독일 '국민 수세미' 아브라조(abrazo)의 인기도 두드러지고 있다. 1925년 독일에서 개발된 아브라조는 현지 소매 부분 1위에 오른 솝패드(soap pad)다. 솝패드는 세제가 수세미에 녹아 있기 때문에 별도의 세제 없이 바로 세척이 가능한 수세미를 말한다. 세제 없이 설거지가 가능하다는 편리성 때문에 유럽에서는 널리 사용되고 있다. 야외활동 중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캠핑족에게 필수템으로 꼽힌다.
아브라조의 경쟁력은 100년에 걸친 정밀기법에 있다. 철을 실과 같이 극도로 가늘게 깎아 초극세 '스틸울(steel wool)'을 구현한다. 다른 철수세미와 달리 제품에 스크래치를 낼 걱정이 없을뿐더러 다른 제품에 비해 세척과 광택 효과가 매우 탁월하다. 전 제품이 독일에서 100% 만들어진다.
대표 상품은 △멀티 클렌징 패드 △바비큐 그릴용 패드 △다목적 오븐클리너 등이다. 한 박스에 7개의 패드가 들어있으며 박스당 소비자 가격은 1만4000원이다. 다음 달부터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슈퍼마켓 및 각종 온라인몰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아브라조 수입원 관계자는 "아브라조는 주방, 욕실, 거실 등 공간 청소는 물론 운동화, 자전거 등 거의 모든 생활 용품에 사용이 가능하다"며 "아브라조에 결합된 세제는 천연 식물성 성분으로 100% 생분해되는 환경친화적 특성을 갖고 있어 피부에 무해하다"고 강조했다.
장기간 캠핑족 겨냥한 캐리어·고급 방석 '눈길'
'장기간 캠핑족'을 겨냥한 여행용 고급 캐리어 판매 증가세도 눈에 띈다. 이탈리아 캐리어 브랜드 론카토는 지난해 하반기 온라인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3~4배가량 증가했다고 발곃ㅆ다. 론카토는 1970년대에 등장한 이후 이탈리아 현지에서 하드케이스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66개국에서 판매 중이며 한국에서도 2014년 선보인 이후 연 매출이 매년 50%씩 증가했다.
외관은 BMW, 폭스바겐, 페라리를 디자인한 이탈리아 디자이너 람베르토 안젤리니의 손길을 거쳤다. 프랑스 라파예트백화점, 영국 헤롯백화점, 이탈리아 대표 항공사 알이탈리아항공 등과의 협업을 통해 '예술작품 같은 캐리어'를 지향한다. 국제 특허 12개도 획득하면서 기능성도 우수하다는 평가다. 앞서 론카토는 34인치 점보 사이즈의 폴리카보네이트 하드 캐리어를 새롭게 선보였다. 점보사이즈 캐리어는 장기 캠핑에 적합하도록 수납공간이 넉넉하다. 제주도, 강원도 한 달 살기 및 전국 캠핑 일주에 나선 장기 여행족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장시간 운전에 따른 허리 통증을 막아주는 쿠션 브랜드 '엑스젤'도 캠핑족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는 중이다. 엑스젤은 일본 도요타자동차에서 공식 채택한 방석으로, 적당한 탄성과 유동성을 가진 특수 젤을 넣어 만든 쿠션이다. 허리에 집중되는 무게를 분산시켜 피로감을 줄여주고 착석 자세를 교정해준다.
엑스젤 제조사인 '가지코퍼레이션'은 의료용품 전문 기업으로 출발했다. 당초 병원에 욕창방지쿠션과 수술용 매트 등을 납품하다가 같은 성분으로 쿠션을 만들며 1300억원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회사 설립 50년이 넘었지만 오로지 '시팅(sitting) 비즈니스'에서 한우물을 팠다는 점이 특징이다. 인기 제품으로는 부엉이 모양의 '아울 3D 프리미엄'이 있다. 엉덩이 부분에 쿠션이 두툼하게 들어가 있어 캠핑지에서 장시간 앉아 불멍을 즐기는 캠핑족들에게 인기다.
하나의 문화로 떠오른 '불멍'
독일 프리미엄 화로 브랜드 호파츠는 불과 관련된 라이프 스타일 제품에 특화된 브랜드다. 독일 레드닷 디자인을 포함해 50개 이상의 글로벌 디자인상을 수상했고, 50개 이상의 특허권을 보유했다. 최근 선보인 '스핀'은 바이오에탄올을 사용하는 불멍 아이템이다. 불꽃 모양을 회오리로 디자인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호파츠의 '큐브'는 멀티기능 그릴 제품이다. 화로대에 숯을 담는 별도의 바스켓이 있어 사용 후에 간단하게 불을 끌 수 있다. 타고 남은 재는 바스켓만 꺼내 청소할 수 있어 편리하다. 또 액세서리를 이용하면 바비큐 요리를 즐길 수 있고, 사용하지 않을 때 스토리지 박스로 사용하거나 테라스용 스툴 의자로 활용할 수 있다.
대기업도 하이엔드 캠핑족 모시기 나서
LG전자는 캠핑족을 위한 맞춤형 주거 공간 '본보야지(Bon Voyage)'의 두 번째 버전을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서 공개한다. 지난해 8월 본보야지를 공개한 이후, 고객 목소리를 반영해 캠핑 트레일러 크기로 만들어 이동성과 공간 활용성을 높였다. 본보야지는 실내 주차가 가능한 크기이면서 자동차에 연결해 어디든 끌고 다니며 편안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폭·길이·높이 '2m x 3.8m x 2.2m' 크기이며, 내부에 화장실은 물론 침대, 냉장고 등 다양한 가구와 가전제품으로 꾸밀 수 있다.
LG전자는 또 불멍 대신 야외에서 영화 등을 즐기는 캠핑족을 겨냥해 이동식 스크린 'LG 스탠바이미 GO'를 선보이고 하이엔드 캠핑족을 겨냥했다. 이 제품은 레디백 스타일의 여행 가방을 닮은 일체형으로 디자인됐다. 별도 조립이나 설치 과정 없이 케이스를 여닫기만 해도 화면이 켜지고 꺼진다. 캠핑족에게 짐이 될 것이란 우려와 달리 LG 스탠바이미 GO는 사전 판매에서 초도물량이 10분만에 모두 판매됐다. 이동식 스크린 뿐 아니다. 캠핑 인구 증가에 블루투스 스피커와 빔프로젝터도 인기다. 가전 브랜드 '미닉스'를 운영하는 앳홈은 '미닉스 빔프로젝터'에 빈티지카키, 크림베이지 등 2종 색상을 최근 추가했다.
럭셔리 캠핑족을 겨냥한 하이엔드 제품이 연이어 출시되는 이유는 캠핑 인구가 빠르게 증가해서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캠핑 인구는 2022년 기준 7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2019년 530만명과 비교해 2년 만에 32% 증가한 수치다. 7~8명 중 한명은 캠핑족이라는 의미다. 장비와 용품 시장 규모 역시 6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캠핑 열기가 지속되면서 관련 제품 수입도 증가세다. 관세청이 2022년 11월 발표한 야외 레저용품 수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캠핑용품 수입액은 304백만달러(한화 39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캠핑업계 관계자는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 캠핑에서 럭셔리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며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다양한 고급 캠핑 용품이 등장해 관련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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