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상자 속 돈다발과 돼지 저금통…또 ‘얼굴 없는 천사’

김세희 2024. 1. 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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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고물가에 지갑은 얇아진 탓인지, 기부자들의 평균 기부액이 60만 원을 밑돌았습니다.

그럼에도 이웃을 향한 온정의 손길은 계속 됐는데요.

얼굴과 이름을 가린 채 주저 없이 내민 따뜻한 손길, 어려운 처지에도 이웃을 살핀 따뜻한 마음을 친절한 뉴스에서 전해드립니다.

김세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 해 동안 얼마나 많은 기부를 했을까요?

조사 결과 지난해 5월 기준으로 1인당 현금 기부액은 59만 원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물가에 얇아진 지갑 탓일까요.

지난 2011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감소했습니다.

팍팍해진 살림살이에 기부는 액수를 떠나서 갈수록 귀해지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자신을 숨긴 채 고액을 기꺼이 내놓은 얼굴 없는 천사들.

어김없이 선행을 이어갔습니다.

지난달,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인근 교회 표지판 뒤를 살펴봐 달라'는 중년 남성의 목소리였습니다.

주민센터에서 4백 미터 정도 떨어진 교회 인근에는 기부금 상자가 놓여있었습니다.

5만 원짜리 다발과 돼지 저금통.

세어보니 8천6만 원이 담겨 있었습니다.

'올해도 고생하셨다, 불우한 이웃을 도와 달라'고 적은 메모도 함께 발견됐습니다.

지난 2000년 돼지 저금통 기부를 시작으로 해마다 이어진 선행에 누적 기부금은 9억 6천만 원을 넘었습니다.

따뜻한 손길에 6천 5백여 가구와 학생 150여 명이 도움을 받았습니다.

경남 창원의 '이름 없는 산타'도 어김없이 다녀갔습니다.

두고 간 종이 상자에는 5만 원권 지폐와 십 원짜리 동전까지 5천9백만 원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숙미/경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사업팀장 :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해서 전화 한 통이 왔어요. 이분은 늘 간단 명료하게 '사무실에 상자 하나 놓고 갑니다'라고…."]

함께 담긴 손편지에는 "1년 동안 모은 적금이 무료 급식소에 쓰였으면 한다", "어르신들이 배고프거나 고독사가 없기를 기도하겠다"는 내용이 적혔습니다.

중년 남성으로 알려진 기부자의 선행은 2017년 시작됐습니다.

누적 기부금은 어느새 6억 원이 넘었습니다.

어려운 처지에도 주변의 더 어려운 이웃을 돕는 따뜻한 분들도 있습니다.

받은 도움을 돌려줄 뿐이라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선한 이웃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좁은 다세대 주택에서 혼자 사는 79살 서정범 할아버지.

월남전 참전 용사인 할아버지는 일하다 왼쪽 손가락이 잘린 뒤로 고철을 모아 팔며 생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이마저도 쉽지 않아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인 연금 등으로만 생활한 지 10여 년이지만, 정부 지원금을 아껴 5년째 기부하고 있습니다.

[서정범/이웃돕기 기부자 : "'남 좀 도울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기분이 좋잖아요. 국민 세금이니까 내가 돌려준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나 혼자 다 쓸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14년째 떡집을 운영하고 있는 63살 황윤화 씨.

2년 전 취약계층을 돕는 나눔 냉장고가 설치된다는 소식을 듣고 그때부터 한 달에 두 번 떡을 나누고 있습니다.

[황윤화/이웃돕기 기부자 : "저도 이 동네에서 장사하고 이 동네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 도움을 많이 받잖아요, 장사하면. 그러니까 나도 이 기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야겠다 싶어서 동참하게 됐습니다."]

기부자들은 나눔을 시작하면서 더 큰 행복을 느끼게 됐다고 말합니다.

새해에는 더 많은 이들이 더불어 행복한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KBS 뉴스 김세희입니다.

영상편집:강지은/그래픽:민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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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 기자 (3h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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